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끄는 이색 펀드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시행으로 펀드 투자 대상에 대한 제한이 풀리면서 국내외 주식이나 채권에 주로 투자하던 펀드 상품들의 투자 대상이 실물자산(부동산·원유·인프라 등)으로까지 확대되는 등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이색 펀드 중 럭셔리 펀드에 대해 살펴보자. 럭셔리 펀드는 세계적 명품 브랜드를 소유한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명품 브랜드는 높은 진입 장벽과 경제성장에 따라 수요의 가파른 증가세, 경기변동과 낮은 상관관계로 분산 투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1개월 수익률이 7~10% 정도로 성과도 우수하다. 물론 이러한 성과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운용의 묘를 살렸기 때문이다. 럭셔리 펀드는 루이비통이나 구찌 등 패션 브랜드와 BMW, 포르쉐 등 자동차 업체 등에 투자해 왔다.

그러나 애플과 스타벅스 등 일류 정보기술(IT)이나 식음료 업체로 투자 대상을 넓히면서 수익률이 높아졌다. 더군다나 중국과 브라질을 비롯한 이머징 마켓의 내수 소비 증가 전망도 일조하고 있다.

둘째, 글로벌 거래소 펀드도 또 하나의 이색 펀드다. 전 세계 주요 거래소 발행 주식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다. 공기업 형태로 운영되던 거래소의 민영화와 기업공개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거래소를 비롯해 일본·중국·인도 등의 대형 거래소가 상장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명품·와인 등 ‘다양’…유행 좇기 ‘No’

거래소 펀드 ‘안정성+수익성’ 겸비


거래소가 지닌 안정적인 수익성과 미래 성장성이 거래소 투자의 가장 큰 메리트로 꼽힌다. 각국의 거래소들은 고유한 거래 노하우와 시장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고 자유로운 설립이 어렵다는 점에서 독과점적 지위와 높은 진입 장벽을 보유하고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에 이러한 독과점적 지위와 높은 진입 장벽은 안정적인 수익 창출의 기반으로 작용한다. 거래소의 취급 상품이 전통적인 주식·채권·선물 등에서 탄소배출권·전력·기후·재해·대체에너지 등과 같은 신규 파생상품으로 확장되고 있고 각종 파생상품의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도 거래소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물론 글로벌 거래소 펀드의 리스크도 있다. 이는 역시 주식의 등락과 함께 거래소 실적도 부침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독과점적 지위와 높은 진입 장벽이라는 안정적 수익 기반을 확보하고 있지만 거래소 매출의 60% 이상은 주식·채권·금융파생상품 거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래가 줄어들면 거래소 수익 감소, 주가 약세도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거래소 사업구조상 주식 약세 상황에서는 ‘주식 약세 추세에서 기인하는 거래소 주식의 동반 약세+거래량·대금 감소로 인한 실적 악화’의 이중고에 노출되는 것이다.

셋째, 탄소배출권 펀드다. 이 펀드는 탄소배출권 현물 및 선물·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 탄소배출권의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제한받는 기업은 허용량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위해 탄소배출권을 구입해야 한다.

이 펀드는 먼저 사모 형태로 출시됐지만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모형으로도 출시되고 있다. 현재 유럽기후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2010년 만기인 탄소배출권(CER) 선물 기준으로 11.4유로이며 2009년 2월 금융 위기의 여파로 최저치인 7.5유로를 기록한 후 경기 회복 기대감에 따라 현재 11.4유로까지 올랐다.

그러나 2008년 7월에 기록한 24.4유로 수준에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다. 물론 금융 위기 이전에 최고치 가격이 적정 수준이었나에 대한 의구심이 있겠지만 분명한 건 환경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는 한 탄소배출권 시장은 현재보다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 역시 리스크가 있다. 바로 탄소배출권의 실현 가능성 여부다. 코펜하겐 합의문은 법적 구속력이 없고 2050년까지의 전 지구적 장기 감축 목표는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선진국은 개도국과 동일한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원하고 개도국은 ‘선진국의 과오’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원하고 있다.

