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751호 (2010년 04월 26일)

정부 의지 '강력'…6월 이후 본격화

기사입력 2010.04.20 오후 03:47

금융 위기 때문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메가뱅크'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의지를 보이며 '대어' 우리은행의 민영화가 수순을 밟아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KB금융·하나금융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금융지주사들도 글로벌 은행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최고의 방안으로 인수·합병(M&A)을 선택하고 대어 잡기에 나서고 있다.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는 '메가뱅크'의 탄생 시나리오들을 쫒아가 봤다.

대외 활동을 꺼리던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모처럼 만에 전면에 나섰다. 강 행장은 4월 2일 열린 정기 조회에서 임직원들에게 ‘제1금융지주회사에 걸맞은 리더십’을 강력히 주문했다.

특히 강 행장은 이 자리에서 ‘메가뱅크’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앞으로 메가뱅크가 현실화될 경우 KB국민은행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치열한 금융대전에서 웃는 기업은 바로 국민은행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정부 의지 '강력'…6월 이후 본격화
강 행장뿐만 아니라 최근 국내를 대표하는 은행 및 지주회사 리더들이 연이어 메가뱅크로의 도약 의지를 강력히 보이고 있다. 메가뱅크는 국내 은행끼리 M&A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초대형 은행을 만들자는 방안이다.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4월 1일 “7월 이후 은행권의 M&A 윤곽이 가시화되면 적극 나서겠다”며 지난해보다 훨씬 좋은 실적이 예상되는데 지금의 분위기를 연말까지 계속 이어나가자”고 당부했다.

또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도 4월 2일 창립 9주년 기념사에서 “올해 안에 우리금융 민영화에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영화와 금융 산업 재편이 어떠한 방식으로 전개되더라도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메가뱅크에 대한 논의가 각 은행 및 금융지주사의 리더들이 M&A에 대해 직접 언급할 만큼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이에 대한 키를 쥐고 있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중경 경제수석 행보 ‘주목’

먼저 금융권에서는 청와대 경제수석에 최중경 주필리핀 대사가 내정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최 수석은 기획재정부 차관 시절 강만수 전 재정부 장관(현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과 함께 은행의 대형화를 추진했다. 당시에는 때마침 불어 닥친 미국발 금융 위기로 흐지부지됐지만 올 들어 경제 상황이 호전되면서 메가뱅크 탄생의 물꼬를 틀 핵심 인물로 그가 돌아왔다는 게 금융권의 관측 중 하나다.

특히 일각에서는 메가뱅크 탄생에 이명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다는 관측도 있다. 바로 대통령의 대표적 비즈니스 실적으로 거론되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 과정에서 메가뱅크의 부재로 여러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다.

먼저 작년 말 UAE 정부는 공사 이행을 위한 은행 보증서를 요구했다. UAE는 ‘신용 등급 AA 이상이며, 세계 50대 은행일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조건을 충족하는 은행이 국내엔 없었다. 국내에 있는 외국계 은행의 보증서를 제출했지만 꽤 많은 수수료를 지급했다는 후문이다.
메가뱅크의 부재는 지금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애초엔 UAE 원전 수출과 관련해 3월 말까지 자금을 조달할 대주단을 국내외 금융회사들로 꾸려질 예정이었다. 한전 컨소시엄이 수주한 금액은 186억 달러로 정부는 이 중 절반인 93억 달러를 대주단을 통해 차입할 계획이지만 원전 사업 수행 회사(SPV)에 대한 출자, 직접 대출, 대외 채무 보증 등을 놓고 국내 금융사들이 머뭇거리면서 지금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국내 금융사들은 역마진을 볼 수 있다. 이는 UAE 건설에 참가할 한전이나 우리나라 은행들의 신용 등급이 아랍에미리트원자력공사나 외국 금융사보다 낮아 이들보다 고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이 사업은 60년에 걸쳐 진행될 정도로 장기 프로젝트여서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국내 금융사들이 참여를 꺼리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올해 말까지 출자 자금 지원을 완료해야 하는 정부는 초조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지방선거가 끝나는 6월 2일부터 메가뱅크 시나리오가 빠르게 가시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가뱅크는 선택 아닌 필수다

