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 강남구 개포동 주공단지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함께 강남 지역 재건축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개포동 주공단지. 오는 5월 강남구가 ‘개포지구 32개 단지 통합 마스터플랜’을 서울시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오랜 기간을 끌었던 재건축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하지만 시장 분위기는 가시적인 개발 호재에도 불구하고 얼어붙어 있었다. 주공 1단지와 마주한 S공인중개사무소 김모 소장은 현지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시장 움직임이 전혀 없는 상태”라며 긴 한숨부터 쉬었다.
주종을 이루는 42㎡의 경우 최고가가 8억5000만~8억7000만 원 선에 거래됐는데, 현재는 8억 원 수준이라는 게 김 소장의 설명. 시영 아파트도 7억5000만 원에서 현재는 5000만 원 정도가 빠진 상태다. 김 소장은 “급매물만 한 달에 한 건 정도 거래되는데 1억 원 정도는 빠져야 그나마 거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보금자리주택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시세가 떨어지는 추세니 여기도 별수 없죠. 작년 10월 12일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제2금융권 확대 발표 이후에는 그나마 있던 거래도 끊겼어요.”
1억 원은 빠져야 그나마 거래
은마아파트가 안전 진단 통과로 불붙을 줄 알았던 예상은 현재 보기 좋게 빗나가 있는 상황이다. 개포 주공의 경우 오히려 은마아파트의 학습효과로 ‘재건축에 들어가도 승산이 없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상황이다.
인근의 민영 아파트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김 소장은 “민영 165㎡대의 경우 18억~18억5000만 원 정도에 시세가 형성돼 있는데 현재는 1억 원에서 많게는 1억5000만 원까지 떨어져 거래되고 있다”며 “주로 대출 임계점에 온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솔직히 현재 시세와 급매물 간의 차이는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실 급매물이라는 게 시세를 형성한다고 봐야 해요. 이 정도 가격이 돼야 거래가 이뤄진다는 인식이 잡히기 시작하면 그게 바로 시세에 반영되는 거죠.
호가만 유지되는 것이지 실제 시세는 급매물을 기준으로 봐도 무방할 겁니다. 떨어지려면 아예 팍 떨어져야 우리 같은 사람들이 먹고살 수 있어요.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은 모두에게 좋지 않죠.”
1단지 49㎡의 경우 석 달 전만 하더라도 10억7000만 원에 거래되던 게 현재는 9억8000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지만 여전히 매수세는 없는 상황이다.
“어차피 재건축 시장이어서 매물이 많지 않아요. 2~3개 정도 나와 있으면 그런대로 거래가 된다고 봐야 하죠. 하지만 요즘엔 문의 전화조차 없는 형편입니다. 간혹 걸려오는 전화도 매도자뿐이죠. 매수자들도 ‘급매물이 있으면 연락 달라’는 식으로 간만 보는 상황이에요.”
김 소장을 비롯한 인근의 중개사들은 올 한 해는 하락 분위기로 갈 것이라는데 대체로 한목소리를 냈다.
인근 K사무소 손모 소장은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는 발표가 나도 가격은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재건축 기대감이 시세에 반영돼 있는 상태이고 재건축을 시작한다고 해도 입주까지 6~7년이 걸릴 텐데, 그때 아파트 가격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재건축 기대를 아예 저버린 사람까지 생겼을 정도다.
거리에서 만난 세입자 정모 씨는 전세 값만 상승해 80%에 이르는 세입자들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현재 42㎡의 경우 2000만 원 이상 오른 7000만~8000만 원에, 49㎡는 1억2000만~1억3000만 원, 56㎡는 1억4000만~1억50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강남 지역 아파트 중 비교적 전세 시세가 싸고 대단지라는 특성상 전세 값 상승 기조는 앞으로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버블이 심각하다고 생각해요. 20년 전만 해도 ‘억대 부자’란 말이 있었는데 지금은 1억 원이 우스운 상황이잖아요. 돈의 가치가 너무 떨어진 거죠.”
인터뷰 말미에 나온 S공인 김 소장의 말이 현재의 개포동 주공단지의 침체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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