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본 나홀로족

‘나홀로족’의 증가는 단지 우리나라만의 특성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다. 2008년 다보스포럼에서는 ‘싱글 경제의 형성’이란 주제로 1인 가구 증가 현상을 소개한 바 있다. 2006년 기준 국가별 1인 가구 비율은 노르웨이가 38.5%로 가장 높고 독일(37.8%), 벨기에(33%), 프랑스(32.6%), 일본(27.5%), 미국(27.1) 순으로 3집 중 한 집꼴로 혼자 살고 있다.

서구의 1인 가구는 교육 수준과 소득이 높은 젊은 층의 나홀로족이 대세를 이루는 반면, 국내 1인 가구의 특징은 노인 가구의 비중이 크다는 점과 소득수준이 낮다는 점이다.

나홀로족 절반, 월소득 100만 원 이하

국내 나홀로족은 △산업예비군 △골드세대 △불안한 독신자 △실버세대 등 크게 4부류로 나눌 수 있다. 산업예비군은 서울에 유학 온 대학생이나 고시나 취업을 준비하며 혼자 살고 있는 20대 젊은 층이다.
노인가구 ‘쑥쑥’…소득수준 ‘뚝뚝’
이들은 대부분 대학가 원룸이나 고시원에 살며 경제력이 없는 까닭에 부모에게 생계비를 의존한다. 최근 청년 실업이 심화되면서 궁핍한 나홀로 생활을 길게는 10년까지 연장하는 이도 있다.

이에 비해 골드미스, 골드미스터로 불리는 고소득 독신자들은 나홀로 문화를 이끌고 있다. 주로 30대 초반에서 40대까지의 이 집단은 역세권을 중심으로 오피스텔이나 원룸에 거주하고 있으며 소득이 안정적이어서 소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골드 세대는 결혼 연령이 점차 늦어지면서 부양가족이 있다면 투입해야 할 시간과 경제력을 취미 활동이나 자기계발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불안한 독신자 그룹은 주로 30대 후반에서 50대까지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 이들 은 이혼으로 인한 싱글, 경제적 어려움, 기러기 가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가족이 해체된 결과 형성됐다. 다른 그룹에 비해 처한 상황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며 전반적으로 낮은 경제적 지위와 불안한 직업으로 사회의 부유(浮游)층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실버세대 1인 가구는 자녀들과 떨어져 살며 배우자마저 사별이나 이혼으로 떠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홀몸노인이라고 불리는 이 집단의 경우 경제활동을 거의 할 수 없으며 일이 있어도 생계만 겨우 유지할 수 있는 소일거리에 불과하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실버세대는 홀몸이 된 후 요양원에 거주하는 이도 있지만 대부분 사회적·정책적 보호 대상으로 ‘고독사(孤獨死)’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중 60대 이상의 비중이 2009년 기준 46.9%로 거의 절반에 이른다. 고령 가구는 전체 1인 가구의 증가세에 크게 기여, 2006년에 비해 고령 1인 가구는 3.9%포인트 증가했지만 20~30대 1인 가구는 23.0%로 3%포인트 감소했다.
노인가구 ‘쑥쑥’…소득수준 ‘뚝뚝’
1인 가구의 빈곤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전문직·사무직·서비스 및 기능직에 종사하는 1인 가구는 2006년에 비해 7.5%포인트 감소했다. 이에 비해 단순 노무 종사자와 무직의 1인 가구는 2006년에 비해 각각 4.3%포인트, 3.3%포인트 증가했다.

