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철영 아크투자자문 회장

국내 투자자문사의 역사는 이제 10년 정도 됐다. 그 10년 동안 수많은 자문사들이 문을 열었고 또 사라져 갔다. 투자자문사의 개념이 막 정립되기 시작한 지난 2003년 첫발을 디딘 아크투자자문은 설립 후 꾸준한 수익을 내며 조용히, 하지만 탄탄하게 성장해 온 회사다.

더구나 이 회사는 작년 금융 위기로 많은 자문사들이 휘청거렸음에도 50여억 원의 흑자를 내며 대형 자문사를 제치고 전체 자문사 중 세 번째 순이익 규모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가치 투자’와 ‘사회책임 투자’라는 양대 철학을 바탕으로 아크투자자문을 설립해 이끌고 있는 이철영 회장을 만났다.

투자자문 업계가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문사 '빅뱅'] “운용자의 철학과 능력이 중요하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랩어카운트 때문일 겁니다. 지금도 새로 문을 열 곳이 줄서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물론 새로운 금융 상품을 원하는 금융 소비자들의 수요가 분명 있습니다만 약간 과열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새로 생기는 회사 대부분이 비슷한 컬러를 가지고 문을 열고 있어요. 최소한의 인원으로 유지되는 투자자문사는 운용자의 철학과 능력이 더욱 중요합니다.

들어오는 기업이 있으면 퇴출되는 기업도 있을 테죠. 곧 시장에 의해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이뤄질 겁니다.

자문사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첫 직장이 삼보증권, 지금의 대우증권이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며 미 컬럼비아대의 MBA 과정을 밟게 됐습니다. 컬럼비아대는 가치 투자의 창시자이자 이론적 근거를 마련한 벤저민 그레이엄의 숨결이 깃든 곳입니다. 거기에서 공부하며 가치 투자의 매력을 알게 됐죠.

다시 직장에 돌아와 가치 투자를 전파시키고 이에 따라 투자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 증시는 질서와 투명성이 많이 부족했던 시기였습니다. 이 때문에 가치 투자를 펼치기 어려웠습니다.

이후 4~5년 직장 생활을 하다가 콘택트렌즈로 잘 알려진 바슈롬코리아를 설립했습니다. 쭉 회사 경영에 매진하다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계기로 한국의 기업 투명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주식 투자를 직간접적으로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2003년 초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당시 합작사에 제 지분의 상당 부분을 좋은 가격에 팔게 됐습니다. 이 돈을 종잣돈으로 투자자문사를 세우게 됐습니다.

아크투자자문은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크투자자문은 일반적인 투자자문업과 동시에 저를 비롯한 몇몇 자산가들이 투자한 사모 펀드를 운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입니다. 물론 일임투자도 하고 있습니다만 이 때문에 다른 자문사나 자산운용사처럼 일반 투자자들이나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자금을 끌어 모으는 데 큰 관심이 없습니다.

사모 펀드 부문은 우리 경영진의 자금이 절반 정도, 투자자문 부문은 경영진의 자금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즉, 우리는 좋은 식재료를 모아 직접 음식을 요리해 먹는 요리사라는 거죠. 그래서 더욱 더 정성이 들어간다고 보면 됩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먹을 음식이니까요. 당연히 우리는 수수료보다 절대 수익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모 펀드에는 어떤 분들이 투자하고 있나요.

말씀드릴 수 없다는 걸 아시죠.(웃음) 주로 대형 병원 원장, 전직 증권회사 임원, 퇴임한 고위 관료 및 법조인 등입니다.

설립 후 운용 성과는 어떻습니까.

현재 사모 펀드 부문은 초창기 100억 원에서 600억 원 정도 규모로 커졌고 아크투자자문은 30억 원에서 시작해 현재 100억 원 정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성과는 설립 후 코스피 대비 두 배 정도 성과를 냈다고 보면 됩니다.

2003년 7월부터 1010년 8월 2일까지 누적수익률은 281.6%입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48.75%였습니다. 연평균으로 보면 우리가 20.91%, 코스피는 13.79%입니다. 중간에 금융 위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냈던 거죠.

