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커닝햄 페덱스 아시아·태평양 회장

“경기 회복 확신…중국·한국·베트남 주목”
물류 산업은 일종의 경기후행지수 역할을 한다. 기계설비 산업이 일종의 경기선행지수 역할을 한다면 물류는 생산량의 증가·감소가 그대로 반영되는 후방산업의 일종이다.

통계 수치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보려면 중국 전체의 전기 사용량을 보라는 말이 있다. 물류 산업에서도 이와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세계 최대의 C2C(consumer to comsumer: 소비자 대 소비자) 특송 업체인 페덱스(Fedex)는 지난해 2월 아시아태평양 허브(Hub: 물류 집결지)를 기존의 필리핀 수비크(Subic)만에서 중국 광저우(廣州)시로 옮겨 가동을 시작해 14개월째를 맞고 있다. 광저우 허브는 기존 수비크 허브에 비해 3배 규모다.

이와 함께 올해 1월부터 신형 항공기인 보잉 777(B-777)을 중국 상하이~멤피스(미국) 노선에 취항한 데 이어 4월부터 홍콩~멤피스, 홍콩~파리 노선 운항을 개시했다. B-777은 현재 쌍발 항공기로는 가장 긴 적재량과 항속거리를 가진 기종으로 노후화된 B-747을 대체하고 있는 항공기다.

페덱스는 기존 MD-11을 대신하게 되는 B-777을 2014년까지 15대, 2019년까지 추가로 15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올해 4월까지 도입되는 4대 모두 아시아 지역에서 운항을 개시했다.

데이비드 커닝햄(david L. cunningham, Jr.) 페덱스 아시아·태평양 회장은 4월 12일 홍콩 만다린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향후 경기 상황을 긍정적으로 본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말을 뗐다.

경기가 언제 완전히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까. 최근의 아시아 허브 확장 이전과 신형 항공기 도입은 경기 회복과 관련이 있습니까.

저에게 경기 회복을 완전히 알 수 있는 마법의 구슬 같은 것은 없습니다만, 경기 사이클과 상관없이 페덱스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내 물동량, 아시아와 글로벌 물동량을 합하면 전 세계 항공 물동량의 45%에 이릅니다.

2009년 말 홍콩과 미국 간 무역 규모는 549억 달러, 홍콩과 유럽 간 무역 규모는 395억 달러로 금융 위기가 있었던 2008년 말에 비해 4~5% 성장했습니다. 홍콩 정부에 따르면 아시아와 유럽 교역은 올해 6.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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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덱스의 지난해 성과는 어땠습니까.


페덱스의 회계연도는 6월에 시작하는데 지난 3분기(2009년 12월~2010년 2월) 페덱스 그룹 전체 매출은 8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 성장했습니다. 영업이익도 4억16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9% 늘었습니다. 순이익도 2억39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46% 증가했습니다.

2014년까지 B-777 15대를 아·태 지역에 도입할 예정인데, 어디에 배치할 계획입니까.

현재 상하이~멤피스, 홍콩~멤피스, 홍콩~파리 노선에 4대를 배치했습니다. 향후 도입분에 대해서는 가장 효율적인 노선을 우리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도입 때마다 릴리스할 계획입니다. 2019년까지의 추가 구매는 옵션으로 두고 있습니다만 아시아가 가장 주목할 시장인 것은 확실합니다. 아시아 내에서 성장 가능성이 큰 나라는 중국·한국·베트남 순입니다.

B-777 도입으로 고객이 얻는 이득은 무엇입니까.

홍콩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익일 배송의 경우 기존에 비해 컷오프 타임(cut off time: 접수 마감 시간)이 두 시간 늘어 오후 6시 18분까지 가능해졌습니다. 또 업계 최초로 홍콩과 유럽 사이의 익일 배송이 가능해졌습니다.

