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로펌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유는 법률 서비스 개방이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 최대 로펌 매출의 10배가 넘는 초대형 해외파 로펌들이

국내시장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기에 긴장의 강도는 더 팽팽해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지피지기(知彼知己)’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0 한국의 베스트 로펌’ 조사는 바로 우리 로펌들의 경쟁력을 꼼꼼하게 따져보기 위해 시작됐다.
2010 한국의 베스트 로펌
김앤장의 독주, 태평양·광장·세종·율촌의 추격, 그리고 반전을 노리는 화우·바른. ‘2010 한국의 베스트 로펌’ 조사 결과는 이렇게 해석될 수 있다. 국내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다는 로펌 업계는 지금 초긴장 상태다. 이유는 한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따라 법률 서비스 개방이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한·EU FTA를 통해 매출액 3조 원에 육박하는 영국계 공룡 로펌들이 국내 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국내 유수의 로펌들 역시 이들과의 일전을 앞두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2010 한국의 베스트 포펌’ 조사는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로펌들의 경쟁력을 꼼꼼히 되짚어 보자는 취지에 따라 이뤄졌다. 국내외 다양한 로펌 평가 방식을 벤치마킹해 그 신뢰도를 더욱 높였다. 또 로펌의 주요 수요자인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계 기업까지 설문에 참여시켜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국내외 74개 대기업 참여

조사는 모두 9개 부문에서 이뤄졌다. ‘증권·보험 등 금융 및 자본시장’, ‘기업 인수·합병(M&A)’, ‘송무 및 중재’, ‘인사 및 노무’, ‘특허와 상표 및 지식재산권’, ‘국제 분쟁’, ‘형사’, ‘기업 일반(프로젝트·에너지·부동산·해상·정보통신 및 미디어)’, ‘조세 및 공정거래’가 그것이다.

조사는 설문지를 통해 진행했다. 설문 대상은 한경비즈니스가 매년 선정해 발표하는 ‘한국의 100대 기업’과 ‘외국계 100대 기업’의 법무팀 및 법률 업무 담당자로 했으며 이 중 총 74개 기업이 조사에 참여했다. 설문 참가자는 각 부문별로 가장 경쟁력 있는 로펌 2곳씩을 골랐으며 각각 1표로 계산해 이의 합계로 순위를 매겼다.
2010 한국의 베스트 로펌
그 결과 각 부문의 점수를 합산해 선정한 ‘종합 순위’에서 김앤장이 1위를 차지했다. 총 득표수는 397표로 전체 득표수의 31.43%를 차지한 압도적인 성적을 보였다. 더욱이 김앤장은 ‘조세 및 공정거래’를 제외한 8개 부문별 조사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김앤장은 변호사 380여 명 및 변리사·회계사 등 370여 명 등 도합 750여 명의 전문 인력이 소속된 국내 최대의 로펌으로, 이번 조사에서도 그 명성만큼이나 다른 로펌들을 크게 따돌리며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2위에는 태평양이 올랐다. 득표수는 208표로 전체 득표수의 16.47%를 차지했다. 태평양은 1980년 현 명예대표변호사인 김인섭 변호사가 법률사무소 형태로 설립한 로펌이다.

2010년 기준 220여 명의 국내 변호사를 비롯해 350여 명의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태평양은 이번 조사에서 모든 부문에서 5위권 안에 드는 고른 성적을 올린 것이 3, 4, 5위권 로펌들과의 격차를 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3위에는 166표(13.14%)를 얻은 광장, 4위에는 148표(11.72%)를 얻은 세종, 5위에는 129표(10.21%)를 차지한 율촌이 올랐다. 광장은 1977년 이태희 전 대표 변호사가 한미합동법률사무소를 설립하면서 출발했으며 2001년 7월 기업 자문에서 앞서가던 법무법인 한미와 송무 분야의 강자였던 법무법인 광장이 합병을 통해 대형 로펌으로 거듭났다.

이후 2005년 6월 제일국제특허와도 합병하며 지식재산권 분야를 강화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광장에는 현재 국내 변호사 230여 명이 근무 중이다. 지난 1982년 설립된 세종은 현재 220여 명의 변호사가 속해 있는 대형 로펌으로, 조사 결과 금융 및 자본시장 부문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로펌은 율촌이다. 율촌은 비록 전체 순위에서 5위에 그쳤으나 ‘조세 및 공정거래’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각 부문별 순위에서 김앤장의 독주를 막았다. 실제로도 업계에서는 ‘우창록→윤세리→소순무→강석훈·김동수 변호사’의 계보로 이어지는 조세 부문 스타 변호사들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6위와 7위는 화우와 바른이 차지했다. 각각 55표(4.35%), 41표(3.25%)를 기록했다. 8위는 지평지성(19표, 1.50%), 9위는 KCL(13표, 1.03%), 10위는 충정(12표, 0.95%), 11위는 다래(11표, 0.87%)가 차지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