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대 경쟁력을 말한다 - 이수동 국민대 경영대학장

국민대 경영대학은 신입생 정원이 총 435명으로 상당히 큰 규모의 단과대다. 올해 초 경영정보학과의 120명 정원이 경영대로 편입했고 직장인을 위해 야간 경영대(95명)도 운영되고 있다.

경상대 시절 학장을 맡았던 이수동 경영대학장은 지난 9월에 다시 학장직에 오르면서 “경영대가 독립하고 규모가 커진 만큼 책임감이 커졌다”고 말한다. 교수와 학생이 혼연일체가 돼 내실 있는 교육으로 정평이 나 있는 국민대 경영대는 국내 톱 수준의 경영대를 지향하며 드라이브를 걸었다.

국민대 경영대가 최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중점 사업은 무엇입니까.

2006년 경영대학이 독립하면서 이를 터닝 포인트 삼아 나아갈 방향을 잡았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장기 발전 계획 ‘EDGe 2015’입니다. E는 기업가 정신(Entrep- reneurship)의 강화를 의미합니다.

즉 학생들에게 창업에 도전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커리큘럼에 창업 관련 과목이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돼 있고 학기 중 인턴십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진로와 관련해 적극적인 자세로 길을 찾도록 젊은 교수들을 중심으로 지도하고 있습니다.

D는 정보화 역량의 제고(Digitalization)로 우리 대학은 서울 시내 주요 대학과 비교할 때 정보기술(IT) 관련 시설과 교육 역량에 투자가 많이 돼 있습니다. 일례로 총 52명 교수 중 IT 관련 교수가 20명입니다. 이 시대에는 디지털과 지식이 접목되지 않으면 사회적인 성취가 작아지기 때문입니다.

G는 인재 양성의 국제화(Globalization)를 의미합니다. 우리 학교는 외국인 학생과 교수의 수가 크게 늘고 있고 경영대 전체 강좌의 25%가 영어로 진행됩니다. 더욱이 베트남과 경영대학원의 프로그램이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하노이 대학 출신 등 우수한 재원이 유학 와 낮에는 국내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밤에는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는 프로그램은 한국 기업과 학생들 모두 만족도가 높습니다.

또한 우리 학부 학생들이 베트남에 직접 가서 한국어로 경영학을 강의하고 귀국 후 보고서를 쓰는 프로그램도 4년 동안 진행하면서 인기가 높습니다. 또한 독일 하이델베르크대와의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만족도가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e는 경영대를 하나의 조직(enterprise)으로 보고 독립채산제로서 자율성을 확보하자는 것입니다.
[스페셜 인터뷰] “브랜드 파워 높이는데 힘 쏟을 터”
국민대 경영대의 대표 브랜드 및 특화 전략은 무엇입니까.

우리의 대표 브랜드중 2가지가 남다릅니다. 첫 번째는 3C 세미나입니다. 경영대 학생들은 1학년 때 자신감(Confidence) 세미나, 2학년에는 경쟁력(Competitiveness) 세미나, 3학년이 되면 도전(Challenge) 세미나를 반드시 들어야 합니다.

이 세미나를 통해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다시 태어날 수 있죠. 그리고 자랑할 만한 다른 하나는 사제 동행 세미나입니다. 교수들이 소수 정예의 학생들을 모집해 토론·등산·영화감상·운동 등 활동을 함께하면서 인성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졸업 전까지 2개의 사제 동행 세미나에 참여해야 합니다. 교수들의 희생이라고 볼 수 있지만 공모전을 함께 준비하거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등 보람과 성과가 큰 편입니다.

사회적으로 취업난이 심각합니다. 졸업생에 대한 경영대학 차원의 지원책은 무엇입니까.

취업률은 기준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가장 객관적인 기준은 건강보험공단에 신고된 졸업생 수로 보고 있는데 우리는 70%에 달합니다. 경영학과이기 때문에 취업률이 높은 편이지만 취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본부와 함께 인턴십 기회 제공, 취업 동아리 지원, 기업 설명회 유치 등의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경영대 학생들은 3학년 때 금융업이나 제조업으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3학년 말에 금융 쪽을 선택하면 투자회사·은행·증권사 등 여러 가지로 뻗어 나가지만 제조업을 선택하면 대기업으로 가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앞서 언급한 사제 동행 세미나 등을 통해 교수들이 학생들의 취업 고민을 상담해 주고 있습니다.

