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topic 제 747호 (2010년 03월 29일)

세대 갈등으로 옮겨 붙은 일자리 문제

기사입력 2010.03.26 오후 02:28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최근 두 가지 의미 있는 움직임이 보였다. 먼저 지자체가 일자리 창출 전쟁에 동참했다는 점이다.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고용전략회의 3차 회의를 통해서였다.
그런데 유독 3월의 국가고용전략회의에 관심이 간 것은 전국의 광역 및 기초 지자체장이 청와대에 모두 모였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간 일자리 회의라면 정부 쪽에서는 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노동부·교육과학기술부·문화체육관광부 정도가 주축이었다. 아니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정부를 사이에 두고 상생 회의를 여는 정도가 눈에 익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시도와 시군구가 이 대열에 동참했다. 정책과 예산도 물론 중요하다. 문제는 공공 부문에서 의미 있는 일자리를 실제로 하나라도 더 만드는 것은 지자체나 공기업, 정부 산하기관 같은 곳이라는 사실이다. 정책과 예산을 담당하는 중앙 부처가 아니다.

일자리 창출에 팔 걷은 지자체 노력도 주목

3월 회의에서 정해진 몇몇 방안들은 잘만하면 좋은 성과도 낼 것 같다. 예컨대 지자체 간 일자리 조성 목표와 실적을 공시하고 평가도 해 지역 경쟁을 촉진하기로 한 것이나, 일자리 추진 실적과 결과에 따라 정부 보조금 지원에서 지방의 자율성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 그런 예다. 대구시처럼 고용 우수 기업에 지방세를 50% 감면해 주는 제도를 늘리기로 한 것과 그런 기업에 자금 지원, 물품 우선 구매와 같은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한 것 역시 지켜볼만해 보인다.

지자체 간 경쟁이나 지방의 자율은 어느 선을 넘어 과도해지면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지자체 간 경쟁이나 지방의 자율은 어느 선을 넘어 과도해지면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물론 문제점도 예상된다. 지자체 간 경쟁이나 지방의 자율은 어느 선을 넘어 과도해지면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정부와 전국의 지자체들이 정한 3만 개 일자리 창출 목표처럼 숫자를 앞세운 외형 경쟁도 걱정된다.

지자체가 전면에 나서는 것까지는 좋지만 지방의 축제 경비까지 3000억 원을 절감해 3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면 그나마 남아 있던 지방 문화, 지역 축제의 싹이 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뒤따를 만하다. 지금 지방의 축제 문화는 천편일률성이 문제이지 문화 축제가 많은 것도 아니며 실제로 많다고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자체가 나섰다는 것은 분명 시사점이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해외에 생산 시설을 세웠던 기업들이 미 본토로 돌아오는 U턴 현상이 빚어지는데 여기에는 지자체들의 노력도 한몫한다고 전해진다.

또 한 가지 일자리 테마는 이 문제가 세대 간 갈등으로 비화되는 현상이다. 부모와 자식, 삼촌과 조카 세대가 제한된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구조로 이행돼 걱정이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을 비롯해 산업계의 노사, 사회 시민 단체까지 모두가 지금부터라도 차분한 논의로 해법을 찾아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 세대 갈등의 쟁점 자체는 단순하다. 베이비부머들이 퇴직기에 본격 접어들면서 정년을 늘려야 고용 시장이 안정된다는 주장과 무차별 연장은 청년 실업을 악화시킬 뿐이라는 반박이 그것이다. 정부 내에서도 고용 문제 주무 부처인 노동부와 국가 경제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안이기도 하다.

이 문제에서 주요 쟁점은 정년 연장, 임금 피크제와 같은 기성세대 고용 안정책과 청년 실업의 악화, 신규 채용 감축 간 상관관계가 과연 어느 정도인가 하는 점이다.

실제로 노동 시장에서 ‘트레이드오프(trade off: 어느 것을 얻으려면 반드시 다른 것을 희생해야 하는 경제 관계)’인지, 이 경우 상관관계는 어느 정도인지 따져보자는 것이다. 실증적 연구가 필요한 분야일 텐데, 최근 한국경제신문의 기획 취재에 따르면 적어도 공기업에서는 정년 연장이 신입 사원 채용 축소로 바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제 일자리 세대 갈등에 대한 사회적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 이미 늦었는지 모른다. 노·사·민·정이 두루 참여해 사회적 공감대부터 수렴해 나가야 한다.

고용 불안 해소와 인건비 절감 차원의 정년 연장이나 임금 피크제를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전문 기술직 등 꼭 필요한 인력에 대해 선별적인 재고용이 필요하다. 정년 후 근로도 임금을 낮추되 그렇게 절감된 비용이 신규 채용으로 이어지는 고용 문화의 정착도 중요하다.

지자체가 나섰고 세대 간 갈등 문제에 대한 논의도 시작됐다. 그러나 그만큼 어려운 고용 사정이 재확인되는 것만 같다.

허원순 한국경제 국제부장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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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0-04-01 1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