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vs 나이키 ‘숙명의 대결’

최근 발간된 비즈니스위크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결승전이 끝난 직후 아디다스 최고경영자(CEO)인 허버트 하이너가 미국 플로리다 주에 있는 케네디 우주센터를 방문했다. 그때 휴대전화로 긴급 전화가 걸려 왔다.

독일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인 호스트 슈미트였다. 그는 “나이키가 독일 대표팀과 계약하려고 한다”고 알려줬다. 독일 회사인 아디다스는 독일 대표팀과 1954년부터 독점적으로 후원 관계를 맺어오고 있었다. 소식을 접한 직후 하이너는 독일 대표팀에 그동안 후원 금액의 2배인 연간 2000만 유로를 주기로 하고 나이키의 접근을 차단했다.
[한은구의 마이애미 통신] 남아공 월드컵서 피 말리는 ‘접전’ 예고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라이벌 대결은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서로에게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피 말리는 접전이 예상된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아디다스가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월드컵 전 경기에서 독점적으로 광고를 한다. 출전국 가운데 독일·남아공·스페인·프랑스·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일본·덴마크·슬로바키아·그리스·멕시코·파라과이 등 가장 많은 12개 국가 대표팀을 후원하며 축구에서 ‘지존’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12개 대표팀 가운데 독일·프랑스·아르헨티나 등 6개 대표팀에만 연간 1억2500만 달러를 쏟아 붓고 있다. 하이너 CEO는 “축구는 회사의 심장”이라고 공언하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1위 자리를 수성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아디다스는 거의 유일하게 나이키에 앞서 있는 축구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사운을 걸고 뛴다. 이에 따라 월드컵 기간 전후로 총 2억 달러의 돈을 쏟아 부을 계획이다. 올해 17억 달러 이상의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도 숨기지 않는다.

나이키 38%, 아디다스 34% 점유율

아디다스는 지난 2006년 38억 달러를 주고 인수한 리복의 성장을 검증해야 하는 데다 야구와 농구 등에서도 나이키와 힘겨운 승부를 벌여야 하기 때문에 ‘기 싸움’에 밀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나이키 브랜드는 월드컵 출전국 가운데 브라질·네덜란드·미국·포르투갈·한국·호주·뉴질랜드·세르비아·슬로베니아 등 9개국을 후원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인수한 영국의 축구 브랜드 ‘엄브로(Umbro)’가 영국을 후원하고 있으니 총 10개 대표 팀을 후원 중이다. 나이키 브랜드는 브라질·포르투갈 등 5개국 대표팀에 유니폼과 축구화 등을 공급하는 대가로 총 7500만 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스포츠 용품으로 세계 1위인 나이키는 아디다스에 열세를 보이고 있는 축구에서도 1위에 오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나이키 브랜드의 찰리 덴슨 회장은 최근 마켓워치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나이키를 가장 크고 최고의 축구 브랜드로 키우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키는 앞으로 ‘엄브로’의 진가가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한다. 나이키는 유럽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고 아시아 시장에서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발 산업 전체로 보면 나이키는 38%, 아디다스는 34%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나이키는 월드컵 기간에는 월드컵과 관련된 광고를 TV에 노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나이키는 월드컵 기간에 온라인을 통해 ‘게릴라식’으로 광고할 예정이다.

나이키는 구글과 함께 축구 팬을 위한 첫 소셜 네트워크 ‘조가닷컴(Joga.com)’을 만들었다. 140개국에 14개 언어로 서비스할 예정이며 ‘마이스페이스닷컴(MySpace.com)’처럼 축구팬끼리 좋아하는 선수와 팀에 관한 대화를 나누도록 하고 비디오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나이키 홈페이지에서도 유명 스타들의 경기 내용을 담은 비디오 클립을 아이팟이나 휴대전화, 플레이스테이션 등에 담아갈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남아공 월드컵은 32개국의 생존경쟁에 곁들여 아디다스와 나이키 간의 운명적인 한판 대결이 또 다른 관전 거리를 제공할 전망이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 주)= 한은구 한국경제 문화부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