대학가에 저명한 교수와 우수 학생 영입 경쟁이 치열합니다. 국민대 경영대는 어떻습니까.

서울 소재 대학 중 국민대 경영대는 입학 제도가 가장 복잡하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전형과 모집 요건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천편일률적인 기준으로 지원자를 평가하기보다 논리에 강한 학생, 외국어에 강한 학생 등 다양한 우수 학생을 유치하려는 방편입니다.

전형이 많아 다소 번거로울 수 있지만 잠재력을 가진 다양한 인재를 유치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이렇게 선발된 국민대 학생들은 적응 능력, 국제화 능력, 창의력, 인성 등 전반적인 평가가 좋습니다.

한편 우리 경영대 교수들은 최고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52명의 교수진은 적은 수가 아닙니다. 해마다 10명 정도 모집 공고를 내고 있으며 높은 잣대를 들이대 공개강의, 질의와 발표 등 3차에 걸친 검증 과정을 통해 채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임 교수에게는 첫해 강의보다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구 정착비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국제학술지(SCI) 게재 수준의 연구에는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인센티브와 경우에 따라 파격적인 대우를 해줍니다.

학장으로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임기 동안 뭔가 성과를 낳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결정 때 총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교수 개편, 학칙 개정 등에서 학장이 의도한 대로 결정을 내리고 추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본부와의 관계도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경쟁에서 앞서 가려면 이러한 의사결정 과정과 시간이 단축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몇 가지 아젠다를 정해 놓은 것이 있습니다. 우선 국제 경영학 인증을 받으려고 합니다. 국제 인증에는 최소 5년이 걸립니다. 따라서 학장이 바뀌더라도 지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추진단을 구성하고 그들이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국민대 졸업생들이 내실을 갖추고 있지만 브랜드가 약하다고 봅니다. 좀 억울한 면이 있죠. 사회과학대의 평가는 경영대 중심으로 순위가 매겨진다고 보기 때문에 국민대 전체의 브랜드를 한 단계 높이기 위해 경영대가 일조하고 싶습니다. 경영대 동문들을 모아 전당대회처럼 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해 힘을 집결시키는 행사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서 세계적인 경영대학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경영대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제안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경영대를 평가하는 기준이 우리나라에 불리한 점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도 중국·일본·싱가포르의 경영대학보다 교육이 뒤처져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중국은 급성장하는 경제 규모의 영향을 받아 일부 대학이 상위에 랭크되고 있습니다.

최빈국 중 하나였던 한국이 세계 상위 수준으로 성장한 데는 경영학 교육이 일익을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인프라 투자 등 많은 부분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현실적으로 대학원에 많은 우수 인력들이 들어와 연구를 해야 하는데, 인적자원 확보가 힘듭니다.

그리고 공부를 더 하려는 인력들이 해외 대학에 가지 않아도 우리 대학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제도·시설·지원이 더 필요합니다. 일례로 지난 4년간 두뇌한국(BK)21 사업을 진행했는데 그때 대학원에서 많은 인재들이 나왔습니다.

이와 함께 경영학은 실천과학인 만큼 학문 자체의 가치는 더 올라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타학문과의 융합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공학·예술·인문학·디자인 등과의 융합 연구가 본격화되면 더 많은 연구 결과가 활발하게 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경영·교육·공학 등이 모두 따로따로입니다. 일례로 미디어랩은 언론·디자인·경영학이 합쳐져야 합니다. 우리도 다른 학문과 공동 연구를 여러 번 시도했으나 학문 간 폐쇄성 때문에 결합이 쉽지 않았습니다. 학문 간 수평적으로 융합할 수 있다면 국내 경영대학의 경쟁력도 한층 올라갈 수 있다고 봅니다.


약력 : 1953년생. 79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82년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87년 고려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88년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2004년 한국유통학회 회장. 2009년 한국프랜차이즈학회 명예회장(현). 2010년 국민대 경영대학장(현).

대담= 김상헌 편집장
정리=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