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종이 값 ‘왜?’

제지사 구조조정 ‘끝’…펄프 가격 ‘↑’
종이 값이 폭등하고 있다. 최근 종이 값은 2007년을 저점으로 톤당 85만 원에서 107만 원(업계 평균 기준)까지 상승하며 저점 대비 25%나 오른 상태다.

여기에 국제 펄프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3월 중순 인쇄용지 가격이 7% 인상된데 이어 5월에도 10% 내외의 추가 인상이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종이 값이 뛰고 있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2007년 이후 단행된 국내 인쇄용지 업체 구조조정의 효과다.

최근 펄프 가격의 상승세로 종이 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이처럼 원재료인 펄프의 가격이 제품 가격, 즉 종이 가격에 전가된 시기는 불과 2년여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6년째 제자리 걸음했던 종이 값

〈표2〉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2년도부터 2007년까지 국제 펄프 가격이 저점 대비 75% 상승하는 동안 국내 인쇄용지 가격은 오히려 톤당 94만 원에서 85만6000원까지 9.1% 하락하는 기현상을 보여 왔다.

이러한 요인은 무엇보다 국내 인쇄용지 내수 시장이 2002년부터 연간 25만 톤 내외의 ‘공급과잉’을 해소하지 못했던 것에 기인한다. 이에 따라 펄프 가격이 2002년부터 약 6년간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원재료 가격의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전혀 전가하지 못하며 국내 인쇄용지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업황 불황으로 이어지며 2007년 상반기부터 2008년까지 인쇄용지 업체들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촉발했다(〈표1〉 참조). 이에 따라 〈표3〉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내 인쇄용지 업종은 구조조정으로 초과 공급 규모가 상당 부분 해소되며 2009년 초과 공급 규모는 연간 15만 톤으로 감소했다.

이처럼 2007년 3분기 이후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단행된 후 펄프 가격 상승분을 내수 가격에 전가하는 게 가능해지면서 국내 인쇄용지 업체들도 본격적인 업황 턴어라운드를 시작했다. 〈표2〉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7년 3분기를 저점으로 그동안 펄프 가격 상승기에 오히려 하락했던 상승분까지 반영되며 종이 값은 2009년 3분기까지 바닥 대비 25% 올랐다.
제지사 구조조정 ‘끝’…펄프 가격 ‘↑’
그 결과 종이 구매자들은 단기간에 종이 값이 급등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2002년부터 2007년 3분기 이전까지 원재료 가격이 상승할 때 오히려 종이 값이 하락했던 점을 감안하면 구조조정 이후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면 제품 가격도 인상되는 정상적인 산업구조로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펄프 가격의 급등세다. 지칠 줄 모르고 상승하던 펄프 가격은 2008년 7월을 고점으로 2009년 4월까지 하락하다가 가파르게 재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2009년 4월 470달러에 그쳤던 국제 펄프 가격은 바닥 대비 64% 상승하면서 2010년 3월 770달러를 기록 중이다.

최근 펄프 가격의 상승세는 전 세계 펄프 수요의 25%를 차지하는 중국의 제지 시장이 중국 내수 경기의 활성화로 재차 살아나며 중국 펄프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또 2010년 2월 국내 펄프 수입량의 22%를 차지하는 칠레산 펄프가 지진 여파로 일시적 공급 부족 현상을 보인 것도 큰 원인이다. 칠레는 전 세계 펄프 공급량의 약 8%를 차지하는데, 이번 지진으로 칠레의 대표적 펄프 생산 업체인 아라우코(Arauco)와 CMPC의 전체 연간 펄프 생산량 중 16%가 일시적으로 공급 중단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펄프 가격이 최근 급등해 국내 인쇄용지 내수 가격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한 5월 들어 추가 인상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3·4분기 부터 상승세 둔화될 듯

하지만 펄프 가격은 2010년 6월을 단기적인 정점으로 상승세 둔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이유로는 첫째, 중국 펄프 수요의 감소다. 펄프 전망 기관인 호킨스 라이트(Hawkins Wright)에 따르면 중국의 인쇄용지 시장은 2007년 이후 공급과잉 구조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향후 중국 펄프 수요 성장률은 2003~2008년 12% 성장에서 2009~2013년 3%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지사 구조조정 ‘끝’…펄프 가격 ‘↑’
둘째, 칠레 펄프 업체들의 정상화 움직임이다. CMPC는 3월 말부터 일부 공장을 재가동하기 시작했고 아라우코(Arauco) 역시 4월 말 이후부터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셋째, 남미 지역에서 펄프 공급이 계속 확대되고 있고 중국 내 대규모 펄프 공장들의 신규 가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 펄프 공급의 25%를 차지하는 남미는 지속적으로 펄프를 증설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리즈하오(Rizhao) 공장은 오는 6월까지 연간 100만 톤 규모의 대규모 펄프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어서 하반기 이후 펄프 공급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분간 종이 값 상승세는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펄프 가격과 종이 값의 시차는 2~3개월간의 후행됐던 점을 감안해 보면 펄프 가격이 6월을 고점으로 하락세로 접어들 경우 종이 값의 추이는 4분기 이후부터 점차 안정세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4분기 이후에도 본격적인 종이 값의 하락세는 기대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4분기는 달력과 선물용 포장지 제조 등 인쇄용지 산업이 가장 큰 성수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펄프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든다고 인쇄용지 수요를 감안할 경우 종이 값은 오히려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펄프 가격의 급등세는 3분기 이후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최근 단행된 인쇄용지 구조조정의 효과와 3·4분기가 인쇄용지의 계절적 성수기임을 감안하면 종이 값은 여전히 강보합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제지사 구조조정 ‘끝’…펄프 가격 ‘↑’
약력 :
1976년생. 99년 동덕여대 경제학과 졸업. 99년 동양종합금융증권 애널리스트. 2007년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2009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현).

김미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huhu@eugene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