국내에서 나홀로족에 대한 관심이 최근 폭증했던 까닭은 그들이 소비력을 갖췄다는 전제였다. 그래서 나홀로족은 블루슈머(경쟁이 없는 시장의 새로운 소비자 집단) 중 하나로 일컬어지며 그들의 트렌드에 여러 산업이 집중됐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로워 삶을 다채롭게 즐기는 나홀로족은 일부 골드세대일 뿐 대부분의 나홀로족은 경제적 약자다. 1인 가구 소득분포를 살펴보면 월 100만 원 이하 소득자가 53.99%로 절반이 넘는다. 그리고 소비지출은 주거비에 대한 비중이 가장 높으며(20%) 식료품과 보건 부분의 소비 비중도 전체 가구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

주거 형태도 2009년 기준 자가는 40.8%, 보증부월세(집이나 방을 빌려 쓰는 대가로 보증금을 건 후 추가적으로 다달이 내는 돈)가 27.4%, 전세는 21.8%로 집계됐다. 주거비 부담이 큰 보증부월세는 2006년에 비해 7.4%포인트 증가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나홀로족은 외곽 지역보다 도심 지역에 거주하고 서울에서는 지하철 2호선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나홀로족은 다른 가구에 비해 대중교통 지향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종로 1, 2, 3, 4가동·을지로동·회현동 등 도심 지역, 연희동·명륜동·흑석동 등 대학가 주변, 신림 2·9동 고시촌, 역삼·영등포 등 상업 업무 집적 지역, 신림·논현·역삼·신길 등 다세대 주거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이지역 나홀로족 증가세에 따라 신림역 부근 여관 밀집촌은 최근 여관을 1인용 소형 주택으로 개조하는 붐이 일고 있다.

‘홀로’를 권하는 사회
노인가구 ‘쑥쑥’…소득수준 ‘뚝뚝’
나홀로족의 형태가 매우 다양한 만큼 급증하는 원인은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 우선 개인주의·실용주의의 확산이다. 젊은 나홀로족의 형성은 2000년 이후 급속히 진행됐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경제적 실리를 좇는 성향이 강해졌다.

젊은이들은 개인 간의 생활 방식 차이를 인정하면서 살기보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대로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실용주의가 빠르게 확산됐다.
그리고 취업이 힘들어지면서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홀로 수학해야 하는 시간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다. 우리 사회의 교육 경쟁과 치열한 노동시장의 경쟁 구조는 교육과 취업의 기회가 집중된 대도시에 젊은 층을 밀집시켜 가족과 떨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생활의 편의성 증가도 원인 중 하나다. 서울대 사회학과 박경숙 교수는 “이전에는 가족과 자원을 공유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지만 현대사회에는 혼자 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개인주의 확산이 더해져 나홀로족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혼인율이 감소하고 초혼이 늦어지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결혼을 미루거나 회피하는 현상은 신규 가족 단위의 형성을 급속히 둔화시키고, 이혼율 증가는 가족을 해체시켜 나홀로족을 양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노인가구 ‘쑥쑥’…소득수준 ‘뚝뚝’
고령 나홀로족의 경우 급속한 산업화, 남녀 평균수명의 차이, 황혼 이혼의 증가가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 사회에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고령의 부모와 함께 사는 전통적 가족은 쇠퇴했다.

일 때문에 도시로 떠난 자녀들은 핵가족을 이뤘고 시골에 남은 고령의 부모들은 서로를 의지해 살지만 한쪽이 사망할 경우 나머지는 홀몸노인이 된다.

2008년 기준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80.1세로 2000년 76세에 비해 4.1세 늘어났다. 하지만 여성의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6.8세 높아 사별 후 혼자 사는 여성 가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1인 가구 중 여성 단독 가구는 66.4%로 남성 33.6%에 비해 약 2배 수준이다. 그리고 20년 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한 황혼 이혼율 증가도 고령 나홀로족의 증가를 부추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가장 힘든 문제로 주거비용 등 경제적 측면과 외로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 감성적인 측면이 많았다. 특히 심리적 고립감은 나홀로족이 아무리 개인적 삶을 즐긴다고 하더라도 벗어날 수 없는 힘든 부분이다.

나홀로족의 증가로 인터넷 커뮤니티 등 사교 모임이 점점 활성화되지만 혈연 중심의 가족 문화가 퇴조하고 저출산, 홀몸노인과 자살자 증가 등 사회 병리적 문제는 늘어나고 있다. 저소득 1인 가구가 증가해 정부의 복지 지출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

박 교수는 “나홀로족이 증가하는 것은 인구구조상의 변화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며 “하지만 이에 따라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 즉 사회적 연대가 약해지는 위험에 대해 가족을 대체하며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