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최근 베이비붐 세대의 특징을 발표했다. 통계청이 실시한 각종 사회 조사 결과 중에서 베이비부머와 관련된 사항을 발췌해 만든 자료였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또한 베이비부머의 한 사람으로서 이 자료가 제시한 몇 가지 통계들은 아주 흥미로웠다.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의미한다. 총인원은 약 712만 명으로 추정되며, 이는 현재 전체 인구의 14.6%를 차지한다. 많은 베이비부머들이 원하는 만큼의 공부를 하지는 못했지만 부모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부담을 지고 있었다.

베이비부머의 부모들 10명 중 7명은 자식들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베이비부머들의 99.1%는 부모가 자녀의 대학 교육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무려 68.5%는 부모가 전부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부모가 미취업 성인 자녀(미혼)의 용돈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74.3%였으며 자녀의 결혼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90.0%에 달했다. 주목되는 점은 자녀의 결혼비용을 전혀 지원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10.0%인 반면 전부 부담하겠다는 비율이 9.5%를 차지했다. 이 비율들은 15세 이상 인구에서 나타나는 비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통계를 보면서 한국의 베이비부머들은 냉철한 현실 인식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밀려왔다. 물론 자식으로서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고, 또한 부모로서 자식들의 대학 교육과 결혼비용까지 지원해 줄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베이비부머들이 당면한 현실과 직면하게 될 미래는 결코 녹록하지 않다. 무엇보다 베이비부머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부모 세대에 비해 엄청 오래 살 것이라는 점이다.

과거에는 자식들에게 대학 교육을 시키고 결혼비용까지 지원해 준 것은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투자와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나중에 부모가 연로해지고 소득 창출 능력이 없어지면 투자에 대한 수익으로서 자식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었다.

지금 베이비부머들이 부모의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는 모습은 베이비부머 부모들의 투자의 결과다. 그런데 현재의 베이비부머가 부모로서 하고 있는 자식에 대한 투자는 베이비부머의 부모가 자식인 베이비부머에게 했던 투자와 유사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을까.

한국 가구의 자산 보유 현황을 가구주 연령별로 구분해 보면 50대 중반에서 최정점을 이루고 이후 상당히 빠른 속도로 하락한다. 이 시기 이후부터 주된 직장에서의 퇴직으로 인해 통상적인 소득이 감소하고 자식들의 대학 교육비와 자녀들의 결혼비용에 이르기까지 지출이 대폭 확대되면서 가구 자산은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

이와 같은 모습은 미국 가구와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가구주 연령이 60대 중반에서 가구 자산이 최정점을 이루고 이후에도 완만히 하락한다. 미국 가구의 경우에는 가구주 사망 시에도 상당한 자산을 남기는데 여기에는 상속 동기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식에 대한 사전 상속은 부모의 평균수명이 60∼70대일 때는 유효한 방법일 수 있지만 80대를 넘어 90대를 넘보는 현시점에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과다한 사전 상속은 자식을 나약하게 만들고 부모를 빈곤하게 만드는 공멸의 길이 될 수도 있다.

베이비부머들은 지금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직장에서 은퇴한 후에도 소득 활동을 계속하려면 자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 훈련과 건강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제한된 자원 내에서 자식에게 과다 투자되고 있는지 냉철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자식에 대한 투자 조절이 부모와 자식에게 궁극적으로는 이득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베이비부머를 위한 작은 충고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약력 : 1964년생. 86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91년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박사. 92년 대우경제연구소 금융팀장. 97년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현). 2002년 기획예산처 기금평가위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