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24시

통계청의 ‘2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만 15∼29세 청년실업률은 10.0%로 2000년 2월(10.1%) 이후 10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2월 청년 실업자 수는 43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통상 청년 실업은 경기 변동에 민감하고 전체 실업률보다 더 높게 나타난다.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기업들이 신규 고용부터 줄여 학업을 마치고 막 사회로 진출하는 취업 준비생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실업률을 계산할 때 분자에 해당하는 구직 활동 인구에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됐던 청년층들의 유입으로 늘어나다 보니 전체 실업률도 올라간 것.

전체 실업자도 2개월 연속 100만 명을 넘어 전반적인 고용 한파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월 실업자 수는 116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만4000명 늘었다. 실업률은 4.9%로 같은 기간 1.0%포인트 올랐다.

정부는 졸업 시즌과 일자리 비수기인 겨울철이 겹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 때 일자리 창출의 일등 공신이었던 공공 부문이 지금은 오히려 민간 부문 고용 증가를 상쇄하며 전체 고용 시장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것.

정부는 지난해 초 사상 최대 규모(28조4000억 원)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정도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며 일자리 지원에 나섰는데도 고용지표가 이처럼 악화한 것은 ‘공공 일자리의 부메랑’ 효과 때문이라는 것. 예산이 줄어 공공 일자리가 감소한 데다 정부에 기대 자발적으로 구직에 나서지 않는 의존형 실업자가 양산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청년 실업률 10%…10년 만에 최악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난 속에 16일 오전 서울 중앙대학교에서 학위수여식을 마친 한 졸업생이 걸어가고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100216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난 속에 16일 오전 서울 중앙대학교에서 학위수여식을 마친 한 졸업생이 걸어가고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100216
실제 정부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엄청난 재정을 투입하며 공공 일자리 지원에 매진한 결과 지난해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3~4%대를 유지했지만 올 들어 공공 일자리가 급감하면서 실업률이 5% 안팎으로 치솟았다.

희망근로 프로젝트나 청년인턴 등 공공 부문 일자리가 1년 전에 비해 1만7000개 감소하면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던 공공 일자리가 지난 2월 처음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고용 사정이 나아질 모멘텀이 없다는 점이다. 중단한 공공 일자리 사업은 올해 편성 예산이 3월부터 집행되면서 다소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 또한 재정 지원에 의한 일시적인 것일 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민간 일자리도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미국·일본·유럽 등 주요국이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민간 부문의 활력이 되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3월부터는 공공 일자리 사업 재개로 고용지표가 일부 나아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정부의 임시방편 지원책에 의존하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청년 실업난 해소 차원에서 지난 3월 12일부터 중소기업이 추가로 인력을 채용하면 1인당 300만 원씩 법인세를 차감해 주겠다는 내용의 고용 지원책을 내놨으나 중소기업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데 300만 원의 세금 혜택을 받으려고 연봉 2000만~3000만 원짜리 직원을 고용할 수는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다. 중소기업들은 정부 고용 지원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세제 지원은 채용 인력 규모가 큰 대기업에 효과가 있지만 1~2명의 부족 인력을 채우는 중소기업에는 큰 메리트가 될 수 없다는 것. 전문가들은 오히려 세제 지원 등 단기적 처방으로 고용 창출을 유도할 것이 아니라 납품 단가 조정 등 대·중소기업 간 이익 배분 시스템을 개선해 중소기업들의 고용 여력을 높이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한다.

국회와 정부의 엇박자도 문제다. 정부는 현재 사회적 일자리 육성, 단시간 근로제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줄줄이 발목이 잡혀 있다.

현재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처리하지 못해 계류 중인 고용·노동 관련 법안은 의원 발의 법안을 포함해 163건에 달한다.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올해 사회적 일자리 확대를 공언했지만 이 법안이 국회에 묶이면서 관련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박신영 한국경제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