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노다지 잡아라’

세계 철도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올해만 250조 원대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장(場)’이 서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인도·브라질 등 사회간접 시설 확보가 긴요한 신흥 경제 대국들은 물론 교통 선진국인 미국도 때 아닌 대규모 철도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효율적인 물류망을 확보해 상품과 자원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건설 경기 부양 및 고용 창출 등 산업적 파급효과를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정치적 목표가 글로벌 철도 시장을 달구는 핵심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철도망은 항공기·선박·도로와 함께 핵심 간접 시설로 꼽힌다. 수송 효율이나 경제성은 여타 교통수단을 월등히 앞설 정도로 우수하다. 그러나 가장 큰 장점은 철도망 확보 과정에서의 경제적 파급효과다. 차체와 레일, 지능형 운행 통제 시스템 제작에 필요한 각종 전자 장비와 기계 부품 관련 산업의 활성을 자극하는 데다 대규모 장기 토목공사에는 막대한 노동력 투입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지하철과 고속철 등 철도 건설은 각 프로젝트의 설계 특성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체로 km당 1000여 명 이상의 고용 효과와 1400억여 원의 생산 유발 효과를 갖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세계 각국 정부가 경제 위기 탈출 ‘카드’로 대규모 철도 건설을 앞 다퉈 내놓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세계 최고의 항공망을 갖춘 미국도 경기 부양을 위해 철도 건설에 팔을 걷어붙였다. 전국 13개 권역을 연결, 항공망과 도로망을 통합 연계한 매트릭스형 첨단 교통 인프라를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샌프란시스코~LA~샌디에이고를 잇는 구간에만 약 450억 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베트남도 326억 달러를 투입해 북부 하노이와 남부 호찌민(1630km)을 10시간 안에 주파하는 고속철을 2020년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이 밖에 말레이시아·태국·리비아·브라질·몽골 등도 대규모 철도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등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 추진

특히 몽골은 최근 5200km에 달하는 초대형 동서 철도 네트워크 건설 계획을 발표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몽골은 금·구리·철·석탄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세계 최고의 자원 부국으로, 자원 수출을 위한 철도 교통망이 절실한 상태다. 이 때문에 세계 철도 건설 시장은 최근 들어 폭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 ‘꿈틀’…덩치 250조 원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철도 시장은 1조 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 돈으로 무려 110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 시장이 열리고 있는 셈이다. 올해만 전 세계적으로 250조 원의 시장이 형성된다는 게 한국철도협회의 추산이다.

주목할 것은 중국의 행보다. 중국은 대규모 철도 건설 계획을 발주하는 ‘시장 조성자’ 역할을 하는 동시에 글로벌 철도 건설 시장의 ‘대형 시행자’ 몫도 맡는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메이저 플레이어를 자처하고 있다. 이미 올해 말까지 철도 건설과 장비 구입에 약 1613억 달러를 투자, 1만7000km의 철도를 새로 까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전국 철도망을 8만9780km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대부분의 철도 건설을 자체 기술로 해결하고 재원도 스스로 조달할 방침이다. 이미 아시아 시장에서는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해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철도공사가 인도네시아 국영 석탄 업체로부터 수주한 48억 달러 규모의 석탄 운송 철도 건설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철도공사는 특히 중국 농업은행으로부터 향후 3년간 1100억 위안(160억 달러) 규모의 재원을 조달받기로 협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철도 건설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외국계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 철도 시장을 ‘황금 시장’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아직 시속 320km 이상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고속철 기술을 100% 확보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선진국의 조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중국에 앞서 첨단 기술과 시공 경험을 축적한 프랑스·이탈리아·독일·스페인 등 고속철 강국들은 중국 측과의 파트너십 등을 노리며 군침을 흘리고 있다. 업계는 향후 5년간 중국에서만 700조 원의 철도 건설 관련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관우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