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24시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은 매달 실업률 통계를 발표할 때마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다. 정부가 발표하는 실업률이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고용 시장의 상황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3월 실업률을 4월 14일 발표할 때도 그랬다. 이날 발표된 3월 실업률은 4.1%.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소비와 투자도 지속적으로 회복되면서 고용 사정도 개선돼 전달의 4.9%보다 0.8%포인트 낮아졌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었다.

이에 대해 기자들은 ‘청년 실업률은 여전히 높지 않느냐’, ‘희망근로 등 공공부문 일자리가 늘었을 뿐 민간 일자리는 여전히 적지 않느냐’, ‘구직 단념자가 늘었는데 고용 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 등의 의구심 섞인 질문을 쏟아냈다.

그도 그럴 것이 4% 안팎의 실업률은 국민들이 보기에는 터무니없이 낮은 수치다.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청년부터 퇴직 후 재취업을 원하는 50~60대까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실업자가 100명 중 4명밖에 안 된다고 하니 정부 통계에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이다. 이직 등을 위해 자연스럽게 실업 상태에 놓이는 사람들도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자본주의 경제에서 3~4%의 실업률은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정부가 실업률을 발표할 때마다 언론이 곧이곧대로 쓰지 않고 ‘사실상의 실업자’ 등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면서 실질적인 실업률은 얼마라는 식으로 기사를 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믿음 안 가는 실업률 통계, 정부 대안은
그렇다고 정부 통계가 잘못됐다고 하기도 어렵다.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한 실업자 기준을 혼합해 실업률 통계를 작성한다.

즉, 실업률 조사를 실시하는 주간에 일을 하지 않았고 지난 4주간 일자리를 찾아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했으며 일자리가 주어지면 즉시 취업이 가능한 사람을 실업자로 집계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따라 통계를 내고 있을 뿐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모종의 왜곡이나 조작을 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서 원인 찾아야

구직 단념자와 단시간 근로자까지 모두 실업자로 간주해 ‘사실상의 실업률’은 얼마라는 식으로 한국의 실업률이 실제로는 10%를 넘어 미국 독일 등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분석에도 문제가 있다. 그런 기준으로 따지면 선진국의 실업률은 20%가 넘는다.

일부에서는 실업률이 아닌 고용률을 공식적인 지표로 쓰자는 주장도 내놓는다. 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가 얼마나 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전체 국민 중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 얼마인지를 보여주므로 고용 사정을 정확히 나타낼 수 있다는 게 고용률을 활용하자는 사람들의 얘기다.

그러나 이 역시 완벽한 대안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고용률의 맹점은 고용되지 않은 사람들이 전부 일자리를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3월 한국의 고용률은 57.8%다. 일자리를 갖지 못한 국민이 42.2%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 42.2% 중에는 학생이나 주부 등 굳이 일자리를 갖지 않아도 되는 사람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정부의 공식 실업률과 국민들의 체감 실업률이 차이가 나는 것은 통계상의 오류보다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아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체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아 선진국보다 실업자가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업률에 대한 문제 제기가 거듭되자 정부도 대안을 찾고 있다. 정부가 1월 실업률을 발표할 때 실업자에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 희망자, 단시간 취업자 중 추가 취업 희망자까지 포함한 취업 애로 계층을 별도로 발표했던 것도 그런 고민의 결과다.

정부는 취업 애로 계층 통계를 바탕으로 기존 실업률 통계의 보조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통계적 유의미성과 일관성 등을 검토 중이다.

현재의 실업률 통계가 고용 시장의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분명하지만 대안을 찾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정부가 국민들의 체감 실업률과의 차이를 줄이고 효과적인 고용정책의 바탕으로 삼을 수 있는 고용 보조지표를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내놓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승호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