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

트위터·페이스북·징가 등 지금 전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들은 한때 이웃집 차고에서 시작한 스타트업(start-up)이었다. 지금 전 세계를 소셜 게임, 소셜 미디어 열풍에 몰아넣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있는 이들 기업들은 대부분 역사가 5년이 채 안 되는 신생 기업들이다.

시대의 흐름에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 인터넷 현실 속에서도 꿈과 열정의 젊은이들이 패기 하나로 창업한 스타트업 기업들이 한국에서도 속속 등장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의 징가와 페이스북을 꿈꾸는 10여 개 스타트업 기업들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한국 스타트업의 모범 사례.”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는 알짜배기 스타트업,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런 회사가 있습니다.” 벤처 업계에서 이구동성으로 얘기하는 그런 회사가 있었다. 바로 선데이토즈다. 창업한 지 채 2년도 안 된 이 회사가 어떻기에 스타트업의 모범 사례로 거론되고 있을까.

◇ 200만 유저 확보한 첫 소셜 게임 업체 = 2010년 9월 28일 현재 네이트 앱스토어에서 최근 1주일 새 가장 많은 유저가 가입한 게임은 윷놀이·아쿠아스토리·베이스볼워즈·애니사천성·마이스타일 등 5개다. 모두 이른바 소셜 게임(온라인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친구들과 대화하거나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즐기는 게임)이다. 5개 중 3개가 선데이토즈가 개발한 게임이다.
[한국의 스타트업] 준비된 창업자…소셜 게임 잇따라 ‘대박’
선데이토즈는 지난해 9월 말 네이트 앱스토어가 문을 열 때 애니팡과 트위스트를 선보였고 11월 말에 애니사천성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 뒤로 올 초 아쿠아스토리, 최근의 윷놀이에 이르기까지 1년도 채 안 돼 5개의 게임을 개발했다.

선데이토즈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소셜 게임에서 크로스 플랫폼이라는 것을 도입했다. 사천성을 즐기는 사람들이 아쿠아스토리로 연결되고 이 사람들이 윷놀이로 다시 확산되는 시스템이다. 그야말로 ‘소셜’ 게임이다. 추석을 전후해 이벤트를 실시한 윷놀이는 2주 동안 무려 20만 명의 가입자를 모으며 기존 1위였던 아쿠아스토리를 제치고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한국의 스타트업] 준비된 창업자…소셜 게임 잇따라 ‘대박’
선데이토즈가 개발한 게임들이 족족 히트치는 것도 이런 크로스 플랫폼 덕분이다. 아쿠아스토리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다가 자연스럽게 윷놀이로 넘어가고 이들이 또 친구들에게 윷놀이를 소개해 주니 사용자 기반이 급속도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오픈한 애니사천성은 현재 92만 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고 아쿠아스토리는 80만 명을 확보했다. 윷놀이까지 합하면 유저 수는 200만 명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단일 소셜 게임에서 100만 명을 돌파하는 것은 선데이토즈가 최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스타트업에 최적화된 창업자들과 그 조직 = 업계에서 선데이토즈를 대표적인 스타트업으로 꼽는 이유는 2009년 창업 이후 최근까지 창업자 3명으로만 조직을 운영하면서도 최고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매출과 수익을 발생시키는 알짜 벤처의 모습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선데이토즈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스타트업을 위해 준비된 창업자 3인방 때문이다. 선데이토즈의 창업자는 이정웅·임현수·박찬석 등 3명. 세 명은 명지대 컴퓨터공학과 00학번 동기생들이다. 이 대표는 트랙나인·신텍정보시스템·NHN 등을 거쳤다.

NHN에서 4년간 게임 개발자로 일했다. 임현수 기술이사(CTO)는 고슴도치플러스·엔씨소프트 등에서 실력을 쌓아 왔다. 박찬석 운영이사는 T3엔터테인먼트에서 유명 온라인 게임 오디션을 개발했던 인물이다.

역할이 나뉘어 있지만 세 사람은 공통적으로 엔지니어다. 경영을 잘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오히려 그들은 조직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했고 타이트하게 운영했다. 회사를 앞장서서 포장하기보다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당연한 일 같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스타트업에 가장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이제 갓 서른의 젊은 사장이지만 서두르거나, 쉽게 흥분하거나, 과욕을 부리지 않는 스타일이다. 창업할 때 그는 자신을 이렇게 규정했다고 한다. “게임 개발은 많이 해 봤지만 창업 전문가는 아니다. 그러니까 내가 모르는 것은 하지 말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전념하자.”

