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선선한 바람이 불고 하늘이 높아지더니 가을이 불쑥 다가왔다. 답답한 도심 속에서 벗어나 운동화 끈 고쳐 매고 맘 편한 발걸음으로 걷고 싶다면 그 안온함을 닮은 정동길로 가보자.

소설 <구보씨의 일일>에서 구보 박태원이 ‘특히’라고 힘주어 말한 것처럼 정동길은 산책하기 좋고, 남녀가 함께 걸으면 더욱 좋은 곳이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이곳을 스쳐간 수많은 연인의 러브스토리가 열심히 사랑하라고 응원하는 것 같은 정동길의 초가을 풍경이다.

‘서울 시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길’이라는 수식어로 정평이 나 있는 정동길. 하지만 그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이문세의 노래 ‘광화문 연가’다.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이 주옥같은 가사들은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의 추억 속에서 맴돌고 있다.

매일 걸어도 좋을 것 같은 정동길 양옆으로 주욱 늘어선 은행나무 사이로 나란한 돌담길이 참 예쁘다. 문인 이어령 씨가 문화부장관 시절 ‘낙엽 쓸지 않는 길’로 지정하기도 했던 이곳은 바쁜 서울 생활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작은 숲과 같다. 중간 중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돌의자는 돌담과 함께 이곳의 분위기를 한층 살려주고 있다.
[Hot Street] 도심 속 안식처, 정동길 산책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을 대표하는 낭만의 거리 덕수궁 돌담길에 위치한 서울시립미술관은 도심 속의 낭만과 여유 속에 예술적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언제나 찾아가고 싶은 곳이다.

● 위치 서울시 중구 미술관길 30
● 개관 화~금 오전 10시~오후 9시(토·일·공휴일 오후 6시까지)
● 휴관 매주 월요일, 1월 1일
● 문의 seoulmoa.seoul.go.kr

10월의 전시

서울 국제미디어아트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2010:신뢰’

‘서울 국제미디어아트 비엔날레’는 2000년부터 격년제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하는 서울의 유일한 국제 비엔날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변화되고 있는 동시대 미술의 양상을 세계 각국의 미디어 아트를 통해 제시하고, 개인이 사회와 관계하는 일련의 태도로 바라보고, 이를 통해 미디어의 다양한 측면을 반영하고자 한다.

● 기간 2010년 9월 7일~11월 17일
● 가격 무료
[Hot Street] 도심 속 안식처, 정동길 산책
[Hot Street] 도심 속 안식처, 정동길 산책
덕수궁 미술관

● 위치 서울시 중구 정동 5-1 덕수궁 내
● 문의 02-2022-0600

10월의 전시

아시아 리얼리즘

싱가포르국립미술관과 공동 기획해 양국의 국립미술관을 순회하는 ‘아시아 리얼리즘’전은 아시아 10개국(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타이, 베트남, 필리핀, 인도)의 근대 미술 명화 106점을 소개하는 전시다.

● 기간 2010년 7월 27일~10월 10일
● 가격 성인 5000원, 청소년 2500원

정동제일교회

한국 최초의 개신교 예배당으로 1887년 10월 9일 미국의 감리교 선교사인 아펜젤러가 지금의 위치에 설립했다. 처음에는 한옥을 개조해 ‘베셀 예배당’이라고 불렀다. 근처에는 이화학당과 배재학당이 있었고 교회는 이 학당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기 때문에 개화운동의 중심 역할을 했으며 선구적인 선교활동을 전개한 한국 감리교회의 대표 격이다. 붉은 벽돌로 지은 북미풍의 고딕양식 건물인 이 교회는 간결하고 소박하며 깔끔한 인상을 주는데, 특이한 점은 첨탑이 없다는 것이다.

덕수궁 이야기

조선시대의 궁궐로서, 원래 면적은 현재보다 넓었으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축소됐다. 본래 이름은 경운궁이다. 임진왜란 뒤 선조가 월산대군의 집을 임시로 왕의 거처로 쓰면서 궁이 됐다. 1608년 선조가 죽은 뒤 광해군이 이곳에서 즉위했는데, 그해 완성된 창덕궁으로 떠나면서 경운궁이라는 궁호를 붙였다. 고종이 황제로 즉위한 곳이기도 하다. .

● 위치 서울시 중구 정동 5-1
● 개관 오전 9시~오후 9시
● 휴관 매주 월요일
● 입장료 대인 1000원, 소인 500원
● 문의 www.deoksugung.go.kr

빵파네

기계로 압축한 파우치라는 이름의 샌드위치를 파는 곳.

● 위치 서울시 중구 정동 11-3
● 영업시간 오전 10시 ~오후 10시
문의 02-318-5204

정잿마루

부대찌개가 그리울 땐 이곳이 생각난다.

● 위치 서울시 중구 정동 11-8
● 영업시간 오전 11시 ~오후 11시 30분
● 문의 02-755-7910

남도식당

50년간 메뉴는 추어탕, 오로지 하나! 정동길의 명소인 이곳은 그 뚝심만큼 맛도 깊다.

● 위치 서울시 중구 정동 11-4
●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8시 30분(일·공휴일 휴무)
● 문의 02-734-0719

돌담집

김치찌개가 일품인 한식집.

● 위치 서울시 중구 정동 11-2
● 영업시간 오전 11시~자정
● 문의 02-752-4068

덕수정

깔끔하고 정갈한 메뉴가 다양하게 있는 한식집. 밥 한 공기 뚝딱하기 좋은 곳!

● 위치 서울시 중구 정동 11-5
●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 30분
● 문의 02-755-0180
[Hot Street] 도심 속 안식처, 정동길 산책
정동길 이야기

정동길 일대는 조선시대 이후 근대 서울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커다란 박물관이다. 이 일대는 한양 도성의 서부인 서대문과 서소문 사이 성안에 자리해 성벽이 보호막 역할을 해줘 일찍부터 왕실과 양반 관료의 주거공간으로 발달했다.

개항기에는 ‘신문화’를 도입하는 거리가 됐다. 최초의 신식 여학교인 이화학당과 배재학당, 독립신문사 등이 들어섰고, 1883년 이후 외국 공관들이 들어섰으며, 최초로 서양식 호텔인 손탁호텔이 세워졌다.

그리고 1897년 정동제일교회가 정동길 한가운데에 자리했다. 이와 같이 정동길 주변은 개항기 초에 선교사, 외교관들이 땅을 매입해 건축물을 지으면서 서양풍으로 변해갔다. 6·25전쟁 후 거리가 조금씩 확장됐으며, 1977년 대한문에서 경향신문사에 이르는 구간이 확장되면서 오늘의 형태로 바뀌었다.

진행·사진 김보람(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