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스폰서 1호 기업 잉리솔라 성공 스토리

Ivory Coast's midfielder Didier Zokora (L) jumps to head the ball with Brazil's midfielder Kaka during the 2010 World Cup group G first round football match between Brazil and Ivory Coast on June 20, 2010 at Soccer City stadium in Soweto, suburban Johannesburg. NO PUSH TO MOBILE / MOBILE USE SOLELY WITHIN EDITORIAL ARTICLE - AFP PHOTO / ISSOUF SANOGO
Ivory Coast's midfielder Didier Zokora (L) jumps to head the ball with Brazil's midfielder Kaka during the 2010 World Cup group G first round football match between Brazil and Ivory Coast on June 20, 2010 at Soccer City stadium in Soweto, suburban Johannesburg. NO PUSH TO MOBILE / MOBILE USE SOLELY WITHIN EDITORIAL ARTICLE - AFP PHOTO / ISSOUF SANOGO
남아공 월드컵이 끝났다. 중국은 32개국이 출전한 이번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은 중국 경제의 약진을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했다. 월드컵 스폰서 1호 중국 기업이 된 잉리솔라는 신흥 산업에서 약진하는 중국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잉리솔라는 월드컵 스폰서 1호 중국 기업이자 월드컵 사상 신에너지 분야 첫 스폰서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지난 7월 11일 스페인이 네덜란드를 누른 결승전 때도 경기장 광고판에서 8분 넘게 잉리솔라의 영어(YINGLI)와 중국어(英利) 이름이 번갈아 등장했다.

이 회사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3개월 동안 담판을 벌이면서까지 남아공 월드컵에서 중국어 광고(中國 英利)를 성사시켰다(21세기경제보도)는 후문이다.

지난해 태양전지 패널을 400만 개 생산해 중국 2위, 세계 5위인 이 회사가 월드컵과 인연을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주경기장의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공급했다.

“잉리솔라의 매출 절반 이상이 유럽에서 발생한다(AP통신)”고 할 만큼 세계화된 기업이다. “글로벌 500대 기업에 들어간 중국 기업은 대부분 내수형 기업(지만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장)”이라는 통념을 깨고 있다. 잉리솔라가 월드컵 마케팅에 나선 배경은 최고경영자(CEO)의 글로벌 마인드에 있다.

화장품을 팔던 먀오롄성(苗連生) 회장이 1998년 창업한 잉리솔라는 2004년 4억 위안(약 720억 원)을 투자하며 본격적인 에너지 사업에 나섰다. 독일이 재생에너지법을 개정하면서 태양광발전 수요가 급증하던 때였다.

11년 군 생활을 마치고 베이징대 MBA를 취득한 토종 경영자이지만 그는 ‘가슴’에 세계를 담고 있었다. 연구·개발도 중국에 머무르지 않았다. 네덜란드 에너지연구센터로부터 획득한 기술로 18%가 넘는 고효율의 태양전지 패널 생산을 서두르고 있다. 2007년엔 나스닥에 상장했다.

지난해 태양전지 패널 400만개 생산

잉리솔라는 글로벌 경영을 위해 진정성을 담은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을 계기로 FIFA가 벌이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에 20개 교육센터 지어주기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이들 교육센터에 태양광발전 시스템을 공급하기로 한 것. 메시 등 전 세계 축구 스타 11명의 친필 사인이 담긴 축구공을 경매해 그 수익금 2만1000유로를 기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길게 보면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경영’도 잉리솔라를 글로벌 기업으로 만드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는 잉리솔라 본사가 있는 허베이성 바오딩시에서 헨리 포드식 일관 생산 체제를 도입하는 실험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한때 제철소에서 자동차까지 일관 생산 체제를 이룬 포드자동차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것. 포드사는 1927년 헨리 포드의 ‘철광석에서 자동차까지’라는 발상에 근거해 미국 내 최대의 철강 일관 생산 공장인 루즈 공장을 건설한 바 있다. 잉리솔라는 태양전지 패널의 핵심 원료인 폴리실리콘 공장을 세우고 지난해 말 생산에 들어갔다.

이로써 실리콘에서부터 잉곳(ingot)과 패널, 그리고 모듈에 이르는 일관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됐다. 금융 위기 이전부터 폴리실리콘 공장 건설을 추진해온 먀오 회장은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엔 조립만 하고도 수익을 내기 충분했고 2년마다 수요가 2배 늘어날 만큼 호황이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실리콘 공급업자가 가격을 올리면, 태양광발전의 정부 보조금이 줄면,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게 되면’이라고. 이후 먀오 회장이 우려한 리스크는 현실이 됐고, 그가 대안으로 준비한 일관 생산 체제는 수확을 앞두고 있다(차이나데일리).

