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히든 챔피언’ 키운다

정부가 2020년까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중견 기업 300곳을 육성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관련법을 정비하고 세제상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지식경제부는 3월 18일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와 공동으로 마련한 ‘세계적 전문 중견 기업 육성 전략’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골자는 2020년까지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히든 챔피언(중견 기업)’ 300개를 육성한다는 것. 이를 위해 중견 기업의 조세 부담을 완화하고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각종 지원이 패키지 식으로 담겼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조세 부담 완화. 중소기업 졸업 후에도 5년간 ‘부담 완화 기간’이 도입돼 이 기간에는 세금 부담이 줄어든다. 기존에는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최저한세율(각종 감면에 관계없이 최소한으로 내야 하는 세율)이 7%에서 이익 규모에 따라 10~14%가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부담 완화 기간 중 1~3년간은 8%, 4~5년간은 9%가 적용된다. 최저한세율이 낮을수록 기업에 유리하다.

일반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도 기존에는 중소기업 25%, 일반 기업(대기업) 3~6%가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부담 완화 기간 중 1~3년은 15%, 4~5년은 10%로 낮아진다. 중소기업을 졸업하더라도 조세 부담을 ‘계단식’으로 높여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의도다.

중견 기업의 가업 상속에 대해서도 지원이 이뤄진다. 아직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기존 중소기업의 경우처럼 상속세 부과 대상에서 최대 100억 원까지 공제해 주는 방안이 유력하다.
세제·금융·R&D 등 ‘패키지’ 지원
종업원 수 300~1000명 기업이 대상

이와 함께 산업발전법에 중견 기업 지원 근거를 명확히 할 예정이다. 지경부는 중견기업을 ‘중소기업 범위를 벗어난 기업 중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집단이 아닌 기업’이라고 정의했다. 구체적인 기준은 마련되지 않았지만 매출액 1조 원 미만, 종업원 수 300~1000명 사이 기업이 중견 기업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각종 금융 지원도 이뤄질 계획이다.

중견 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 방안도 대거 포함됐다. 무엇보다 현장 수요에 맞춘 지역 기술 거점을 구축하기 위해 ‘독일식 기술 확산 시스템’을 전면 도입한다.

1980년대 이후 독일이 지방 대학과 중소기업을 연계한 연구·개발(R&D)로 작지만 강한 중견 기업을 다수 보유한 방식을 벤치마킹해 지역마다 중소기업의 근거리에 ‘기업주치의센터’를 지정한다.

지경부는 2011~2012년 중 시범적으로 10개를 운영한 뒤 2015년에는 500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또 1조5000억 원 규모의 산업 원천 기술 개발 사업 자금의 중소·중견 기업 지원 비중을 17.9%에서 2012년까지 25% 수준으로 확대하고 지원 규모도 연간 최대 100억 원까지 늘린다. 현재는 15억 원이 최대한도다.

2020년까지 300개 유망 응용 기술을 발굴해 기술당 3~5년간 최대 100억 원까지 지원하고 중소·중견 기업 부설 연구소도 집중 육성한다. 대기업과 외국 기업이 참여하는 글로벌 R&BD(시장 지향적 연구·개발) 방식을 도입하고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오는 6월까지 민·관 합동 ‘창의자본 주식회사’를 설립할 방침이다. 중소·중견 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선 정부 출연 연구소 소속 박사급 인력 200명을 파견한다.

이와 함께 중견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마케팅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2020년까지 세계 수준의 중견 기업 300개를 육성하기 위한 ‘월드 클래스 300’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조만간 선정될 300개 대상 기업에는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한 모든 지원이 패키지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