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 나홀로족 실태

지난 3월 말 부산 수영구 수영동에서 혼자 살던 김모(68)씨가 방 안에서 숨진 지 한 달 만에 발견됐다. 20여 년 전 이혼 후 혼자 살고 있던 김 씨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고 문이 잠겨 있다는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게 발견됐다.

경찰은 내부 침입의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김 씨 휴대전화의 마지막 통화 기록은 한 달 전인 것으로 밝혀져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제 혼자 사는 노인의 쓸쓸한 죽음은 더 이상 뉴스거리도 되지 못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현재 65세 이상 홀몸노인은 102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대다수는 경제적 궁핍과 외로움 속에서 힘겹게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령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와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 부족이 만들어낸 우울한 자화상이다.

노인 자살률 OECD 1위…대책 필요
서울 도봉구 무수골에서 혼자 살고 있는 오모 할아버지(90)(사진 얼굴 모자이크 처리해야 함)
서울 도봉구 무수골에서 혼자 살고 있는 오모 할아버지(90)(사진 얼굴 모자이크 처리해야 함)
통계청의 ‘장래가구 추계’에 따르면 2030년 65세 이상 1인 가구는 221만 가구로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전체 1인 가구의 거의 절반(49.6%)을 홀몸노인이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국 평균일 뿐이다.

지역별로 나눠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농촌 지역이 많은 전북 지역은 현재 노인 5명 가운데 1명이 혼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도가 작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도내 65세 이상 노인 27만7682명 가운데 배우자의 사별이나 이혼 등으로 혼자 사는 노인이 5만7340명으로 20.6%를 차지했다.

김영주 성신여대 교수의 연구 결과는 오늘날 홀몸노인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김 교수는 “홀몸노인은 동거노인에 비해 교육 수준, 월평균 가구 소득이 낮다”며 “대부분이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취약 계층”이라고 말한다.

성별로 나눠보면 더 걱정스러운 것은 여성보다 남성이다. 김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홀몸노인은 여성이 25.9%, 남성이 6.2%로 여성이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의 평균수명이 80.4세로 남성의 73.4세보다 긴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남성 홀몸노인은 여성보다 더 위험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김 교수는 “남성 홀몸노인은 전체 노인 중 차지하는 비율이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지만 적정한 수면을 하지 못하고 아침 식사를 거르며 스트레스 인지와 우울증·자살 생각의 위험률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궁핍·외로움·질병 ‘삼중고’
한국의 노인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라는 사실도 충격적이다. 핵가족화로 가족의 정서적 유대감의 약화와 이에 따른 외로움과 생활고, 노쇠가 가져오는 어쩔 수 없는 각종 질병,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노후 등 겹겹이 쌓인 문제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노인들을 내몰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통계청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08년 60세 이상 노인 자살자 수는 436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을 기준으로 할 때 한국의 노인 자살자는 인구 10만 명당 65~74세는 64.9명, 75세 이상은 109.6명으로 OECD 회원국 중 1위다. 노인 자살률이 가장 낮은 그리스(65~74세 4.9명, 75세 이상 6.3명)에 비하면 65~74세는 13배, 75세 이상은 무려 17배에 달할 정도다.

홀몸노인은 부양을 책임질 가족이 없거나 가족이 있더라도 같이 살고 있지 않아 현실적으로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홀몸노인의 급증은 결국 사회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홀몸노인과 관련해 개인이나 가족의 문제를 뛰어넘는 사회적 접근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최근 혼자 사는 노인이 많아진 데는 자녀에게 의지하지 않는 독립적인 삶을 선호하는 고령자들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보건복지부가 60세 이상 노인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8년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는 자녀와 동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조사한 ‘2008년 고령자 통계’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조사 대상 고령자 57%는 향후 자녀와 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또한 이들 중 84%는 요양시설이 아닌 자기 집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가능하면 오랫동안 요양시설이나 병원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며 살고 싶다는 욕구가 강한 것이다.

하지만 고령자들이 홀로 독립적인 삶을 꾸려가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건강이다. 대부분의 고령자들이 만성질환을 달고 산다. 60세 이상 인구 중 고혈압 질병률은 46%, 당뇨 20%, 관절염 42%에 달한다. 또한 고령자의 95%가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지니고 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게다가 65세 이상 고령자의 치매 질병률은 8.6%로, 무려 45만 명이 치매로 고통 받고 있다.

윤수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텔레케어 서비스가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고령자의 안전과 독립적인 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고령자의 집에 직접 방문해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문 간호, 목욕이나 식사·청소 등 이상 생활을 지원하는 방문 요양 또는 가사 지원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윤 연구위원은 “이러한 오프라인 서비스는 대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외로움을 달래는 데도 도움이 된다”며 “그러나 가격 부담이 크고 24시간 서비스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텔레케어 서비스 걸음마 단계
<1기업1나눔캠패인>
SK그룹 사회봉사단은 22일 '행복도시락센터' 1호점에서 만든 도시락을 독거노인과 결식이웃에게 나눠주고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20091022
<1기업1나눔캠패인> SK그룹 사회봉사단은 22일 '행복도시락센터' 1호점에서 만든 도시락을 독거노인과 결식이웃에게 나눠주고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20091022
반면, 정보기술(IT)을 이용한 텔레케어 서비스는 이런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텔레케어 서비스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상태다.

보건복지부가 2007년부터 ‘홀몸노인 u-케어 시스템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은 소규모이고 인지도도 낮다.
홀몸노인의 가정에는 전화기형 단말기와 출입·활동량 감지 센서, 화재·가스 감지 센서를 설치하고 홀몸노인의 활동량이 없거나 평소에 비해 현저하게 낮을 경우 생활관리사가 전화로 확인하거나 직접 방문해 안전을 판단하도록 하는 형태다. 정부는 2012년까지 서비스 대상을 12만 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자체들도 홀몸노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시는 혼자 사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노인돌봄종합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주 1~2회 직접 방문하거나 안부 전화를 하고 월 2회 이상 건강·문화·여가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실제 이 서비스의 혜택을 받는 홀몸노인은 얼마 되지 않는다.

2008년 현재 서울시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홀몸노인은 18만706명인 반면 노인돌봄종합서비스를 받는 대상자는 전체의 10%에도 못 미치는 1만7900여 명에 불과했다.

서울에서 홀몸노인 수가 가장 많은 노원구는 훨씬 적극적이다. 노원구는 지난해 구립 실버악단을 창단했고 지난 3월에는 전국 최초로 구립 실버카페도 문을 열었다. 또한 아름답고 보람 있는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죽음준비학교인 웰다잉 사업과 시니어 아카데미도 운영한다. 이는 홀몸노인의 우울증 예방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노원정신보건센터가 최근 구내 65세 이상 홀몸노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몸노인 10명 중 3명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 관계자는 “홀몸노인의 정신건강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위협 받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노인 보건복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승규 기자 skjang@kib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