커버스토리 제 747호 (2010년 03월 29일)

가전·자동차 ‘수혜’…중화학 ‘부정적’

기사입력 2010.03.26 오후 02:28

글로벌 금융 위기를 계기로 중국의 산업 정책에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의 투자 지원형 수출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내수 확대와 장기 성장 동력 확보에 주안점을 두려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상호 유기적으로 관련되어 실시되고 있는 이들 산업 정책들을 구분해 보면 내수 소비 확대와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구조조정, 전략산업의 집중 육성 등 대략 3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은 내수 경기 부양을 통해 내수 의존도를 확대하는 것이다. 이는 내수 소비 확대를 통해 공급과잉을 해소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그보다는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성격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가전하향 정책 2013년까지 연장

중국 정부의 내수 확대 의지는 2008년 11월에 4조 위안의 내수 경기 부양책을 전면 실시한 것에서 본격화됐고 이후 2009년 12월에 내놓은 ‘2010년 내수 확대 8대 정책’에 산업별 세부 지원 계획이 반영돼 있다. 이 계획은 주로 가전과 자동차 등 내구소비재를 중심으로 ‘하향(下鄕)’과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을 통해 소비를 부양하려는 목적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2007년 말부터 시범 실시해 온 가전제품의 하향 정책은 농촌의 소비 확대를 통해 내수 경기 부양과 도농 간 생활수준 격차 해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내수 경기 활성화가 더욱 중요해지자 2009년 2월부터 전국으로 확대하고 품목도 10개 품목까지 늘렸다. 또한 2010년 초에는 구매 대상 제품의 가격 한도를 크게 늘리는 등 2013년까지 실시될 예정이다.

자동차의 하향 정책도 2009년 말로 되어 있던 종료 기간을 2010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하향 정책과 함께 내수 활성화의 주요 정책 중 하나인 ‘이구환신’은 가전의 경우 올 6월까지 시범 실시한 후 기간을 연장할 계획이며 자동차도 보조금 지원 기준을 확대하고 구입세 혜택과 동시 인정하기로 하는 등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급과잉 해결을 통한 산업 구조조정에도 적극적이다. 과거 1~2차례 과잉생산 문제가 불거졌을 때에도 중국 정부가 해결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때마침 세계경기 호황과 맞물려 해결이 지연되거나 오히려 설비 투자 확대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에는 공급과잉의 구조와 강도가 과거와 다르고 과잉을 흡수할 외부 여건도 충분하지 않다.

현재 중국의 일부 산업에서는 공급과잉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투자 주도형 산업 정책을 통해 모든 산업의 설비 투자를 확대해 왔다. 2000년대 들어서도 설비 투자가 계속 확대돼 2000년 이후에만 주요 산업별로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22배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더 이상 공급과잉과 중복 투자를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작년 9월에는 국무원이 ‘일부 업종 생산과잉 억제 및 중복 건설 관련 산업에 관한 의견통지’를 통해 우선적으로 6대 산업(철강·시멘트·평면유리·석탄화공·폴리실리콘·풍력발전설비)에 대한 과잉 억제 시도에 나섰다. 이와 함께 ‘7대 전략 신흥 산업’을 통해 미래 산업 경쟁력 강화도 꾀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산업 정책에 변화가 나타나면서 국내 산업계에는 긍정적인 영향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가전과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내수 확대는 국내의 관련 부품 업계에는 실적 호전의 기회가 되겠지만, 자본재 위주의 공급과잉 해소 정책은 단기적이나 중·장기적으로 국내 업계에는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내수 육성과 함께 철강 등 6대 산업의 공급과잉 해소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내수 육성과 함께 철강 등 6대 산업의 공급과잉 해소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먼저 중국 정부의 내수 확대 정책은 국내의 가전과 자동차 산업, 특히 관련 부품 업계에 대중 수출 확대의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가전보다 자동차 부품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중국 내 주요 가전과 자동차 중국 판매 증가율이 하향 정책과 이구환신 정책 등 내수 확대 정책으로 10~20%에 달했지만 자동차 부품의 대중 수출이 37% 늘어난 것을 제외하고는 가전에서는 실질적인 혜택이 거의 없었던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는 국내 업체와 중국 업체의 브랜드 인지도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가전의 경우 가전하향 대상 주요 4개 품목(냉장고·에어컨·컬러TV·세탁기로 가전하향 판매액의 92.5%를 차지)의 국내 업체의 브랜드 인지도가 중국 업체인 하이얼과 창홍TV 및 TCL 등과 격차가 크다. 특히 가전하향 정책은 도시보다 농촌 지역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농촌 지역 유통망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내 가전 업체에는 큰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외산 브랜드의 선호도가 높은 휴대전화와 금년 초 가전하향 구매 대상 품목의 지원 한도를 늘리면서 소비 확대가 예상되는 액정표시장치(LCD) TV 등은 국내 업체(패널 업체 포함)의 경쟁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대중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과잉 해소 위한 밀어내기 수출 우려도

반면 자동차는 국내 업체의 브랜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대도시 이외 지역에 대한 유통망 확대에도 주력해 왔기 때문에 국내 업체 현지법인의 완성차 내수 증가와 대중 부품 수출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공급과잉 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는 단기적으로는 물론 중·장기적으로도 국내 산업계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석유화학 등 중국 정부가 자국 산업의 통폐합을 유도하면서 중·장기적인 업계 재편을 추진하는 업종에서도 국내 업계의 피해가 우려된다.

이들 업종은 중국의 산업 주도권 확보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공급과잉 해소와 함께 수출 지원이나 인수·합병(M&A) 유도, 첨단 설비 지원 등의 정책을 병행할 가능성이 크고 대부분 국내 업체와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신흥 산업 부문은 글로벌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은 분야가 많아 단기적 영향은 작지만 LCD와 전기자동차 등에서는 중국 업체와의 제휴 기회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쟁력 열위의 요인이 되는 만큼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전·자동차 ‘수혜’…중화학 ‘부정적’
내수 확대와 구조조정을 골자로 하는 중국의 산업 정책 변화는 우리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우리의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이자 글로벌 무역 시장에서 경쟁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도철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chdoh@hanaif.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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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0-04-01 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