정부뿐만 아니라 국내 은행들 역시 메가뱅크로의 재탄생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규모의 경제 창출을 통한 경쟁력 강화, 영업 지역 및 업무 다변화에 따른 위험 분산, 새 수익원의 창출 등 여러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실제로 세계 14위에 오른 경제 규모에 비해 국내 은행들은 지나치게 작다. 한국은행이 작년 ‘더 뱅커’지의 조사를 토대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1000대 은행 중 국민은행은 기본 자본 기준으로 74위, 총자산 기준으로 87위에 그쳤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또한 각각 기본 자본 기준 82위·91위, 총자산 기준 81위·89위에 머물렀다. 기본 자본 기준 1위로 파악된 JP모건앤체이스은행(1361억 달러)과 국민은행(121억5000만 달러) 간의 자본 차이는 무려 11배에 달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국내 은행 산업은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는 1~2개 초대형 은행과 국내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2~3개의 중대형 은행, 다수의 지역 은행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중에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는 메가뱅크 방안의 핵심은 바로 민영화가 추진 중인 ‘우리금융과의 짝짓기’를 누가 성공하느냐다. 시장에서는 국민은행(KB금융지주)과 하나은행(하나금융지주)을 최우선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4월 초 정부 지분 7%를 블록딜(대량 매각)을 추진하며 민영화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우리은행의 작년 말 기준 총 자산은 238조 원이다. 만일 우리은행이 자산 규모 269조 원의 국민은행과 합병한다면 자산 규모 507조 원의 초대형 은행이 단숨에 탄생한다. 자산 규모 151조 원인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합쳐도 자산 규모는 389조 원으로 불어난다. 어떤 경우에도 세계 50위권 진입이라는 ‘가시적 목표’는 이뤄지는 규모다.

국민은행이나 하나은행 모두 우리은행과의 합병에 대한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 먼저 최근까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하나은행의 경우 자산 규모 122조 원의 산업은행이 민영화 수순을 걷고 있는데 따라 업계 4위 자리까지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M&A에 대한 의지는 그 어느 은행보다 강하다.

정부가 메가뱅크 탄생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면서 은행권 M&A가 가속화되고 있다. 사진은 우리은행 본점.

정부가 메가뱅크 탄생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면서 은행권 M&A가 가속화되고 있다. 사진은 우리은행 본점.


특히 김 회장은 우리은행 매각의 키를 가지고 있는 정부측, 그중에서도 이명박 대통령과의 친분이 두텁다는 장점이 있다. 또 보람·충청은행 등 여러 차례의 합병 경험이 있고 프라이빗 뱅크(PB)와 소매 분야가 강한 하나은행의 노하우와 기업금융에 강한 우리은행의 영업력이 결합하면 시너지가 가장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하나은행의 규모다. 물론 현재 우리은행 민영화의 가장 유력한 방식으로 거론되는 ‘대등 합병(주식 대 주식의 교환)’을 통한 노르드방켄 모델을 거친다면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자산 규모 151조 원에 불과한 은행이 자산 규모 238조 원이나 되는 우리은행을 합병하는 게 상식적인 일인가 하는 것이다.

금융지주 차원에서 따지자면 우리금융지주의 자산 규모는 318조 원, 하나금융지주의 자산 규모는 169조 원으로 차이가 더 벌어진다. 이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자신보다 덩치가 큰 회사를 인수하려는 것은 무리수”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간 합병 때의 정부 보유 지분은 30.8%에 이르러 민영화의 의미가 퇴색된다.

그 결과 세계무대에서 ‘큰소리’칠만한 규모의 메가뱅크가 목적이라면 오히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합병이 보다 유력하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합치면 정부 지분은 18.7%대로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최근 공석인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등 거물급 친정부 인사가 거론된다는 점에서 ‘우리은행 짝짓기’의 무게중심이 국민은행 쪽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등장하고 있다.

물론 ‘국민은행+우리은행’ 역시 문제점이 있다. 바로 시너지 효과다. 한 증권사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두 곳이 합칠 경우 자산 규모 500조 원의 메가뱅크가 된다는 것 외에는 중복 사업과 고객층이 겹치는 부분이 지나치게 많아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경우 KB금융의 주요 주주인 외국인 투자가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 결과 빠르게 대두되는 가설 중 하나가 우리은행이 보다 주도권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다는 논의다. 사실 합병이라고는 하지만 지금까지는 우리은행이 타 은행에 어떻게 흡수되느냐의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정부는 메가뱅크의 향후 운영에 대해 입김을 넣으려고 할게 분명하다.

정부는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 확보’가 필요한 것이지 은행 산업에서 발을 떼고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팔성 회장이 밝혔듯 우리금융 중심으로 기타 은행들이 ‘헤쳐 모여’를 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는 중이다.