물론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설립 당시부터 건전성과 안정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치 투자와 사회책임 투자라는 양대 투자 원칙에 따라 운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매년 10~15% 정도 수익을 목표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주식 투자를 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가장 먼저 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봅니다. 현금 보유량, 자기자본과 부채비율 등을 봅니다. 주가수익률(PER), 자기자본이익률(ROE), 세금지급전이익(EBITDA)이 모두 우수한 기업, 즉 망할 수 없는 기업이어야 합니다. 여기에 경영진의 능력도 꼭 고려해야 하고요. 또한 성장성도 있어야 합니다. 즉,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 가능한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현재 투자하고 있는 기업 중 주요 기업은 어느 곳인가요.

유니드·우전앤한단·중국원양자원·텔코웨어 등입니다. 이 가운데 우전앤한단은 디지털 셋톱박스 생산 기업이면서 휴대전화 부품 생산 기업입니다. 현재 정보기술(IT) 부문에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TV와 스마트폰 모두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죠. 재무비율도 좋고 배당수익률도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입니다.

중국원양자원은 중국 본토의 어업 기업으로 중국 내수시장 성장의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입니다. 한국처럼 중국도 생활수준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신선 수산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겁니다. 현재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000달러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중국 1인당 GDP가 1만 달러 수준에 이르기 전까지 회사의 성장률은 중국 GDP 성장률의 두 배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중국 내 상장된 같은 업종 비슷한 규모의 기업 대비 주가가 25%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유니드의 비즈니스 모델도 좋습니다. 가성칼륨 분야의 전 세계 1~2위 기업으로 세계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업입니다. 물론 회사의 수익성도 좋고요. 텔코웨어는 성장이 정체돼 있긴 하지만 현재 급변하고 있는 통신 산업의 재편 과정 중에서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로 중소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듯합니다.

현재 아크투자자문이 보유 중인 기업 주식들의 2010년 예상 PER는 5.8배, 코스피의 2010년 예상 PER는 9.7배입니다. 지금 중소기업의 PER는 대기업보다 훨씬 낮은 상태입니다. 미국의 주식시장을 역사적으로 보면 중소기업의 PER가 대기업의 그것보다 높은 시기가 훨씬 길었습니다.

바로 성장성 때문입니다. 이는 중국 주식의 PER가 한국의 PER보다 높은 것과 마찬가집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의 주가는 곧 재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 투자할 때는 특히 장기적인 안목이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비즈니스 모델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죠.

올해 주식시장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앞으로 2~3년간 세계 GDP 성장률은 꾸준히 우상향할 것으로 봅니다. 당연 주식시장도 이에 발맞춰 가겠죠. 물론 단기적으로 출렁이긴 할 겁니다. 국내 주식시장의 경우 국내 자금은 펀드 런 등으로 순유출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외국인들이 채워줄 겁니다. 제가 홍콩 등 외국 투자전문가들과 이야기해 보면 한국 시장에 대해 매우 호의적입니다. 산업 간의 균형, 성장성, 주식 가치 등 모두가 우수하다고 얘기합니다.

최근 자산가들이 회장님과 같이 투자자문사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습니다. 어떤 회사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오너 스스로가 펀드 운용을 실무적으로 담당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주식시장, 혹은 투자 운용에 대해 이해가 높아야 합니다. 그래야 실무진과 깊은 수준의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시장 상황이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만 그건 실질적으로 손해 난 게 아닙니다.

평가 금액이 떨어진 것일 뿐이지요. 주식 투자는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기다릴 줄 아는 것은 전문적인 식견이 있을 때만 가능할 수 있어요. 또 이익을 내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회사를 오래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철영 회장은…

1944년생. 63년 경기고 졸업. 68년 서울대 상대 졸업. 73년 컬럼비아대 MBA 졸업. 73년 삼보증권 기획실장. 83년 바슈롬코리아 회장(현). 2003년 아크투자자문 대표이사 회장(현).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