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밴드 ‘아이에스’ 김진아·김선아·김민아 자매

11월 11일 G20을 맞이하여 국내외 곳곳에서는 다양한 문화 이벤트가 열린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일본에서 열리는 뉴에이지 국악 밴드인 아이에스(IS)의 단독 콘서트다. “주일 한국문화원에서 G20을 기념해 기획한 콘서트예요. 가장 한국다운, 그러면서도 일본 대중들에게 한국의 매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해 우리를 초청한 것 같아요.”(김진아)

우리 전통 악기인 국악기로 대중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IS에서 가야금(김진아)·거문고(김선아)·해금(김민아)을 맡고 있는 이들 세 자매는 일란성 세쌍둥이다. 데뷔 후 지금까지, 아니 유치원 이후부터 늘 이들 세 자매는 ‘세쌍둥이’로 가는 곳마다 화제를 불러 모았다.

셋이서 함께 만들어 가는 소리의 세계
[같은길 다른길] “세쌍둥이가 빚는 선율에 빠져보세요”
2003년 선화예고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 나란히 입학할 때도, 또 같은 대학원에 진학할 때도 세쌍둥이이기 때문에 자연히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 덕분에 좋은 점도 많고 나쁜 점도 많죠.”(김선아) 자매가 늘 함께 다니다 보니 말도 안 되는 루머도 많았다. “학교에 버스 사주고, 잔디 깔아주고 입학했다는 소문도 많았죠. 아마 우리뿐만 아니고 웬만큼 유명한 학생들은 전부 비슷한 소문에 시달렸을 걸요?(웃음)”(김민아)

하지만 루머가 그들에게 상처를 입히진 못했다. “늘 셋이서 함께였으니까요.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니까 힘들어도 쉽게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김진아)

처음 본 사람들은 쉽게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은 얼굴이지만, 그래서 이들은 그저 ‘쌍둥이’로 한꺼번에 불리곤 하지만 성격도 저마다 다르고, 서로간의 경쟁심도 있다. 이들이 국악을 선택한 이유도 바로 그 ‘경쟁심’이 발로가 됐다.

세 사람 중 국악을 가장 먼저 시작한 이는 막내인 민아 씨다.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 덕분에 어려서부터 플루트와 클라리넷을 배우던 진아와 선아 씨보다 더 특이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욕심에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해금을 배운 것이다.

그리고 그런 민아 씨에게 자극받아 진아 씨와 선아 씨도 중학교 2학년 무렵 각각 가야금과 거문고를 배우기 시작했다. 세 자매가 각기 가야금·거문고·해금을 선택한 것을 가장 반긴 것은 자매들의 어머니였다.

“클래식에 보면 안트리오라든가, 가족끼리 함께 호흡을 맞추는 유명한 분들이 많잖아요. 어머니는 우리도 그렇게 함께 음악을 할 수 있게 되기를 은연중에 바라셨던 것 같아요.”(김진아)

세 자매가 만들어 내는 선율들은 서로 다른 악기임에도 불구하고 위화감 없이 딱 맞아떨어지는 뛰어난 앙상블로 소문이 자자했다. 이는 세 자매의 환상적인 호흡 때문이기도 하지만 악기 자체가 가지는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가야금은 상당히 화려하고 여성적인 소리를 내죠. 더구나 전통 가야금이 명주실로 만든 12현인데 비해 창작 음악을 할 때는 폴리에스터의 28현 개량 가야금으로 연주하는데요, 그 덕분에 훨씬 더 화사하고 영롱한 옥구슬 같은 소리를 내죠.”(김진아)

“가야금이 여성적이고 화려한 소리라면 거문고는 그 반대예요. 깊고 무게감 있는 소리를 내죠. 표현할 수 있는 소리는 많지 않지만, 그 대신에 전체를 아우르는 힘이 있죠. 양악기에 비유하면 베이스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할까요. 그래서 앙상블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기둥 같은 존재예요.”(김선아)

