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 business 제 751호 (2010년 04월 26일)

돈 대신 ‘명예’·‘권위’가 최고 만든다

기사입력 2010.04.20 오후 03:41

매년 4월 초 전 세계 골프 팬들을 설레게 하는 마스터스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마스터스가 이러한 명성을 갖게 된 배경에는 비상식적인 ‘역발상 마케팅’ 전략이 있다.

보통 골프 대회는 기업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는다. 대회 상금 및 경비를 대고 대회명 앞에 기업의 브랜드를 노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마스터스는 74년간 단 한 번도 기업의 이름을 허용하지 않았다.

마스터스에서는 그 어떤 기업도 이름을 내걸고 마케팅 활동을 펼 수 없다. 개최지인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어디에도 기업 브랜드를 표시한 광고 입간판이나 현수막을 발견할 수 없다.

AT&T, IBM 등 극소수의 기술 지원 기업만이 코스 밖에서만 제한적으로 기업 로고를 내걸고 있을 뿐이다. 기업들로부터 막대한 후원금을 얻어낼 수 있는 타이틀 스폰서와 다양한 서브 스폰서를 포기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TV 중계권료를 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마스터스의 경우 1, 2라운드는 미국 내 최대 스포츠 채널인 ESPN이 중계하고 3, 4라운드는 CBS가 중계한다. 그런데 광고하는 기업이 단 3곳에 불과하다.

마스터스에서는 그 어떤 기업도 이름을 내걸고 마케팅을 할 수 없다.

마스터스에서는 그 어떤 기업도 이름을 내걸고 마케팅을 할 수 없다.

4시간 넘게 중계하는 동안 AT&T와 엑슨모빌, IBM 등만 반복적으로 광고를 내보낸다. 광고도 그리 자주 내보내지 않는다. 마스터스 주최 측의 요구로 CBS는 1시간 동안 딱 4분만 광고를 할 수 있다. 그것도 하루 총 16분을 넘으면 안 된다.

미국에서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은 판매하는 광고 개수만 무려 62개가 넘는다. CBS 자체 광고까지 포함하면 100여 개가 넘는 광고를 봐야 한다. 슈퍼볼 경기 시간은 1시간이지만 끝나는데 작전 타임, 공수 교체 등의 이유로 보통 3∼4시간이 걸린다. 나머지는 모두 광고로 채워진다.

미국 남자프로골프협회(PGA) 투어와 별도로 중계권 협상을 하는 마스터스는 중계권료가 3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장기 계약도 하지 않는다. 1년 단위로 계약하는데 CBS에 준다.

대기자 접수는 1972년부터 중단

미국 주요 방송사들에 스포츠 대회 중계권은 생명과도 같다.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베팅하기 일쑤다. 폭스채널은 미식축구 중계를 위해 지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8년간 57억6000만 달러를 지불했다.

ABC는 6년간 미국 프로농구협회(NBA)의 농구 경기를 중계하는 조건으로 46억 달러를, CBS는 미국 대학체육협회(NCAA)의 경기를 11년간 독점 중계하는 조건으로 60억 달러를 내놓았다.

마스터스는 마음만 먹으면 중계권료로 최소한 1억 달러 이상을 챙길 수 있다. 그러나 마스터스는 돈 대신 권위와 명예를 택했다. 중계권료를 낮게 책정해 입맛에 맞는 방송사를 선택하고 광고를 줄이면서 대회 권위를 높였다. 이러한 ‘독특한 마케팅’은 최고 대회라는 명성을 안겨줬다.

입장권 수입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 마스터스는 ‘패트론(patron)’이라고 불리는 갤러리들이 평생 관람권을 소유하고 있다. 약 4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사람들이 죽어야 대기자에게 권한이 넘겨진다.

원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대기자 접수는 지난 1972년에 중단됐다. 패트론들은 연습 라운드와 본 대회 1~4라운드를 포함한 1주일 통용권을 200달러 안팎에 구입할 수 있다. 마스터스 측은 입장권 판매 수입으로 대략 1000만 달러 정도를 챙긴다.

해마다 가격을 올려도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관람 자체가 ‘특권’이 되면서 입장권의 가치가 수십 배로 폭등하기 때문에 수백 달러 정도 내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다.

인터넷과 암표 시장에 흘러나온 입장권은 보통 2000달러가 넘는다. 마스터스가 입장료로 돈을 벌 생각만 먹으면 지금보다 10배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마스터스는 돈에 연연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총 5000만 달러 안팎의 수입을 올렸으며 이 중 800만 달러를 수익으로 남겼다. 올해는 새 연습장과 주차장 건설로 1억4000만 달러를 쓰기도 했다.

타이틀 스폰서, TV 중계권료, 입장료 수입 등 수억 달러의 기회비용을 포기했지만 마스터스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그들만의 독특한 이미지와 명예를 구축했다. 보다 큰 것을 얻기 위해 눈앞의 이익을 버리는 ‘역발상 전략’은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 주)= 한은구 한국경제 문화부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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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0-04-23 1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