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 제일모직 갤럭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월드컵 대표팀 공식 슈트 눈여겨보세요”
졸업과 취업을 앞둔 학생들과 젊은 직장인들이라면 이번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 경기 때 한국 대표 선수들이 공식 행사 때 입고 나올 슈트(suit)를 눈여겨봐야 할 듯하다.

이미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영국 대표팀은 아르마니, 이탈리아 대표팀은 돌체앤가바나, 프랑스 대표팀은 크리스찬 디올, 일본 대표팀은 던힐을 대표팀 슈트로 선정해 장외 스타일 경쟁을 벌인 바 있다. 한국 대표 선수들도 이번 월드컵부터 트레이닝복이 아닌 정장을 입게 된다.

선수단 슈트의 디자인을 총괄한 이은미 제일모직 갤럭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는 1991년 제일모직 갤럭시(Galaxy) 디자인팀에 입사한 뒤 20년 동안 남성 정장의 디자인만을 맡아 왔다.

그는 “선수들이 입은 옷들의 특징은 젊고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를 잘 드러낼 수 있도록 하면서도 기본적인 클래식(timeless classic)을 벗어나지 않도록 했다”며 “요즘 젊은 남자들이 정장을 잘 입고 싶다면 참고할 만하다”고 얘기했다.

이 CD에 따르면 선수들이 입은 그레이 컬러는 사회 초년생에게 가장 무난한 컬러다. 코치 등 스태프들이 입은 네이비 컬러도 한두 벌의 정장을 산다면 꼭 갖춰야 하는 색상이다. 모델로는 이청용 선수가 나섰는데, “얼굴이 뽀얀 데다 다른 축구 선수들과 달리 허벅지가 굵지 않아 남자 모델로는 이상적”이라는 게 그의 평가다.

“슈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실루엣”이라는 그는 이청용 선수의 사진처럼 몸에 착 붙는 느낌을 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의의 경우 하이 투 버튼으로 잠글 땐 윗 단추만 잠그고, 스티치가 살짝 들어간 노치드 라펠(접힌 깃)에 태극무늬가 들어간 포켓 스퀘어로 포인트를 줬다.

그는 “슈트의 역사가 100년이 안 된 한국에서는 포켓 스퀘어를 굉장히 어색해 하지만,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유럽에서는 옷을 제대로 갖춰 입으려면 포켓 스퀘어를 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깔끔한 화이트 셔츠에 넥타이는 다소 좁은 폭 8cm의 네이비 색상으로 마무리했다.

하의의 경우 커프스(바짓단의 접힌 부분)의 길이는 4.5cm로 이 정도가 클래식 슈트의 길이다. 특히 한국 남성들이 실수하기 쉬운 것이 바지의 길이인데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살짝 짧게 입어야 정답이라고.

구두는 정장의 가장 기본적인 아이템인 ‘옥스퍼드 스트레이트 팁’으로 앞코에 절개선이 하나 들어간 것이다. 선수들이 입은 구두와 벨트는 최고급 가죽을 구하기 위해 터키 현지에서 제작됐다. 일반인들의 경우 매일 갈아 신으려면 스타일은 ‘윙 팁’을, 색상은 갈색을 추가하면 적당하다.

이제는 가방도 필수 아이템이 됐다. “옷이 타이트해지면서 소지품을 주머니에 넣으면 실루엣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지금 남성용 가방은 블루 오션이다. 실제 강남역·여의도에서 출근 시간 때 착장 조사를 해 보면 가방을 든 남자들이 굉장히 많아졌다”는 것.

그의 마지막 말은 패션에 관심이 없더라도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귀가 뜨일 만했다. “남성복 시장은 가능성이 무한합니다. 이제 옷에 대해 눈을 뜬 젊은 남성들이 나이 들어 안목이 높아지면서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겁니다.”


약력 : 1966년생. 숙명여대 의류학과 졸업. 91년 제일모직 갤럭시 디자인실 입사. 2000년 로가디스 디자인실. 2008년 이탈리아 연수. 2009년 갤럭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현).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