조용한 ‘신한’의 속내는 뭘까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이에 따라 메가뱅크 시나리오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은 외환은행·산업은행(산은금융지주)·기업은행·신한은행(신한금융지주)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외환은행은 은행권 M&A의 중심에 있었다. 특히 자산가 고객이 많고 기업금융과 외환 업무에 강한 외환은행의 특성 때문에 국내 은행들의 구애가 이어졌었다.

하지만 ‘대어’ 우리은행의 등장으로 시장의 관심이 빠르게 멀어지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지난 4월 14일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 등 국내 대표 금융지주사가 모두 외환은행 M&A를 위한 비밀유지동의서(CA) 발송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이는 이들 금융지주사가 외환은행 인수에 현재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은행 민영화가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난다면 이를 놓친 금융지주사로서는 필승의 각오로 인수전에 뛰어들어야 하기 때문에 언제든 태풍의 눈으로 부상할 수 있다.

특히 만약 우리+외환+기타 은행의 라인업이 갖춰진다면 어떤 경우에도 규모는 물론 시너지 차원에서도 큰 폭발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자산 규모 122조 원의 산업은행 역시 우리금융과의 합병에 욕심을 낼 필요성이 있다. 정책금융공사와 분리 이후 상업은행으로 재탄생하는 중인 산업은행은 현재 지점이 40여 개에 불과하다. 아무리 기업금융에 강하다고 할지라도 소매금융이 ‘전무’하다면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강정원 국민은행장

강정원 국민은행장

하지만 시장에서는 산업은행은 “민영화가 끝난 후에나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기업은행의 경우 중소기업 지원 중심의 업무 특성상 당분간은 민영화나 합병 등의 과정보다 정부가 조용히 끌고 갈 확률이 높다.

재미있는 것은 타 은행들에 비해 신한은행의 행보가 비교적 조용하다는 점이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국내 은행에 관심이 없다’며 일찌감치 인수전에서 발을 뺀 모습이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 측은 금융지주 간 합병 후 고객 혼란과 이에 따른 이탈을 틈타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내놓고 있다고 한다.

민유성 산은금융 회장

민유성 산은금융 회장

실제 신한은행의 최근 수신 고객 증가 추이는 국민·우리·하나은행 등을 능가하고 있어 이런 전략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자산 규모 233조5000억 원의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합병한다면 471조5000억 원의 메가뱅크가 탄생한다.

이 경우 정부 보유 지분도 19.4%로 줄어든다. 이처럼 다양하게 추측되고 있는 메가뱅크가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 덩치만 키운다고 해서 글로벌 은행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은행권, 민영화를 통한 수입 확보와 메가뱅크 탄생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정부 양쪽의 필요성이 맞물려 이뤄지고 있는 이 시나리오는 분명 새 도약을 꿈꾸는 한국 금융 산업에서 거대한 태풍이 될 게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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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세계의 은행 민영화 모델

지분 매각·자사주 매입·대등 합병으로

국유화했던 은행을 민영화한 대표적 해외 사례로는 크게 세 종류가 있다. △소수 지분 매각과 자사주 매입을 거쳐 합병 방식으로 민영화를 이룬 스웨덴 노르드방켄 △단계적 지분 매각을 선택한 호주 커먼웰스뱅크 △정부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하면서도 일절 간섭하지 않아 ‘경영’ 민영화를 추구한 노르웨이 덴 노르스케 등이다.

이 가운데 노르드방켄의 민영화 모델은 소수 지분 매각과 자사주 매입을 거쳐 대등 합병(주식 대 주식의 교환) 방식으로 정부 지분율을 낮춘 점, 합병 후에도 정부가 1대 주주로 남아 있지만 경영 민영화를 보장한 점 등이 포인트다. 특히 우리금융이 지난 4월 초 7%의 지분을 매각한 것,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이 자사주 매입을 시사한 것 등을 고려한다면 앞으로의 전망을 위해 가장 주목해 봐야 할 모델이다.

1992년 2월 국유화된 노르드방켄은 3년 후인 1995년 10월 34.5%를 공모 방식으로 매각해 정부 지분율을 65.5%로 낮췄다. 이듬해 9월엔 6%를 자사주 형식으로 매입해 소각했다. 노르드방켄은 1997년 10월 핀란드계 은행인 메리타와 2003년 3월 덴마크계 은행인 유니덴마크와 잇달아 합병해 북유럽 최대 금융그룹인 노르디아 그룹으로 재출범했다. 두 차례 합병으로 스웨덴 정부의 지분율은 19.8%로 떨어졌다.

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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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0-04-26 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