비용 절감을 위해 아웃소싱하는 게 트렌드인 요즘 신흥 산업에서 전통 산업에나 통했던 일관 체제 도입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역발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격식에 매이지 않는 경영자의 스타일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먀오 회장은 나스닥 상장 때 넥타이를 매지 않고 개장 벨을 울렸다. 당시 중국 언론들은 뉴욕증권거래소 200년 역사상 처음으로 넥타이를 매지 않은 기업인이 개장 벨을 울렸다고 평가했다.

70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지만 저임금보다 기술 개발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주력하는 중국 기업의 미래 모델이기도 하다.

‘민·관 한 몸’ 중국식 협력 체제도 한몫

민·관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중국식 협력 체제도 잉리솔라의 성장에 탄력을 더하고 있다. 중국국가개발은행(한국의 산업은행 격)은 최근 잉리솔라에 360억 위안을 대출해 줬다.

잉리솔라와 함께 중국 3대 태양전지 업체로 꼽히는 선텍파워와 트리나솔라에 지난 4월 각각 500억, 300억 위안을 대출해 준 데 이은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들 자금이 세계 태양전지 생산 규모를 2배로 늘릴만한 규모라고 전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가스를 배출하는 오염 대국이면서도 신흥 산업인 그린 에너지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잉리솔라를 비롯해 9개의 중국 태양광 전문 기업이 뉴욕 증시에 상장돼 있다.

세계 10대 태양전지 업체 중 4개가 중국 회사이고 이들이 세계시장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전체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 신흥 산업의 글로벌 기업 군단을 중국이 이끌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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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메이드인 차이나’의 위력

응원 도구 부부젤라의 90%가 중국산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메이드 인 차이나’의 위력도 새삼 확인하게 됐다. 이번 월드컵의 골칫거리였던 응원 도구 부부젤라의 90%가 중국산일 만큼‘세계 공장’으로서의 위상을 확인하게 된 것.

남아공의 정신과 문화의 상징인 부부젤라의 90%는 저장성과 광둥성에 있는 4~5개 업체가 생산해 수출한 중국산이라고 중국 언론들이 전했다. 저장성 닝하이의 한 플라스틱 완구 제조업체는“올 초부터 4월까지 100만 개의 부부젤라를 수출했다”고 말했다.

광둥의 한 완구 용품 제조업체 관계자도“지난해 9월부터 주문이 몰리기 시작해 지난 3월까지 부부젤라를 만드느라 밤샘 작업을 해야 했다”며“그 덕분에 매출이 50% 이상 증가했다”고 즐거워 했다.

그는“남아공 월드컵과 관련한 부부젤라 시장 규모가 2000만 달러에 달할 것” 이라며 “이 정도로 인기가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놀라워했다. 부부젤라뿐만 아니라 휴대전화고리·열쇠고리·가발·국기·응원봉·모자 등 남아공에서 판매되는 월드컵 용품 대부분이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중국 언론들은“비록 중국이 월드컵에 초대받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자부심을 느낄만하다”며 “중국 제품이 월드컵 33강(이번 월드컵엔 32개국 참가)에 들어갔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CNN도 부부젤라의 중국 공장을 현장 보도했다. 하지만 부부젤라는 세계 공장 중국이 안고 있는 고민도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중국산 부부젤라의 수출 가격은 0.6~2.5위안(106~440원)으로, 중국 업체들이 챙긴 이윤은 5%에 불과하다고 중국경제망이 전했다. 전체 산업의 사슬 구조에서 저부가가치 생산에 머무르고 있는 중국 기업의 현주소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은 중국 CCTV가 12년 전 파리 월드컵에 비해 15배 많은 광고 수입을 올린 것으로 추정될 만큼 폭발하는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기업들의 마케팅 전쟁도 가열되고 있다는것을엿보게했다.‘ 세계시장’중국의부상을보여줬다는얘기다. CCTV는이번월드컵에서 15억 위안의 광고 수입을 올린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두고 중국청년보는 중국에서 월드컵 광고 단가가 이미 베이징 올림픽은 물론 춘제(春節) 전날 쇼프로그램인 춘완(春晩)을 넘었다고 전했다. 1998년 파리 월드컵 때 CCTV의 광고 수입은 1억 위안에 그쳤지만 2002년 월드컵 때 4억5000만 위안에 이어 2006년 월드컵 때는 13억 위안을 기록하는 등 중국에서 월드컵 광고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수출과 투자 중심의 성장 동력 구조를 소비로 다변화하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중국의 광고 시장 전망은 밝다. 이번 월드컵이 “중국이 오는 2015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광고 시장에 등극할 것(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 준 셈이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