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제 747호 (2010년 03월 29일)

‘연구 지원 관리 전문성·공정성 한층 높일 것’

기사입력 2010.03.26 오후 02:28

지난해 6월 3개 연구 지원 기관이 통합돼 출범한 한국연구재단은 학문 간 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과 도전적인 연구 과제 지원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중심에서 혁신적인 과제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박찬모 이사장은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연계를 통한 신기술 개발에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21세기 복합 융합 시대에 한국연구재단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세계 선진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오랫동안 대학에 몸담았던 경험에 비춰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도 남다른 생각을 말했다. “저의 좌우명은 고진감래입니다. 고생 후에 기쁨이 더 큰 법인데 요즘엔 편하게 살 생각만 하려다 보니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회사는 피하려는 것 같아요”.

‘연구 지원 관리 전문성·공정성 한층 높일 것’

한국연구재단이 출범한 지 9개월이 되어 가는데요, 그동안 역점을 두고 추진한 부분과 그 성과가 궁금합니다.

장기화되는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신(新)지식 창출과 인재 양성이 필요합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학술 진흥과 연구·개발의 선진화를 이끌어야 하는 한국연구재단의 초대 이사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 왔습니다.

우선, 선진형 PM(Prograam Manager:연구사업관리전문가) 제도를 조기에 정착시켜 연구 지원 관리의 품질을 제고하는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연구재단은 PM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공정한 업무 수행을 감독하기 위해 각종 제어장치도 마련했습니다. 공모와 추천을 통해 21명의 상근 PM을 선임했고 이를 돕기 위한 비상근 PM 237명도 조만간 위촉할 예정입니다.
둘째, 연구자 중심의 연구 환경 조성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초연구와 풀뿌리 연구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해 과학기술 분야의 개인 기초 연구비를 지난해 20.7%에서 올해 24.6%까지 확대했고 2012년까지 정부 지원분 중 기초·원천 연구비 비율을 최대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셋째, 연구·개발 성과물에 대한 보호와 확산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지난 1월 재단에 ‘R&D 혁신센터’를 설치해 우수 성과를 효과적으로 창출·보호·활용·확산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연구재단의 위상을 확립하고 정부 내 여러 부처와의 원활한 협력을 위해 연구재단 이사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다방면에서 노력해 왔습니다.

‘한국연구재단’으로의 통합은 무엇을 의미하며 어떤 기대 효과가 있습니까.

통합 전에는 지원 체계가 크게 ‘(옛)과학재단’과 ‘(옛)학술진흥재단’으로 양분되다 보니, 일부 비슷한 연구에 지원이 ‘중복’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 예산이 낭비되고 비효율적으로 집행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은 일관된 지원·운영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연구 지원 시스템의 고도화를 이뤄나갈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21세기는 융·복합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문사회와 과학기술은 서로 융합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없고 향후 국제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연구재단은 융합 연구를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기고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나노기술(NT)·생명과학기술(BT)·정보기술(IT) 등 신기술 분야에서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합니다.

이제 물리적인 통합은 이뤘지만 화학적인 통합이 남았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나뉘어 있던 세 기관의 노조도 이런 통합의 물결에 동참하기 위해 서로 이해하고 대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연구 지원 관리 전문성·공정성 한층 높일 것’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목표는 무엇입니까.


올해는 연구재단이 국가대표 연구 지원 관리 전문 기관이자, 연구 지원 관리의 글로벌 리더를 향해 도약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연구 지원 관리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고 연구자 중심의 연구 지원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기획 기능과 역할을 강화할 것입니다.

둘째, 연구 기획, 심사 평가, 집행 관리, 성과 관리로 이어지는 연구 사업의 전 주기적 지원 관리 체계를 과학적·합리적으로 확립할 겁니다.

이전에는 주로 연구 관리에 주력해 왔다면 앞으로는 프로젝트를 선택하고 지원하는 일, 진행 결과를 사회에 환원하는 데까지 관심을 쏟을 것입니다.

또한 연구자들이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고위험 과제(high-risk, high-return)에 적극 도전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그간 연구자들은 프로젝트를 받아 기간 안에 성과를 내야만 했습니다.

실패했을 경우 프로젝트를 다시 얻기 힘들다는 이유로 가능성 있는 연구에 섣불리 도전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성실 실패 용인(honorable failure) 제도를 도입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과제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셋째, 현재 진행 중인 국제자문위원회 구성을 완료해 재단의 선진화와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글로벌 차원의 자문과 협력을 구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 R&D 예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2% 정도로 세계 3위입니다. 2012년엔 GDP 대비 5%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 예산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세계에서도 우리나라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과학재단 등 여러 기관에서 우리나라의 융합 모델을 벤치마킹하려고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세계 선진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규모나 시스템 등에서 다양한 장점이 있지만 앞으로 좀 더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한국연구재단은 올해 2조8000억 원의 예산으로 100여 개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모든 학문 분야의 연구·개발, 인력 양성 등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 추진과 경영관리에서 몇 가지 보완할 부분도 있습니다.

지금 보수 체계는 기간에 따라 월급이 올라가는 호봉제를 따르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해도 정해진 월급을 받으니 직원들의 의욕에 한계가 있고 동기부여 또한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연구재단에도 연봉제와 성과급을 도입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고 세부적으로 조율할 부분들도 있습니다. 시간을 두고 정량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성적인 것까지 고려해 공정한 평가 틀을 만들고 싶습니다.

또한 지난해 우리재단은 공공기관 청렴도 및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미흡’ 또는 ‘보통’으로 평가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투명성, 고객 만족도 제고 TF팀’을 구성해 전사적 차원에서 재단 운영의 투명성과 고객 만족도 제고를 위해 여러 활동들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 제도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직원 한 명 한 명의 마음가짐입니다.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해 윤리·도덕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오랜 기간 대학에 몸담아 일자리 해법에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을 듯합니다. 연구재단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한국연구재단과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과 함께 대졸 미취업자들에게 인턴 기회를 부여해 관련 경력을 쌓고 취업 능력을 제고하는 ‘미취업 대졸생 지원 사업’을 기획해 지난해 8월 1일부터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373억 원의 예산으로 미취업 대졸생 3356명(10개월 지원 기준)을 124개 대학의 인턴 조교로 채용해 매월 100만 원씩 지원하고 99개 대학의 각종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지원했습니다. 올해는 79억 원의 예산으로 미취업 대졸생 1500명을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지원할 계획입니다.

일자리 해법을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뿐만 아니라 국민의 의식 전환도 필요합니다. 우선은 이공계 기피 현상을 풀어가야 합니다. 어려서부터 수학과 과학에 흥미를 느끼도록 교과서를 쉽고 재미있게 개편하고 교사의 역량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직업을 선택할 때는 개인의 욕망뿐만 아니라 직업 소명 의식을 반영해야 합니다.

인류 복지·사회·국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어려서부터 인성 교육이 많이 이뤄지는 풍토가 조성됐으면 합니다.

박찬모 이사장은…

1935년생. 58년 서울대 공과대학 공학학사. 64년 미국 메릴랜드 대학원 공학석사, 69년 미국 메릴랜드 대학원 공학박사, 82~89년 미국 가톨릭대 전산학과 교수 겸 학과주임, 90년 포항공과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2003년 9월~2007년 8월 포항공과대 총장, 2008년 7월~ 2009년 8월 청와대 대통령과학기술특별보좌관, 2009년 6월 한국연구재단 이사장(현).

대담= 김상헌 편집장 / 정리=이현주 기자 grim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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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0-04-01 1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