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니커즈에 대한 모든 것

[Fashion&Beauty] 어디에나 어울리는 ‘마법의 패션’
“그동안 발 좀 편안해지셨습니까?”

지난번에 필자와 함께 제대로 발을 돌보는 법에 대해 알아보았다면 이번에는 소중한 발을 감싸고 있는 신발에 대해, 그중에서도 아주 다재다능한 스니커즈에 대해 살펴보자.

1990년대 후반 패션계에 아주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모 패션 잡지에 남자 모델이 잘 피트된 슈트 아래로 스니커즈를 신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슈트에 구두는 공식이었기 때문에 꽤나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스니커즈는 면바지와 청바지에는 물론 슈트에 스타일링 해도 아주 멋스러운 기특한 아이템이 됐다.

뉴욕·밀라노·도쿄 등의 패션 도시에서부터 시작된 슈트에 스니커즈를 매치하는 ‘믹스 매치’ 스타일링을 이제는 우리나라의 TV나 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몇 년 전 모 인기 드라마에서 조인성이 피트되는 슈트에 스니커즈를 신고 백팩을 맨 스타일은 아주 큰 인기를 끌었는데, 그 후 더욱 이 스타일이 우리나라 남성들에게 보편화된 것 같다.
[Fashion&Beauty] 어디에나 어울리는 ‘마법의 패션’
스니커즈란 말은 ‘스니크(sneak: 살금살금 들어오다·나가다)’라는 단어에서 유래됐는데, 바닥에 고무창을 붙여 발소리가 나지 않아 ‘살금살금 걷다’는 의미에서 나온 것이다.

192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던 캔버스화(캔버스 천을 소재로 하여 만든 운동화)에서부터 스니커즈의 역사가 시작돼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의 스포츠화가 대세를 이루다가 현재에는 스프리스(Spris)와 플랫폼(Platform) 등 멀티 슈즈 브랜드숍에서부터 도나카란뉴욕(DKNY)·구찌(GUGGI)·랑방(LANVIN) 등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까지 다양한 스니커즈를 선보이고 있다.

이 스니커즈의 인기에는 직장인들의 복장 변화도 큰 몫을 했다. 예전에는 위아래 어두운 컬러의 슈트와 구두라는 유니폼 같은 복장이었지만 최근 기업마다 비즈니스 캐주얼을 선호하는 추세여서 직장인들의 복장이 세미 캐주얼로 바뀌면서 부드럽고 멋스러운 스니커즈를 많이 찾게 된 것이다.

게다가 슈트에 구두를 신는 정직한 스타일보다 나이가 무려 다섯 살 정도는 어려 보일 수 있고 캐주얼에서부터 슈트까지 어떠한 룩에도 어울리니 마법의 아이템이 따로 없다.

물론 슈트에 스타일링을 하는 스니커즈가 운동할 때 신는 러닝화나 스포츠화를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가죽 소재로 된 것이나 끈이 없는 디자인, 윙팁(Wing Tip: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된 끈 달린 작업용 구두로 구두코 부분에 구멍을 뚫어 장식하고 W 형태의 재봉선을 낸 신발) 슈즈 디자인의 스니커즈 등 정장 바지(일명 기지바지)에도 어울릴 수 있는 스니커즈를 말한다. 그렇다면 이 다재다능한 스니커즈에는 어떠한 브랜드가 있으며 멋스럽게 코디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하이엔드 스니커즈

앞에서도 잠깐 얘기한 적이 있지만 세계적인 디자이너 브랜드도 스니커즈를 앞 다퉈 내놓고 있다. 그 브랜드 중에서도 일찌감치 스니커즈에 진출한 ‘프라다’ 스니커즈(50만 원대)는 세련돼 보이면서도 유행을 타지 않는다.

특히 기본 화이트 레더(인조가죽)에 브라운 스웨이드(부드러운 가죽)의 디테일이나 안쪽 부분만 오렌지 컬러 등으로 포인트를 준 스니커즈는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화이트 바탕에 네이비 컬러로 포인트를 준 ‘제냐 스포츠’의 스니커즈(50만 원대)는 깔끔하고 경쾌하다. 또한 윙팁 슈즈를 연상케 하는 스니커즈도 있는데, 폴스미스 스니커즈(40만 원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 윙팁 슈즈 디자인의 스니커즈는 좀더 포멀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컬러만 너무 화려하지 않다면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도 무리가 없다.

패션 스니커즈
[Fashion&Beauty] 어디에나 어울리는 ‘마법의 패션’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스니커즈는 누구나 한두 켤레 이상은 가지고 있을, 100년의 역사를 가진 ‘컨버스(3만 원대)’다. 컨버스는 더 이상 아이들만의 스니커즈가 아니다.

심플하고 무난한 디자인이기 때문에 30대 남성들은 컨버스로 세련된 멋을 줄 수 있으며 어떤 의상 스타일에도 이상할 정도로 잘 어울린다. 컨버스 천으로 되어 있어 때가 잘 타고 오래 신으면 천이 해어지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낡음이 더 멋스러운 스니커즈다.

