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topic 제 751호 (2010년 04월 26일)

‘A2’에서 ‘A1’…위기 대응 ‘굿’

기사입력 2010.04.20 오후 03:41

국제 신용 평가 회사인 무디스가 4월 14일 한국의 국가 신용 등급을 ‘A2’에서 ‘A1’으로 전격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국가 신용 등급은 1997년 말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A1’은 투자 적격으로 분류되는 등급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무디스는 한국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무디스는 ‘A1’이었던 한국의 신용 등급을 외환위기 직후 투자 부적격인 ‘Ba1’까지 낮췄다가 2007년 7월 ‘A2’로 올린 뒤 2년 9개월 만에 다시 ‘A1’으로 한 단계 더 상향 조정했다. 13년 만의 원상회복이다. 천안함 사태와 북한 경제 불안 등 대북 관련 리스크가 한국의 국가 신용 등급 조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점이 주목된다.

무디스는 등급 상향 조정 배경에 대해 “한국은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고 재정 부문도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전하며 금융회사들의 건전성도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톰 번 무디스 부사장은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 단기 외채 감소, 2700억 달러 이상의 외화보유액 확충 등으로 대외 채무 상환 불능 우려를 현저하게 개선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13년 만의 원상회복 이뤄져

무디스 평가단은 한국의 ‘재정건전성’을 높이 평가했다.

무디스 평가단은 한국의 ‘재정건전성’을 높이 평가했다.

무디스가 내세운 등급 상향 조정의 첫 번째 이유는 한국의 경제 위기 대처 능력이다. 무디스는 “한국 경제가 위기에 대해 복원력이 매우 좋다”며 쓰러져도 곧바로 일어나는 오뚝이에 비유했다.

실제 한국 경제는 2008년 하반기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5% 가까이 추락했지만 곧바로 1분기 만에 플러스로 돌아서는 저력을 보였다.

지난해 위기 속에서도 연간 0.2% 성장을 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 올해도 연간 성장률은 5%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교적 전망치를 낮게 제시했던 글로벌 투자은행(IB)들조차 최근 들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5%대로 상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무디스는 이런 빠른 경제 회복이 정부의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지난해 초 사상 최대 규모(28조4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확장적 재정정책에 발 빠르게 나선 게 주효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재정을 타이트하게 관리한 것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무디스는 “경제가 위기를 딛고 복원하는 과정에서 재정 건전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경제 전반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통제하는데 성공했다”고 칭찬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당초 무디스 평가단이 한 달 전 방한하면서 가장 관심 있게 들여다본 점이 재정 건전성”이라며 “일각의 우려와 달리 무디스는 한국의 재정이 양호한 상태이며 정부 계획대로 향후 2~3년 안에 재정수지가 균형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점에 수긍했다”고 말했다.

대북 리스크는 신용 등급 평가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 무디스는 이날 발표문에서 “남북 관계가 등급 상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평가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근 대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현재로선 국가 신용 등급에 부정적 요인을 줄 만한 요인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무디스와의 미팅 당시에도 천안함 사태에 대해선 전혀 언급조차 없었다”며 “다만 북한의 경제 불안과 6자회담 동향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선 일부 얘기가 오갔다”고 전했다. 그는 “핵안보 정상회의를 한국이 주최한 것에 대해서는 무디스가 무척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국가 신용 등급이 올라가면서 한국 기업이나 금융회사들의 국제 신인도도 향상돼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국가 신용 등급이 상향 조정되면 그 나라 기업이나 금융사의 신용 등급도 함께 높아질 여지가 생긴다. 기업이나 금융사의 신용 등급이 높아지면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할 때 적용되는 가산금리가 낮아져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

이번에 신용 등급이 외환위기 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한국은 위기에 취약한 국가라는 부정적인 인식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 신용 등급 상향은 그 나라의 경제 기초가 튼튼하고 주식과 채권 등이 안정적인 투자 대상이라는 점을 공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현주 기자 charis@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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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0-04-22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