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이냐 쪽박이냐 장외주식 길라잡이
장외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삼성생명과 만도 등 미리 선점한 알짜 장외 주식이 황금알을 낳는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는 투자 대안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덤볐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상장이나 기업공개(IPO)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도 어렵고 기업 정보를 알아내는 것도 힘든 게 사실이다. 여기에 개인 대 개인의 직접거래라는 매매 방식 또한 안전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장외시장의 개념부터 거래 방법, 최근 주목 받는 장외 우량주까지 점검해 본다.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 위기는 전 세계 투자자들의 자금을 꽁꽁 묶어두며 침체의 시작을 알렸다. 여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그리스를 중심으로 한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적자 문제가 대두됐다.

그리스에만 1100억 유로, 유로존 안정화 기금으로 7500억 유로의 엄청난 구제금융이 지원됐지만 사태를 낙관하는 목소리를 찾기는 힘들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그리스 사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유로존 사태가 금융 위기의 2단계에 들어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 여기에 고용 불안정과 저성장까지 겹친 경기 침체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부동자금을 만들어내고 있다. 초유의 구제금융으로 안정화 기미를 보이던 주식시장은 유로존 붕괴 시나리오까지 나오면서 다시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강남 불패’ 신화를 쓰던 부동산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재개발·재건축, 신규 분양을 막론하고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침체에 빠져 있는 상태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최근 시중의 단기 부동자금이 600조 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위기감 증폭, 그로 인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 증대가 투자의 선순환을 막고 있는 것이다. 최근 공모시장, 유상증자,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과도한 투자금이 쏠리는 현상 역시 대안 투자처를 찾지 못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한 치 앞을 전망하기 힘든 투자시장에서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장외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삼성생명’과 ‘만도’가 공모주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린 것이 계기다. 물론 공모주 시장은 주식 직접투자에 비해 안전한 투자 방법이다.

하지만 상장 이전, 즉 장외 주식이었을 때는 사정이 다르다. 몇몇 대형주의 경우 장내 거래가가 장외 거래가보다 낮아 손해를 볼 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상장 후 큰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것이 비상장 장외 주식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상장하면 대박 터진다?

올 들어 벤처기업 투자가 활성화된 것도 장외시장의 가능성을 새삼 주목하게 만들고 있는 요인이다. 중소기업청은 올 1분기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77% 늘어난 1678억 원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보통신 부문이 531억 원으로 89%나 증가했고 생명공학 부문도 1678억 원으로 77% 성장했다. 특히 두드러지는 내용은 창업 3년 미만의 기업에 대한 투자가 작년 동기 237억 원에서 올해 501억 원으로 두 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거품’으로까지 불리며 힘을 못 쓰던 국내 벤처기업이 서서히 기지개의 날개를 펴고 있는 것. 수준 높은 기술력과 창의적인 아이템으로 무장한 벤처기업의 증가는 장외 주식 시장을 확대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가 운영 중인 장외 주식 거래 서비스 프리보드는 개장 첫해인 2000년에 하루 평균 6억7000만 원어치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2010년 4월 현재 2억 원에 못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당시의 벤처 붐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장외시장에 대한 정확한 통계나 자료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제도화된 실체가 없는 시장이기 때문에 정확한 거래 금액이나 시장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개인 대 개인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의 특성상 명확한 규모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대박이냐 쪽박이냐 장외주식 길라잡이
사설 사이트가 제공하는 시세 정도가 개인이 알아볼 수 있는 거래 관련 통계다. 다만 예탁결제원의 자료를 들여다보면 거래 건수와 거래량 등을 추산해 볼 수 있는데, 2009년 한 해 동안 약 38만4000건에 70억4900만 주가량이 거래된 것으로 추산된다.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과 비교하면 15% 정도에 불과한 작은 시장이지만 절대적인 거래 액수나 고수익 측면에서 봤을 때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또 다른 주식시장이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