결국 이 같은 입장 차이로 탄소배출권이 제대로 시행될지에 대한 궁금증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으면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3개월 가까이 답보 상태에 있다.

넷째, 와인 펀드다. 와인 펀드는 말 그대로 와인에 투자하는 펀드다. 이 펀드는 와인과 관련된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와 와인 실물에 투자하는 실물자산 펀드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와인 주식형 펀드는 와인 생산·유통·판매에 관련된 기업에서부터 용기 제조, 마개 제조, 와인과 같이 곁들여 먹는 치즈 관련 기업에 이르기까지 투자 범위가 상당히 넓다. 그러나 기업의 주가로 수익률이 결정되기 때문에 앞서 말한 럭셔리 펀드나 글로벌 거래소 펀드와 수익 구조가 비슷하다.

수요 많은 명품 와인 ‘선구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와인 펀드는 실물에 투자하는 펀드라고 볼 수 있다. 이 펀드는 가격 상승이 전망되는 와인을 직접 매수해 보관하다가 와인 가격이 목표가에 도달하면 처분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와인 실물 펀드의 수익 구조는 다음과 같다.

와인을 ‘앙프리뫼르’라고 불리는 ‘병입 전 구매’ 를 통해 매수한다. 와인이 병입돼 시장에 나오기까지 1~2년이 걸리는데, 이러한 선물 투자의 수익률은 보통 연 10~15%를 기록하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수천%의 수익률이 나올 수도 있다.
<YONHAP PHOTO-0060> People harvest grapes, 28 August 2007, in a vineyard of the Chateau Haut-Brion in Pessac southwestern France. The wine harvest has been severely hit by mildew problems due to warm wet weather, and the spread of the disease could lead to some growers losing 20 to 50 percent of their harvest.  AFP PHOTO PATRICK BERNARD/2007-08-29 00:29:00/
<저작권자 ⓒ 1980-200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People harvest grapes, 28 August 2007, in a vineyard of the Chateau Haut-Brion in Pessac southwestern France. The wine harvest has been severely hit by mildew problems due to warm wet weather, and the spread of the disease could lead to some growers losing 20 to 50 percent of their harvest. AFP PHOTO PATRICK BERNARD/2007-08-29 00:29:00/ <저작권자 ⓒ 1980-200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그러나 이런 와인 펀드는 큰 단점이 있다. 대부분이 사모형으로 출시되고 공모형으로 출시되더라도 소규모 금액에 대해서는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이 폐쇄형으로 이뤄져 있어 환금성에 대한 제약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일반 투자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자금 여력이 있는 투자자에게는 괜찮은 대안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색 펀드에 투자하길 마음먹었다면 반드시 보조 펀드로 활용해야 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점을 유의해야 한다.

첫째, 전통적인 금융상품인 주식과 채권 투자를 기본으로 한다. 이색 펀드는 이를 보완하는 정도로 투자해야 한다. 둘째, 이색 펀드 투자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수단이다. 주식·채권 등 전통적인 금융상품과 상관관계가 낮아 일정 부분을 투자함으로써 전체 자산의 변동 위험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가급적 전통적 투자 수단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펀드보다 독립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펀드가 바람직하다. 셋째, 높은 수익을 기대한다면 그만한 위험도 뒤따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색 펀드는 상대 수익률이 아닌 시장 수익률과 무관한 절대 수익률을 목표 수익률로 추구하는 특징이 있다. 넷째, 다행히 과도한 위험을 짊어진 만큼 수익으로 연결되면 다행이겠지만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이 추세적 강세를 보이는 국면에서는 전통적 투자 상품이 이색 펀드보다 우월한 성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다섯째, 너무 유행을 좇지 말아야 한다.

2007년 중국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보이며 이들 펀드에 많은 자금이 몰렸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 위기로 한파를 맞으면서 나중에 이들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상당한 손실을 봤던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안정균 SK증권 펀드애널리스트 jkahn@s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