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장수 기업

200년 이상 된 기업은 전 세계 41개국에 5586개가 있다. 일본은 1000년 이상 된 기업이 7개나 되고 100년 이상 된 곳도 5만여 개나 된다. 그렇다면 한국은? 100년 이상 된 기업은 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단 2곳이다. 한국 장수 기업 베스트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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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박승직상점’이 모태다. 박승직 창업자는 부보상으로 활동하다가 1896년 8월 서울의 배오개시장(지금의 종로4가)에 포목상을 차렸다. 이 상점은 1925년 주식회사 형태로 바뀌었고 1945년 폐쇄됐다가 이듬해 두산상회라는 이름으로 재개업했다.

1953년 6월 두산산업(주)으로 상호가 변경됐다. 한국기네스협회는 1995년에 두산그룹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선정했다. 창립 100주년을 맞은 두산은 1996년 일대 변신을 꾀한다. 주력이던 식음료 사업을 매각하고 인수·합병(M&A)을 통해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등 굵직한 중공업 중심의 기업으로 탈바꿈한다.

일부 기업 분석가들은 동화약품공업을 국내 최초 기업으로 꼽기도 한다. 두산과 달리 설립 당시의 업종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의 제조업체이자 제약 회사이며 최초의 등록상표(부채표), 최초의 등록상품(활명수)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같은 상호와 같은 제품에 같은 자리(서울 중구 순화동 5)에 있는 유일무이한 기업이다. 민강 동화약품 설립자는 1897년 당시 궁중에서 사용되던 생약 비방에 양약의 장점을 취해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신약 활명수의 개발자 민병호 씨의 아들이다.

1904년 ‘을사늑약’ 체결 후 일본은 경제 침략 정책으로 남대문시장의 경영권을 장악했다. 이에 따라 ‘경제 입국’이 국권 회복의 길이라는 취지로 김종한 외 3명이 토지와 현금 10만 원을 출연해 동대문 광장시장을 설립했다. 1905년 시장의 명칭을 동대문시장으로 확정하고 법원에 등기 시장의 경영체 법인명은 광장주식회사로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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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개설 때 주요 거래 상품으로는 주로 농수산물, 시탄(柴炭:땔나무·숯·석탄 등) 등이었다. 가평·뚝섬·이천·철원 등지에서 우마차로 반입하는 소규모 상품만 취급하는 원시적인 시장 기능일 뿐이었지만 2010년 현재는 종합시장으로서 현재 세계 관광 코스로 지정돼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많은 외국 관광객들의 경유지로 성장했다.

조선호텔은 일제강점기인 1914년 10월 10일 조선철도국이 설립했다. 북유럽 양식의 4층 건물에 루이 16세식 응접실을 갖췄다. 설립 당시는 일본식 명칭인 ‘조선 호테루’였으며 이후 이승만 대통령이 지금의 이름으로 개칭했다. 1967년 법인으로 전환됐고 1979년 미국 웨스틴(Westin)호텔그룹의 투자 관계에 따라 웨스틴조선호텔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리고 1995년 신세계가 웨스틴 체인의 지분을 완전히 인수했다.

독일 건축 회사 게오텔란트(Geotheland)가 설계, 서울의 중심부 소공동에 신축한 4층 규모의 호텔 건물은 일제강점기로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가 되어 왔고, 1970년에 20층짜리 현대식 건물로 개축했다.

섬유 분야에서는 경방이 최초다. 1919년 10월 경성방직(주)으로 설립돼 영등포에 직기 100대의 직포공장 건설에 착수, 1936년 6월 공장을 준공했다. 1956년 3월 주식을 상장하고 1970년 7월 현재의 회사명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1994년 2월에는 (주)한강케이블TV를 설립했으며 8월 경방필백화점을 준공했다. 김각중 회장은 2000년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두 번이나 맡았다.

조흥은행(1897년 설립 한성은행이 모태)을 흡수 합병한 신한은행,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1899년 설립된 대한천일은행이 모태), 2008년 부도로 아산M그룹에 인수된 단성사(1907년 설립)는 한국의 백년 기업으로 볼 수 있을지 논란이 있을 수 있어 제외됐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