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트위터 경영’ 인기 폭발

“드디어 오픈!!!! 팔로우 해 주세요^^ RT @E_MART_@jychung68: 대한민국 1등 할인점. 신세계 이마트 공식 트위터가 오픈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정보와 이야깃거리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트위터에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트위터 경영’이 화제다. 박용만 두산 회장,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 등의 유명 기업인이 트위터를 통해 소시민적인 개인 생활사를 올리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정 부회장은 내친 김에 트위터를 전면적으로 경영에 접목함으로써 새로운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신세계가 트위터를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7월 말부터다. 신세계 본점이 7월 23일 프리오픈을 시작한 뒤 전국 8개 점포별로 트위터 계정을 열고 일제히 활동을 시작했다. 이마트도 7월 28일 트위터를 오픈했다. 이마트는 지점 수가 많아 전점 통합 계정 2개만 오픈했다.
[Business Focus] CEO로 홀로서기 성공…트위터가 ‘효자’
경영진, 정 부회장의 트위팅에 민감

잘 알려진 대로 정 부회장은 트위터 세계에서 인기 스타다. 정 부회장의 팔로워(정 부회장의 글을 자기 계정에 등록한 사람)는 8월 12일 현재 4만6000명이 넘는다.

기업인 순위 1위인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8만1000명 이상), 2위인 박용만 (주)두산 회장(6만7000명 이상)에 이어 세 번째다. 특히 대기업 총수로서는 박 회장과 정 부회장이 유일하다. 이 사장을 비롯한 기업인들은 대개 정보기술(IT) 관련 기업을 경영한다.

지난 7월 말 이마트에서는 수입산 쇠고기가 한우로 포장돼 판매된 것 때문에 소비자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정 부회장에게도 이에 대한 문의가 많이 오자 최병렬 이마트 대표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직접 사건의 전후를 해명했다. 정 부회장은 이를 리트윗(RT: 타인의 트위터 내용을 그대로 자신의 계정으로 옮겨오는 것)하면서 답변을 대신했다.

특이한 것은 최 대표는 이날 단 한 번 트위터에 글을 쓴 뒤 전혀 글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트위터는 본인이 재미를 붙이고 자발적으로 하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글을 올리기 힘든 구조다. 이 때문에 최 대표의 단 한 번의 트위팅은 정 부회장의 권유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직접적 지시가 아니더라도 경영진이 정 부회장의 트위팅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 대표의 트위터 계정과 동시에 이마트 계정이 같은 날 만들어진 것을 보면 ‘쇠고기 사건’이 전면적인 트위터 경영의 계기가 된 듯하다.

이에 대해 신세계 홍보팀은 “트위터가 최근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어 홍보·마케팅에 활용하게 된 것으로, 대표이사(정 부회장)의 지시와는 무관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진의 승인 없이 회사의 중대한 사안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트위터 경영은 정 부회장이 강력하게 추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 대표의 트위팅도 지시에 의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트위터는 개인의 활동이기 때문에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홍보팀은 대답했다.

정 부회장이 거의 매일 수십 건의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리는 것처럼 신세계와 이마트 트위터 계정도 공지사항·이벤트 알림·고객 문의 답변을 활발히 올리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트위터 계정 오픈 후 14일 동안 780개의 글을 올렸다. 하루 평균 50개에 해당한다.

신세계 본점의 경우 고객전략팀의 직원 2명이 트위터를 관리하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 ‘고객전략팀 아저씨 1명, 총각 1명이 올리고 있다’고 고객의 문의에 답변한 바 있다. 백화점 영업시간에만 글을 올리지만 주말에도 안부 인사, 날씨 등에 대한 이야기를 올리기도 한다.

이마트도 본점 직원 2명이 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트위터에 전사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도 경영진의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

고객들은 문의 사항이나 불만 사항을 신세계·이마트 계정에 올리기도 하지만 트위터를 통해 정 부회장에게 직접 얘기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정 부회장은 직접 대답하거나 담당자에게 물어 보겠다는 답변을 달고 있다.

한 고객이 애완견 보관 장소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자 “맞아요. 저희 애완동물 보관함 문제 있습니다. 저도 개를 키우지만 거기엔 넣지 않을 거 같네요. 대책 강구합니다”라고 바로 답변을 올렸다. 정 부회장의 트위터 계정은 개인적인 것이지만 회사 경영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이다.

정 부회장이 트위터를 경영에 활용한 데는 그만의 노하우와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 스타로 떠오르기 전까지 정 부회장에 대한 이미지는 재벌 2세, 연예인과의 결혼과 이혼 등 부정적인 요소가 많았다. 실제 그의 트위터에도 ‘안티’들이 종종 글을 올리지만 정 부회장은 쿨하게 넘긴다.

악플러에겐 ‘쿨’하게 대처
[Business Focus] CEO로 홀로서기 성공…트위터가 ‘효자’
“재벌가의 mnn(망나니). 역시 사람은 부모를 잘 만나야 해(ID: fucku12×××)”라는 글에 대해선 “이 분 참 이상하시네. 이름도 없고 아이디도 저속하고. 쯧쯧”이라고 대답했다.

최 대표가 트위터로 해명하고 이를 리트윗한 것을 꼬집어 “이번에도 쫄따구가 변명하고 나면, RT로 대신하려는지?(koan××)”라고 애기하자 정 부회장은 “이 분 말씀이 지나치시네”라고 응대했다. 트위터를 통해 소소한 일상사와 회사 홍보 내용을 올리는 것에 대해 “넘 소비중심이다”라고 지적하자 “어떤 중심을 원하시나요?”라며 무마시킨다.

대부분의 생필품 판매 기업들이 ‘악플러’ 때문에 고생하는 것에 비하면 정 부회장의 대처 능력은 수준급이다. 트위터는 자신이 원하는 사람의 글만 선택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악플러들이 활동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

정 부회장은 이런 트위터의 특성을 훤히 파악한 듯하다. 신세계·이마트 담당자들도 이 노하우를 트위터에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고객의 질문·불만에는 친절하게 대답하면서도 악플러들에게는 쿨하게 대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다른 기업들도 이렇게 전면적으로 트위터를 경영에 접목할 수 있을까. 신세계의 경우 정 부회장 개인의 인기와 맞물리며 상승효과를 얻고 있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트위터 계정을 통해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신세계의 경우처럼 화제가 되지는 않는다. 또 신세계가 고객 접점이 많은 유통업이라는 특성도 트위터가 효과적인 이유다. 박용만 회장의 경우 두산의 사업 영역이 건설·중장비·플랜트이기 때문에 회사 경영에 접목하기 힘들다.

그러나 유통 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이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경쟁 업체인 롯데와 홈플러스를 비교해 보면 신세계의 트위터 경영은 정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 없이는 할 수 없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