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후 대상 ‘청정원 순창’ CMG2 상무

[Professional Life] “최고 마케팅은 최고 품질에서 나옵니다”
우리 음식의 깊은 맛은 어디서 나올까. 아마도 오랜 시간 동안 한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온 된장·간장·고추장 등 ‘장류’에서 그 비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7년을 넘게 장류 마케팅 하나에 매달려 온 ‘달인’을 만났다.

“열정과 자신감, 그리고 도전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영후 대상 상무는 마케터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상무는 대상의 마케팅 조직 중 고추장·된장·쌈장·춘장 등 장류를 담당하는 CMG2(Category management group)의 총괄 중역이다.

1986년 대상그룹의 전신인 미원그룹에 입사한 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장류 및 발효식품 마케팅을 해 온 그를 두고 업계에서는 ‘고추장 전도사’라고 부른다.

이유는 대상의 대표 상품 중 하나인 ‘순창 고추장’의 제품 발굴에서부터 ‘청정원 순창’ 브랜드의 개발 및 마케팅까지 모두 안 상무의 손을 거쳤기 때문이다.

특히 현장에서 소비자의 의견을 직접 듣고 이를 연구소에 전달하며 ‘청정원 순창’ 브랜드의 가치를 최고로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좋은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제품의 품질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야 마케팅을 할 때 열정이 솟아나고 그 열정이 실적을 높여 준다는 것.

또 우수한 제품은 소비자와 만날 때 마케터에게 자신감을 안겨 준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그는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자리에서 무엇보다 ‘경청하는 자세’를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매장에서 내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소비자의 이야기를 더 열심히 듣고 이를 제품의 품질에 반영하는 게 마케터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마케터로서 ‘차별화된 도전 의식’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현대사회에서 비슷한 가격에 팔리는 제품의 품질은 대부분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제가 맡고 있는 장류 제품 역시 냉정하게 말해 경쟁사 제품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말하긴 힘듭니다.

이 때문에 참신한 아이디어로 경쟁사와 차별화된 마케팅을 펼쳐야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으려는 도전 정신이 없다면 힘든 일이겠지요.”

‘청정원 순창’ 브랜드 탄생시켜
[Professional Life] “최고 마케팅은 최고 품질에서 나옵니다”
안 상무는 그만의 마케팅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청정원 순창’뿐만 아니라 많은 히트 상품들을 탄생시켰다. 100% 발효 숙성으로 만드는 양조간장 ‘햇살 담은’ 브랜드를 개발하고 론칭한 게 바로 안 상무다.

경쟁사가 발효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고 염산으로 분해해 만드는 산분해 간장으로 시장을 점령하고 있을 때 대상은 이 같은 양조간장을 시장에 보급하며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현재도 대상은 양조간장만을 판매하고 있다.

또 요리용 식초가 주류를 이루는 식초 시장에 마시는 식초인 ‘홍초’를 개발하고 론칭해 시장을 키운 주역이기도 하다. 현재 ‘홍초’는 이 부문에서 압도적인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장류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나와 있지 않지만 한 분석에 따르면 현재 고추장·된장·쌈장·간장 등 장류의 국내 시장 규모는 약 7000억~80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고추장이 2500억 원 정도, 간장 1800억 원, 된장과 쌈장이 대략 1000억 원 수준이다. 춘장과 청국장은 300억 원 정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안 상무는 “간장의 경우 현재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브랜드 제품을 사먹고 있다”며 “하지만 고추장은 45%, 된장은 25% 정도만이 브랜드 제품을 소비한다”고 말했다. 고추장과 된장은 아직 주부들의 상당수가 직접 담그거나 부모님 혹은 친척 등이 담근 제품을 먹고 있다는 것. 이는 바꿔 말하면 앞으로 10~20년 후에는 장류 시장이 현재에 비해 두 배가량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안 상무는 “현재는 대부분의 장류가 내수에서 소비되고 있다”며 “수출 물량이 불과 15%가량을 차지하지만 이마저도 대부분 해외 교민들의 수요”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그는 “앞으로 ‘한식의 세계화’가 이뤄져 해외 현지인들이 국내서 만든 장류를 찾기 시작하면 시장이 크게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미있는 것은 쌈장 시장이다. 쌈장 시장은 형성된 지 불과 10년도 안됐다. 하지만 쌈장의 시장 규모는 이미 된장을 뛰어넘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쌈장의 기본적인 제조법은 고추장과 된장을 일정 비율로 섞은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식문화가 발전하면서 장류 중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이 보다 ‘간편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성장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와 함께 고기용·샐러드용 등 다양한 제품 개발을 통해 맛의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제품군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안 상무는 최근 쌈장 시장 공략에 힘쓰고 있다. 안 상무는 먼저 지난 3월 ‘청정원 순창 쌈장’을 리뉴얼하면서 준비를 마쳤다. 먼저 원료 차별화를 통해 제품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 것. 특히 대파·양파·생강 등의 부재료들을 강화해 쌈장의 맛을 끌어올렸다.

안 상무가 말했듯 우수한 제품은 마케터의 열정과 도전 의식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열정과 도전 의식은 차별화된 마케팅을 가능하게 한다. 리뉴얼된 쌈장 제품 출시와 함께 안 상무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바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시도한 것.

사실 제조업체, 특히 식품 업체의 경우 블라인드 테스트는 어찌 보면 위험한 발상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듯이 맛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설사 많은 사람들이 더 맛있는 제품을 고른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게 자사의 제품이라고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많은 제조업체들은 블라인드 테스트에 부담을 가지게 마련이다.

“쌈장 시장에서 마케팅이라고 하면 할인이나 1+1 등의 증정 행사 등 가격 지향적인 판촉 경쟁이 전부였죠. 하지만 이를 품질과 좋은 맛이라는 정직한 경쟁이 필요한 시기라 느꼈습니다.”

세계인의 입맛 사로잡는 게 ‘목표’

안 상무가 펼친 ‘정공법’은 당연하지만 동시에 쌈장 시장에서는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결코 할 수 없는 마케팅 방법이었다. 결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6월부터 무려 1만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경쟁사의 제품과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65 대 35의 비율로 ‘청정원 순창 쌈장’의 맛을 더 높게 쳐준 것.

이 같은 오프라인 마케팅과 동시에 안 상무는 식품 업계로서는 드물게 트위터 등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활용한 온라인 마케팅에도 한창이다. 제품 홍보는 물론 바로 그가 강조했던 소비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재미있는 건 소비자들과 온라인에서 만나다 보면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어떤 분은 밥에 쌈장을 비벼 먹으니 아주 맛있다고 하시더군요. 고추장과 된장이 섞인 제품이니 당연하겠죠. 이 이야기를 듣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또 다른 분은 쌈장으로 찌개를 끓인다고 하셨습니다. 쌈장에는 다양한 양념들이 이미 들어 있으니 이 역시도 훌륭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기업에 ‘현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현재 안 상무의 목표는 ‘청정원 순창 쌈장’이 이룬 맛의 차별화를 통해 쌈장 시장의 1위를 탈환하는 것이다. 안 상무는 “장기적으로 장류의 세계화를 이루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며 “이와 함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소비자들에게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전통 장류 가공식품 개발에 더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약력 : 1959년생. 86년 전북대 경영학과 졸업. 86년 미원그룹 입사. 1993년 대상 마케팅실 프로덕트 매니저. 2000년 대상 마케팅실 부장. 2009년 대상 식품사업총괄 CMG2 그룹장(상무).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