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의도 증권가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최근 가장 교세가 커지고 있는 사찰은 자문사(寺)라는 유머가 떠돈다.

실제로 이 유머를 그저 흘려듣기만 하기에는 투자자문사들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자산운용 규모가 점점 불어나는 것은 물론 그 수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증권사와 연계한 랩어카운트가 올해 최고의 금융 히트 상품이 되면서 그간 조연에 그쳤던 투자자문업은 이제 본격적으로 ‘자본시장의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다. 투자자문사의 정의와 특징, 이를 이끄는 사람들, 그리고 투자법까지 투자자문 업계의 모든 것을 알아봤다.
수익률왕 투자자문사 전성시대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백화점에서 기성복을 사는 것이라면 자문사에 돈을 넣는 것은 양복점에서 양복을 맞추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민후식 파인우드투자자문 대표는 투자자문사의 서비스를 이렇게 설명했다. 민 대표는 지난 7월까지만 해도 템피스투자자문에서 주식운용본부장 역할을 맡았었다.

동양종합금융증권·한국투자증권 등 18년간 거쳐 온 오랜 애널리스트 생활과 3년여의 투자자문사 펀드매니저 생활을 정리하고 8월부터 자신이 설립한 투자자문사를 이끌며 본격적으로 자본시장의 최전선에서 뛰어들었다.

그는 “이제 때가 무르익었다”는 한마디로 출사표를 던졌다. 민 대표는 “그간 직접투자나 펀드 투자에 머무르던 고액 자산가들이 이제 투자자문 서비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금융 산업의 발전 과정에서 하나의 축을 담당하는 투자자문 서비스가 이제 본격적으로 국내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에 편입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투자자문사의 성장세는 거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8년 92개였던 전업 투자자문사의 수는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2010년 3월 기준 113개까지 늘어났다. 또 전업 투자자문사의 계약 금액 역시 같은 기간 11조9000억 원에서 14조8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아직 공식적인 분석이 나오지 않았지만 올봄을 기점으로 자문사가 운용하는 자금의 규모가 ‘빅뱅’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을 보면 현재 이 운용 규모는 10~20%까지 더 불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자문사의 숫자도 현재 20여 개가 금감원 등록을 대기하고 있어 질적·양적 성장 모두 기대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투자자문사는 연금이나 기관, 혹은 퇴임한 증권사 임원 등 몇몇 금융 투자에 밝은 얼리어답터들만이 참여한 ‘그들만의 리그’였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투자자문사에 대한 투자는 일정한 룰이 있는 펀드 상품과 달리 대표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상품’이다. 더구나 각각의 운용 철학에 따라 회사별로 너무도 다른 투자 방식을 선보이며 실력도 제각각이라 쉽게 투자하기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금융 위기를 거치며 사정이 달라졌다. 코스피지수 2000을 달성하며 증시가 달려갈 때는 연 20%를 버나 30%를 버나 그게 그거였다. 하지만 증시가 폭락하자 각 운용 주체들의 실적이 명확히 갈렸다. 어려움을 꿋꿋이 버텨내며 투자자들에게 기쁨을 안긴 곳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인덱스 펀드에 투자한 것만도 못한 성과를 내는 곳도 있었다.

특히 이 중 몇몇 뛰어난 투자자문사는 ‘주식 편입 비율을 어떤 종목이든 0%에서 100%까지 마음대로’라는 전가의 보도를 활용해 위기 중에도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그러자 그간 기회를 엿보고 있던 ‘스마트 머니’들이 투자자문사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더불어 기존의 펀드 상품에 낙담했던 투자자들까지 펀드에서 뺀 돈을 들고 투자자문사의 문턱을 하나둘씩 넘었다. 바로 2009년 말의 일이다.

펀드는 기성복, 투자자문은 맞춤복

특히 올해 초 투자자문사들은 ‘빅뱅’을 경험했다. 바로 랩어카운트 상품 열풍이 불면서부터다. 그간 투자자문사는 자산운용사에 비해 ‘마이너’라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투자자문사와 연계해 투자자문 서비스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진입 문턱을 확 낮춘 랩어카운트 상품을 팔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문사 역시 ‘메이저’ 대열에 진입한 것이다. 그간 투자자문사의 서비스를 받으려면 최소 1억 원은 있어야 했지만 랩어카운트는 최소 3000만~5000만 원이면 가입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투자자문사에 돈이 몰리기 시작했다. 설립한 지 1년이 갓 넘은 브레인투자자문과 케이원투자자문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의 운용하는 자금은 각각 1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

자산운용사 중에서도 주식형 펀드 수탁액을 기준으로 1조 원이 넘는 운용사는 전체 72개 중 3분의 1인 25개에 불과한 만큼 계약액이 1조 원 이상인 자문사는 중형 자산운용사에 육박하는 자산을 지니게 된 셈이다.

이들을 비롯한 일부 투자자문사의 급성장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한 증권사는 지난 7월 중순 주력 자문사 랩 상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단일 상품의 가입 잔액이 지나치게 커져 적정 수준을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통상 자산운용사의 주식형 펀드는 포트폴리오 내 투자 종목 수가 60개 종목 안팎인 반면 랩어카운트는 15개 종목 정도에 불과해 적정 규모를 넘어가면 운용에 무리가 생긴다는 분석이다.

금융 감독 당국도 아직 별다른 규제가 없는 랩어카운트가 인기를 얻으면서 증권사별로 투자 하한선과 투자 계층이 낮아짐에 따라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준을 만들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금융투자협회 주도로 은행·신탁회사·자문사·증권사·자산운용사 랩 담당자들을 모아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모범 규준 마련에 돌입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투자자문사의 성장을 ‘단지 우려할 일만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일례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국내 최초로 뮤추얼 펀드를 선보이며 한국의 자산운용 시장을 한 단계 끌어올렸듯 이들 투자자문사들의 급성장이 업계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 및 선진국의 자본시장이 개별 주식 투자에서 사모 펀드, 뮤추얼 펀드, 헤지 펀드의 출현을 거치며 진화했듯 뮤추얼 펀드와 헤지 펀드의 중간 단계에 있는 투자자문사의 성장이 국내 자본시장의 업그레이드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