“보통 해금은 2줄 악기지만, 표현할 수 있는 소리가 다양하죠. 흔히 해금이 애절하고 구슬프다고 하지만, 그 이상의 추상적인 소리와 추상적인 퍼포먼스가 가능한 게 바로 해금 소리죠. 이 때문에 밴드에서는 주선율을 표현하는 게 바로 해금이죠.”(김민아)

IS, 즉 인피니티 오브 사운드(Infinity of Sound : 소리의 무한함)라는 이름대로 한계가 없는 무궁무진한 소리의 세계를 표현해 내는 이들 세 자매가 본격적으로 대중 가수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부터다. 처음으로 IS의 이름으로 ‘스텝 원(STEP ONE)’이라는 데뷔 앨범을 낸 것이다.

이 앨범은 전자음을 하나도 섞지 않고 가야금·거문고·해금을 포함한 다양한 어쿠스틱 악기와 세 자매의 목소리만으로 퓨전 국악 앨범의 진수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욱이 이들이 리메이크한 ‘백만송이 장미’는 ‘심수봉’의 처연함을 넘어서 IS만의 독특한 색깔이 잘 묻어나는 몽환적인 뉴에이지 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같은길 다른길] “세쌍둥이가 빚는 선율에 빠져보세요”
“이제 곧 새로운 앨범인 Vol.2가 나오는데요, 이번엔 1집 때처럼 다시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선보일 예정이에요. 순수하고 맑은 악기의 소리가 우리 노래 소리와 가장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죠.”(김민아) 이들 자매는 곧 나올 앨범에 대한 기대가 크다. 자신들의 음악이 대중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에 노영심 선배님이 만들어 주신 ‘크리스마스 한정식’이라는 노래가 있거든요. 막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의 감성을 담은 노래여서 흔히 생각하는 퓨전 국악이라는 장르와 조금 색다른 느낌이 날 거예요. 꼭 들어봐 주셨으면 해요.”(김진아) “이상은 선배님의 노래 ‘새’도 리메이크했는데요. 의외로 국악기와 너무 잘 어울리고, 또 우리만의 색깔을 많이 입혀서 가장 마음에 들어요.”(김선아)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협연도 해 봤고 세종문화회관을 비롯해 이렇다 할 큰 무대에도 많이 섰다. 러시아·헝가리·베트남·일본 등 해외 각국에서의 공연도 물론이다. 하지만 이들 자매가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손꼽는 것은 바로 소극장 공연들이다.

“2008년에 백현진·강산에·이상은·최은진 등의 뮤지션들과 함께 5일간 돌아가며 ‘천변풍경1930’이란 릴레이 콘서트를 한 적이 있어요. 관객들과 한층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어 좋았던 것 같아요.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며 국악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과 매력을 더 많이 알려드리고 싶어요.”(김선아·민아)

예술인으로서 착실하게 성장하고 싶어

소극장 공연 못지않게 2007년에 일본에서 열린 월드뮤직 페스티벌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던 일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이때 함께 참가한 아프리카 출신 뮤지션 ‘에릭 알리아나’로부터 함께 앨범 작업을 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은 것부터 시작해 많은 해외 뮤지션들과 음악적 교류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일을 인연으로 에릭과는 ‘모우아나(mouana)라는 디지털 앨범을 함께 작업했어요. 사람들이 노래 한 곡을 구입할 때마다 아이티 참사로 집을 잃은 아이들에게 텐트 하나를 선물할 수 있도록 한 자선 앨범이었는데요, 외국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하고, 또 음악을 통해 좋은 일을 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뻤죠.”(김진아)

그리고 다시 한 번 우리 국악의 세계화 가능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국악이 세계에서 인정받을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요. 대중들도 국악의 매력을 알아준다면, 분명 국악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거예요. 거기에 우리들의 음악이 일조했으면 좋겠어요. 대중과 함께 소통하되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아닌 하나의 예술인으로서 착실하게 성장해 가는 것, 그게 바로 우리의 꿈이죠.”(김진아·선아·민아)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