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지만 아직 침체에서 벗어났다고 하기에는 시기상조다. 미국과 유럽의 더딘 경제 회복, 몇몇 남부 유럽 국가들의 취약한 재무 건전성, 유가, 환율, 치솟는 소비자 물가 등 여러 위험 변수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 우리가 처한 경제 현실이다.

더욱이 기업 경영 환경이 글로벌화되면서 국경을 넘는 기업 간 경쟁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심화됐다. 그뿐만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고객들의 기대 수준과 눈높이가 높아지고 까다로워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성장 전략과 이를 뒷받침하는 신사업 추진 동력은 기업의 이익 추구라는 차원을 넘어 기업의 미래 생존성과 직결되는 경영의 핵심 키워드가 된다.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사업 추진과 전략에서 가장 빈번히 오르내리는 사안은 인수·합병(M&A)이다. 하지만 M&A는 기업의 성장 극대화를 실현하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끝내는 폐업으로까지 이어지는 최악의 실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1998년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던 시절, 스웨덴의 볼보그룹이 삼성중공업의 중장비 사업 부문을 인수해 탄생한 볼보건설기계코리아가 세계 3대 굴삭기 업체로 성장한 것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볼보그룹은 M&A를 통해 정부·삼성·볼보그룹 모두에 도움이 되는 진정한 ‘윈-윈-윈’ 사례를 만들어 냈다. 매각자인 삼성은 적자를 내는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비즈니스 체질을 강화하고 고용을 승계하는 계기를 만들어 냈다.

인수자인 볼보에는 취약했던 굴삭기 분야의 경쟁력 확보와 아시아 시장 전진기지 확보 및 한국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로 그룹 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M&A 사례를 남기게 됐다. 또한 볼보의 대규모 투자는 외환위기 이후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대외적인 신뢰도를 높여야 했던 우리 정부에도 가뭄 끝의 단비와 같은 큰 힘이 되어 주었다.

필자는 삼성중공업 출신으로 볼보건설기계의 모태가 됐던 M&A의 순간부터 오늘날 볼보그룹코리아 대표이사 사장과 아시아오퍼레이션 총괄사장 자리에 이르기까지 힘들었던 순간과 기뻤던 순간을 모두 함께해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볼보건설기계코리아가 굴삭기 생산의 세계 중심 역할을 순조롭게 해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기존의 창원공장이 갖고 있던 선진 생산 시스템과 노하우, 직원들의 애사심과 열정에 볼보의 실리 경영이 접목돼 시너지를 발휘한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인수 당시 단일 공장으로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건설기계 생산 라인을 갖추고 백화점 식으로 수많은 종류의 건설기계를 생산하던 창원 공장을 볼보는 굴삭기 단일 품목만을 전문으로 특화 생산하는 체제로 재편, 글로벌 경쟁력을 크게 강화했다. 게다가 한국인 특유의 일에 대한 열정과 회사에 대한 애정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직원들의 기 살리기에 나섰다.

우리의 일터 문화를 이해하고 한국인을 마음으로 이해하려는 볼보 경영진의 노력은 새로운 인수자에 대한 직원들의 불신을 말끔히 씻어내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이와 함께 매사 합리적이고 투명한 볼보의 경영 원칙을 직원들에게 이식하는 노력도 함께 이뤄졌고 인수 10년이 넘은 지금에 와서는 스웨덴식과 한국식의 장점이 조화롭게 접목된 볼보건설기계만의 독특한 기업 문화를 키워나가고 있다.

이렇듯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고 위험 요소는 최소화하고 동시에 기회 요소를 극대화하며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때 진정한 ‘윈-윈’ 효과를 창출하는 ‘성공적인 M&A’라는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고 ‘지속적인 성장’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성공적인 인수·합병(M&A)의 열쇠
석위수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장


약력 : 1950년생. 고려대 기계공학과 졸업. 76년 삼성중공업 입사. 2009년 볼보건설기계 굴삭기 사업부문 글로벌 생산총괄 부사장. 볼보그룹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볼보건설기계 아시아 오퍼레이션 총괄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