이 대표는 한게임에 있던 시절 1년에 50개씩 플래시 게임을 만들 정도로 플래시 게임에 있어선 많은 경험을 쌓았다. 작은 재미난 게임들을 끊임없이 계속 만드는 경험을 한 것이다. 그는 작은 게임을 빨리 만드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작은 게임을 오픈 플랫폼과 결합해 승부를 보자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오픈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사람을 모을 필요 없이 오픈 플랫폼에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게임을 서비스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죠.”

◇ 선데이토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데이토즈의 첫 작품은 실패하고 말았다. 이 대표를 처음 만난 것은 2008년 겨울, 마이크로소프트가 주최하는 비즈스파크 행사장이었다. 그는 그때 법인 설립을 하기도 전에 ‘친구에게 게임을 만들어서 선물하자’는 개념의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었다.

즉 소셜 네트워크와 사용자제작콘텐츠(UCC)가 결합된 형태의 게임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다. 그는 이것을 소셜 RPG(역할수행게임)라고 규정했다. 이것 역시 지금 뜨고 있는 일종의 소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첫 번째 시도는 무참하게 실패했다. 회사 문을 닫을 뻔했다.
[한국의 스타트업] 준비된 창업자…소셜 게임 잇따라 ‘대박’
그는 낙담했을까. 물론 크게 실망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이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자 했던 것이다. “첫 실패를 겪고 나서 우리가 왜 실패했는지 돌아봤습니다. 그랬더니 우리가 부족한 게 참 많더라고요.”

뭐가 부족했을까. “창업자들이 모두 개발자 출신이라는 게 일단 약점이었습니다. 사실 소셜 게임은 개발 이후의 단계가 중요한데 말입니다.

제품을 만들 줄은 알지만 그것을 어떻게 마케팅할지, 그리고 이후에 어떻게 고객 관리를 하고 서비스 해 나갈지에 대해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너무 큰 게임부터 시작한 것도 문제였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거창하게 페이스북에 없는 것을 만들자는 게 무리가 있었던 거죠.”

그래서 그는 ‘선데이토즈 전략’이라는 것을 2009년 상반기에 수립했다. 첫 실패의 교훈이 반영된 게임이 ‘애니팡’과 ‘사천성’이다. 이 게임들은 2009년 10월 오픈한 네이트 앱스토어에서 대히트를 쳤다.

◇ 소셜 게임은 일시적 유행인가? = 그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모든 산업은 저마다의 라이프사이클이란 게 있다. IT 분야에선 그 사이클이 점점 짧아지는 것 같다. 소셜 게임도 반짝하다가 사라지지 않겠는가?”

이 대표는 “최근의 시장 상황을 보면 온라인 게임이 과거 10년 동안에 이룬 성과를 소셜 게임은 3년 만에 이뤄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 게임에서 나타났던 카니발라이제이션(annibalization :신작 게임이 나오면 구 버전의 게임 유저를 잠식하는 것) 효과가 소셜 게임에서는 거의 없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성장 초기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없던 유저를 새로 창출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소셜 게임은 오래갈 것 같다는 뜻인가. 그는 부가가치가 어디에서 형성돼 어디로 가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지금 소셜 게임 업계를 보면 확연히 구별됩니다. 소셜 게임의 성과들은 다시 소셜 게임에 투자되고 있습니다.”

◇ 소셜 게임, 온라인 게임을 넘어설 것 = 이 대표는 3개월 주기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3개월 안에 개발을 끝내고 서비스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선데이토즈가 걱정하는 것은 스타트업 이후다. 이 대표는 플레이돔의 ‘시티오브원더’나 최근 징가가 출시한 ‘프런티어빌’을 보면서 소셜 게임의 다음 세대가 이미 시작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대형화와 함께 탈플랫폼화도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완전하게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을 벗어난다기보다는 우선 플랫폼 의존도를 줄이는 쪽으로 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대표는 “지금 부각되는 미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 등 아시아에서도 매출 5조 원짜리 소셜 게임 기업이 3~4년 안에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임원기 한국경제 산업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