필자는 컨버스를 빨·주·노·초·파·남·보, 색색별로 다 가지고 있지만 절대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다. ‘프레드 페리’ 스니커즈(10만 원대)는 전체적으로 굉장히 슬림한 라인으로 이것 역시 캐주얼에서부터 세미 정장에 이르기까지 무난하게 어울린다. 깔끔한 디자인에 프레드 페리 로고가 자수로 양 옆면에 들어가 있으며 다양한 컬러의 체크무늬로 신발 안쪽까지 포인트를 줘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이 밖에 스니커즈의 발전과 변화는 가히 대단하다. 애플과 나이키는 신발 밑창에 칩을 장착해 달리거나 걷는 동안의 거리·칼로리·속도 등을 팔목 밴드를 통해 알아 볼 수 있고 아이폰·아이팟 등과도 연동이 가능해 자신의 운동량과 소비 칼로리 등을 체크할 수 있는 똑똑한 스니커즈인 ‘나이키 플러스(10만 원대)’를 내놓았다.

또한 요즘 대세인 에스파드리유(Espadrille)는 바닥을 짚으로 만들고 캔버스로 어퍼를 사용한 신발인데, 보통의 고무바닥으로 된 스니커즈보다 자연스러우면서도 독특한 매력이 있다. ‘톰스 슈즈(8만 원대)’가 대표적으로 소재의 특성상 굉장히 가볍고 착용감이 좋으며 계절별로 신발 어퍼(upper:상피) 소재가 달라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신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다재다능한 스니커즈라고 할지라도 나에게 어울리지 않거나 코디를 잘못 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난다. 너무 편안해 보이는 복장이 되어 버려 직장에서 곤란해지거나 의상과 조화가 되지 않아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으니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사항은 염두에 두길 바란다.

아무리 빅뱅의 하이톱 스니커즈가 유행이라고 하더라도 과한 색상이나 디자인의 스니커즈는 섣불리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런 스니커즈는 젊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스워 보일 수 있다. 스니커즈는 심플하고 가장 기본적인 스타일이 어떠한 룩에도 부담 없이 어울릴 수 있다.

스니커즈를 신을 때에는 바지 길이와 양말의 선택이 중요한데, 바짓단을 스니커즈 밑까지 내려 땅에 닿게 하는 것은 삼가고 스니커즈 전체를 다 드러내고 바짓단이 스니커즈 윗부분에 닿을 듯 말 듯 하게 코디한다. 더 자신 있는 이들은 롤업 팬츠를 입거나 9부 팬츠를 입어도 좋다. 또한 발목 위로 올라오는 긴 양말은 깔끔해 보이지 않는다.

또 반대로 간혹 맨발에 스니커즈를 신는 이들이 있는데, 그것은 땀과 발 냄새 등을 신경 쓰지 않는 굉장히 위험한 습관이다. 제일 좋은 것은 발가락과 뒤꿈치만 살짝 가려주는 ‘히든 삭스(hidden socks)’를 신어 맨 발목을 내어 놓는 것으로 훨씬 경쾌하고 세련돼 보인다.

이제 더 이상 스니커즈는 예전에 우리가 흙 속을 뛰어다니고 발을 보호하는 용도의 신발이 아니다. 패션 아이템이며 스타일링의 마무리인 것이다. 여성들이 구두를 잘 관리해 주듯이 스니커즈도 잘 보살펴 줘야 하는데, 그 소재에 따라 관리법이 다르다.

가죽 소재로 된 스니커즈는 물세탁을 하지 않는 것이 좋고 가죽 클리너로 오염된 부분을 헝겊으로 닦아낸다. 섀미(무두질한 부드러운 가죽)로 된 스니커즈의 경우 더러워졌을 때 원상 복구시키기가 가장 어려운데, 섀미는 가죽 클리너나 물로 세척할 수 없다. 물기를 완전히 말린 다음 솔로 먼지를 털어주는 것이 가장 좋다.

반대로 인조가죽에 때가 탔을 경우에는 간편하게 가정에서 사용하는 세정제로 닦아 주면 된다. 필자의 경우 신발은 세탁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는 주의인데, 평상시 물에 닿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이 제일 좋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오염되는 것이 신발이므로 신발 속의 세균과 냄새 제거 수단으로 가끔씩 전문 세탁소에 맡긴다.

지금까지 다양한 스니커즈들과 센스 있게 코디하는 법, 스니커즈를 잘 보살피는 법에 대해 살펴보았다. 만약 지금까지 칙칙한 컬러의 슈트에 딱딱한 구두만을 고집해 온 이가 있다면, 이제는 갇혀 있던 틀에서 벗어나 다재다능한 스니커즈와 함께 재미있는 일탈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Fashion&Beauty] 어디에나 어울리는 ‘마법의 패션’
황의건 대표이사 트위터 : @officeh


1994년 호주 매쿼리대 졸업. 95~96년 닥터마틴 스톰 마케팅. 2001년 홍보 대행사 오피스에이치 설립. 저서에 ‘250,000,000 버블 by 샴페인맨’ ‘행복한 마이너’가 있음. h@office-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