아시아 허브를 수비크에서 광저우로 옮긴 것은 중국의 향후 성장성을 염두에 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보잉사의 전망에 따르면 중국을 필두로 해 아시아~아시아, 아시아~글로벌 항공 물동량은 향후 20년 동안 매년 5.4%씩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광저우 허브의 경우 광저우의 바이윈(白雲)공항 내에 있는데, 현재 시설을 그대로 또 지을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해 놓았습니다.

광저우시와는 30년 동안 사용 계약을 맺었는데, 그 사이 필요에 따라 현재의 2배 규모로 증설이 가능합니다. 현재 기존 공항 활주로를 야간에 사용하고 있지만 새로운 활주로를 2개 더 만들 계획입니다.

경쟁사인 UPS와 DHL이 상하이에 허브를 둔 것과 달리 광저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경쟁사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것이 페덱스의 원칙입니다. 다만 아시아 내 교역 흐름을 봤을 때 광저우는 가장 효율적인 연결이 가능합니다. 또 광저우 인근은 중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곳으로 중국 산업 생산의 10% 이상을 맡고 있고, 또 중국 수출의 30% 이상이 광저우를 통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의 시설 투자로 한국 고객들이 얻는 이익은 없습니까.

홍콩~멤피스 노선을 거치는 B-777은 인천을 잠시 경유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직접적인 서비스 개선은 없습니다. 다만 처리 용량이 늘어났기 때문에 물량이 넘쳐 지체되는 일은 없어졌습니다. 대신 광저우 허브 가동 이후 한국에서 중국으로 보내는 익일 특급(AsiaOne)의 마감 시간이 최대 두 시간까지 연장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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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페덱스의 독특한 기업 문화

전 직원 정규직…정년퇴직 줄이어

페덱스는 전 세계적으로 모든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뽑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는 사무직이나 배달원-페덱스는 이를 쿠리어(courier)라고 부른다-을 포함한 현장 인력에 공통적이다. 이 때문에 페덱스의 쿠리어들은 UPS나 DHL 같은 경쟁사 배달원들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정규직인데다 고용 안정성도 뛰어나다. 페덱스 코리아의 경우 매년 십수 명씩의 정년퇴직자들이 나올 정도다. 이는 페덱스의 기업 철학인 ‘PSP’와 관련이 있다. PSP(People-Service-Profit)는 회사가 직원(people)에게 최고의 대우를 하면, 직원도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service)를 제공하고, 이것이 회사의 경쟁력(profit)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사기업이 공기업 같은 고용 안정성을 갖춘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 한국의 고도성장 때처럼 인건비의 증가를 상쇄할 정도로 기업이 매년 성장하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렵다. 페덱스 측에 따르면 일단 임금수준이 업계 최고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라고 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회식비나 판공비 등의 불투명한 비용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 단체 회식이 아예 없고 직원들끼리 회식을 하더라도 각자 부담이다. 한국 지사장도 예외 없이 별도의 판공비는 주어지지 않는다.

또 하후상박(下厚上薄) 임금체계를 통해 임금 부담을 줄이고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때 프레드 스미스 페덱스 회장(창업자)은 연봉 50%를 반납했으며 한국 지사장도 40%를 반납하는 등 간부들의 연봉을 삭감했지만 근속 연수가 낮은 직원들의 연봉은 변함이 없었다.

임금에 대한 불만으로 회사를 떠날 수도 있지만 업무 외적인 스트레스가 없는 기업 문화 때문에 직원들은 대개 오래 근무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나 성과에 대한 업무 압박이 없다는 것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 어려운 물류 기업의 한계이기도 하다.

스미스 회장도 회사 분위기가 너무 정체되는 것 아닌가라는 고민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 세계 네트워크와 항공기를 확보해야 하는 특송 업종은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세계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데이비드 커닝햄 약력 : 1961년생. 미국 멤피스대학 재무학 학사·마케팅 석사. 1982년 페덱스 입사. 89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재무·기획 총괄. 92년 미국 본사 재무·기획 총괄. 94년 아시아 태평양 대표 및 최고재무관리자. 98년 남태평양 회장. 99년 아시아 태평양 회장(현).

홍콩= 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