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751호 (2010년 04월 26일)

나홀로족 사회의 공포

기사입력 2010.04.20 오후 03:41

나홀로족 사회의 공포

‘인생은 원래 혼자다,’ 인간은 끊임없이 타인과의 관계 하에 존재한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란 말이 현대사회에서 점점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사람들은 혼자 밥먹고, 혼자 놀고, 혼자 잠잔다.

심지어 죽음까지도 혼자서 맞기도 한다. 스스로 원했든, 상황이 만들었든 ‘홀로 살아가야 하는 이들’은 왜 우리 사회에서 늘고 있을까. 또 그들은 복잡한 사회속에서 고립돼 가고 있지는 않은가.

일본 NHK는 지난 1월 ‘무연사회(無緣社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무연사회는 혈연·지연 등을 통한 전통적인 개인 간의 조력 시스템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타인과 인연을 맺으려 하지 않는다는 개념이다. 이렇듯 사람들이 점점 고립돼 가며 나타나는 문제는 ‘고독사(孤獨死)’다.

일본에서는 한 해 3만2000명이 아무도 모르게 죽음을 맞이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고독사의 대부분은 사망 후 한참이 지나서야 발견되고, 사망자는 가족·친척들과 연락을 끊은 상태로 오랫동안 지낸 까닭에 망자를 거둘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

NHK의 ‘무연사회’ 방송에 대한 반향은 뜨거웠다. 방송되는 1시간 동안 NHK 게시판에는 1만4000건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의 많은 글은 대부분 30대 이상의 독신 남성들이 올린 것으로 그동안 사람들과의 인연을 등지고 살아온 자신의 미래를 보는 듯한 불안감에 휩싸였던 것이다.

NHK의 방송 이후 일본 언론들은 대대적으로 혼자 살아가는 ‘나홀로족’의 실태를 보도하고 나섰다. 일본 경제 주간지 다이아몬드 최근호는 세상과 단절하고 혼자 살아가는 이들의 고립감과 고독사의 사례 등을 집중 조명했다.

한 사례를 살펴보면 도쿄에 살던 83세 여성은 아무에게도 간호를 받지 못한 채 지난 3월 낡은 아파트에서 심부전으로 쓸쓸히 죽음을 맞았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야 발견됐다. 유품을 정리하는 가운데 나타난 그의 아들은 어머니의 결혼식 사진 등 어떤 유품도 간직하려고 하지 않았고 “어머니는 오래전부터 우리에게서 멀어져 얼굴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약 50년 동안 어머니를 만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아파트 인근의 주민들도 거의 그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고독사가 최근 급증하자 연고가 없는 망자의 유품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대행 업체가 등장, 전국적으로 수백 개에 이를 정도로 성업 중이다.

다이아몬드지는 무연사회의 원인으로 △핵가족화에 따라 고령자와의 동거가 많이 줄었다는 점 △독신의 증가 △아이를 가지려 하지 않는 라이프스타일 △사회적 관계를 맺는 직장에서의 비정규직과 대량 해고의 증가, 또 그에 따른 빈곤 문제 등을 꼽았다. 수십 년 동안 일본 사회가 겪었던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1인 가구 확대가 더해져 무연사회와 고독사라는 새로운 문제로 변이한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대책 마련에 발 벗고 나섰다.

1인가구, 5가구 중 하나

나홀로족 사회의 공포
현재 급속히 고령화사회로 진행되는 우리나라도 일본이 겪고 있는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수는 지난 2000년 226만 가구에서 2010년 현재 347만 가구로 10년 새 53.5% 증가했고 2030년에는 471만 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국 총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16.28%서 2010년 20.83%로 상승했고 2030년에는 24.85%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고독사에 대한 통계는 아직 국내에 없다. 다만, 2010년 기준으로 약 102만 명의 홀몸노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인 가구 중 60대 이상 고령 가구가 46.9%로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증가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인구사회학적으로 일본과 무서울 정도로 흡사하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1인 가구와 홀몸노인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무연사회처럼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두려움이 앞선다.

특히 홀로 살면서 심리적으로 느끼는 외로움과 고독감은 때로는 우울증·자살·범죄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 사회는 유교적 가족관을 바탕으로 가족과 친척의 연대와 책임 의식, 상부상조 의식이 사회문제의 예방과 치료에 지대한 기여를 해 왔다.

하지만 산업화에 따른 급격한 사회 변화는 가족 기능의 약화를 초래했다. 1인 가구가 확대되는 것과 함께 사람들과의 관계를 피하고 인연을 끊고 살려는 사람들이 소리 소문 없이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
사진=서범세·김기남·이승재 기자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입력일시 : 2010-04-22 1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