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제주항공에 주목하는 이유
제주항공이 일본 언론의 취재 공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 3월 김포~나고야 취항 직전 일본 나고야 주부국제공항 측과 함께 가진 취항 기자회견에서 제주항공의 다양한 운항 원가절감 방안이 소개된 후 일본 언론들의 취재가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6월 말에는 NHK의 정통 뉴스 해설 프로그램인 ‘클로즈업 현대’가 일본에 취항하고 있는 주요 저가 항공사에 대해 집중 조명하면서 제주항공을 크게 다뤘다.
특히 최근 전일본공수(ANA)의 ‘근거리 국제선 취항을 위해 새로운 법인을 설립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8월 중에만 8개의 매체가 제주항공을 취재해 갔다. 일본 언론이 제주항공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이는 2006년 6월 아시아나항공 취항 후 18년 만에 국내 제3민항으로 출범한 제주항공이 시장 진입에 성공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의 성공 노하우를 배우겠다는 의미다.
제주항공은 취항 첫해 25만 명의 승객을 수송했다. 지난해에는 국내선과 국제선을 합해 151만 명이 제주항공을 이용했다. 연평균 84.1%의 높은 성장률이다.
올해는 상황이 더 좋아지고 있다. 7월 말 기준으로 121만 명을 수송하며 3분기 중에 지난해 수송 실적을 돌파할 전망이다.
매출 실적의 상승곡선도 가파르다. 취항 첫해 117억 원에 지나지 않던 매출액이 지난해 878억 원으로 늘어났다. 올 상반기에만 664억 원을 기록하며 연평균 96%의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손실 폭이 매년 줄어들고 있어 하반기에는 턴어라운드가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매출 연평균 96% 성장
제주항공이 취항했을 때만 해도 제주항공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이들이 더 많았다. 항공업의 진입 장벽이 워낙 높은 데다 초기 투자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또 화학·유통그룹이 전혀 다른 성격인 항공업에 진출한다는 것도 부정적 전망으로 이어졌다.
시장 환경도 그리 좋지 않았다. 그동안 항공유 가격이 크게 올랐다. 애경이 저비용 항공사 취항을 준비하던 2004년 1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미국 에너지통계국이 집계한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은 갤런당 평균 137.14센트. 제주항공이 출범한 2006년 6월부터 올 7월 말까지 4년간 가격은 갤런당 평균 215.2센트로 무려 57% 폭등했다. 더욱이 2007년 미국발 금융 위기와 신종플루에 따른 여행 수요 감소 등 난관이 적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의 성공 요인으로 3가지를 꼽았다. 우선 기존 항공사 대비 70~80% 수준의 합리적인 운임이다. 끊임없는 원가절감 노력으로 안정적인 운항 기반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제주항공은 합리적인 운임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 양대 항공사 중심 체제에서 비롯된 공급자 중심의 시장구조를 소비자 중심으로 바꿨다”고 자평했다.
이와 함께 IOSA(IATA Operation Safety Audit) 인증을 통해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한 것도 한몫했다는 평이다.
IOSA는 국제민간항공운송협회(IATA)로부터 받는 안전 인증이다. 항공사의 일반 조직·운항·운항통제·객실·정비·화물운송·항공보안·여객운송 등 8개 부문 1000여 개 항목에 걸쳐 실시하는 항공운송 표준 평가로, 국제표준인증제도다.
안전성에 대한 우려 불식
저비용 항공사 최초로 국제선에 취항한 것도 제주항공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시장에 안착한 이유 중 하나다. 제주항공은 국내 두 번째 저비용 항공사인 진에어가 국내선에 취항하기 전인 2008년 7월 ‘제주~일본 히로시마’ 간 운항을 시작했다.
2009년 3월에는 인천 기점 일본 오사카와 기타규슈, 태국 방콕 등과 김포 기점 오사카 노선에 취항했다. 올 3월에는 김포 기점 나고야 노선을 개척하는 등 공격적으로 국제선을 확대했다.
이뿐만 아니다. 7월에 국토해양부로부터 홍콩과 필리핀 노선에 취항할 수 있는 ‘국제항공운수권’을 배분받았다. 오는 10~11월 중에는 ‘인천~홍콩’, ‘인천~마닐라’, ‘부산~세부’ 등 3개 정기 노선에 신규 취항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현재 5대를 운용 중인 B737-800(189석) 항공기를 9~10월 중 추가로 2대 더 도입하고 2013년부터 신규 제작·주문한 항공기 6대를 순차적으로 인도 받을 계획이다. 그렇지만 넘어야 한 산도 만만치 않다. 아시아 최대 저비용 항공사인 에어아시아가 오는 11월 인천~쿠알라룸푸르 노선에 취항하는 등 동남아 항공사들이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도 “‘하늘 위의 편의점’으로 불릴 정도로 모든 기내 서비스를 유료화한 동남아 저비용 항공사에 비해 기본적인 부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나름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시장 안착에 주요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제주항공은 지난 4년간 적자 행진을 계속했다. 흑자 전환이 절실하다. 제주항공 측은 “연내 200억~300억 원을 증자할 것”이라며 “올해 흑자로 돌아선다면 재무구조가 우량한 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제주항공 측은 “아시아권의 저비용 항공 시장의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저비용 항공사 전용 여객 터미널을 건립한다거나 국내 저비용 항공사에 대한 대외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공항 이용료나 이착륙료 인하 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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