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별 조사 결과 분석

국내 법률 시장은 로펌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들 로펌들은 분야별로 그룹이나 팀제를 도입해 법률 서비스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한경비즈니스는 법률 서비스 분야를 △증권·보험 등 금융 및 자본시장 △기업 인수·합병(M&A) △송무 및 중재 △인사 및 노무 △특허와 상표 및 지식재산권 △국제 분쟁 △형사 △기업 일반(프로젝트·에너지·부동산·해상·정보통신 및 미디어) △조세 및 공정거래 등 9개 부문으로 나눠 대기업 및 외국계 기업들을 대상으로 국내 로펌의 서비스 경쟁력을 알아봤다.
[2010 한국의 베스트 로펌] 김앤장 8·율촌 1개 부문서 ‘넘버원’
조사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김앤장·광장·태평양·세종·율촌 등 이른바 ‘빅5’의 독무대였다. 9개 부문 중 △특허와 상표 및 지식재산권 △형사 등 2개 부문을 제외하고는 ‘빅5’가 1위부터 5위까지 휩쓸었다.

특허와 상표 및 지식재산권 부문에서는 다래가 3위를 차지했고 형사 부문에서는 바른이 2위에 오르며 ‘빅5’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빅5’ 중에서도 김앤장은 ‘왕중왕’이었다. 조세 및 공정거래 부문만 율촌에 1위 자리를 넘겨줬을 뿐 무려 8개 부문에서 ‘톱’에 오르며 ‘역시 김앤장’이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더욱이 △특허와 상표 및 지식재산권 △형사 등 2개 부문에서는 2위권을 두 배 이상의 격차로 따돌렸다.

태평양과 광장의 2위권 다툼은 치열했다. 태평양은 △기업 인수·합병 △송무 및 중재 △국제 분쟁 △기업 일반 (공동2위) 등 4개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하며 ‘2인자’의 입지를 다졌다.

광장은 △인사 및 노무 △특허와 상표 및 지식재산권 △기업 일반(공동 2위) 등 3개 부문에서 2위에 오르며 만만치 않은 저력을 보여줬다.

그 뒤를 세종이 바짝 뒤쫓았다. △증권·보험 등 금융 및 자본시장에서 2위에 오르며 체면을 차렸다. 율촌은 △조세 및 공정거래에서 김앤장을 밀어내고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7개 부문에서 5위권에 진입했다.

다만 △형사 부문에서 7위로 밀려나며 김앤장·광장·태평양·세종 등에 비해 한 단계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조사한 9개 부문에서 한 번이라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로펌은 모두 31곳이다. ‘빅5’를 빼면 26곳이 열 손가락에 들며 중상위권을 형성했다.

중위권에서는 단연 화우가 돋보였다. 8개 부문에서 10위 안에 안착하며 ‘빅5’를 지근거리에서 위협하고 있다. 특히 △송무 및 중재 △기업 일반 등은 공동 5위권에 이름을 올렸으며 △특허와 상표 및 지식재산권 △형사 △인사 및 노무 △조세 및 공정거래 등 3개 부문에서 6위에 오르며 ‘빅5’를 넘봤다.
[2010 한국의 베스트 로펌] 김앤장 8·율촌 1개 부문서 ‘넘버원’
중위권에서는 ‘화우’ 돋보여

그러면 부문별로 살펴보자. 증권·보험 등 금융 및 자본시장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33.8%가 김앤장을 선택했다. 세종(19.6%)·광장(15.5%)·태평양(12.2%)·율촌(8.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김앤장의 위력은 대단했다. 지난 9월 금융감독원이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김앤장이 7대 시중은행 법률 자문의 50% 이상을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앤장은 외환은행·제일은행·한미은행 등 국내 은행들이 해외 사모 펀드에 매각되는 과정에서도 법률 자문을 도맡았다. 매각 이후 설립된 새 은행에 대한 법률자문 비중도 매우 높았다.

김앤장은 2007년부터 올 6월까지 7개 시중은행으로부터 법률 자문료로 198억47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법률 자문료 총액 319억9700만 원의 62%에 달하는 액수다. 건수로도 1469건에 달해 전체 2607건의 56%나 된다.

2위에 오른 세종 또한 금융 관련 법령에 대한 자문, 국내외 증권 발행 업무 등 금융· 증권 업무에 강점이 많은 로펌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세종은 금융 관련 분야에서 ‘최초’가 유난히 많다. △국내 최초 해외 증권(전환사채) 발행 △국내 최초 해외 주식예탁증서 발행 △국내 최초 교환사채 발행 등이 그것이다.

기업 M&A는 ‘기업 자문의 꽃’으로 불린다. 조사에 응한 대기업 148개 중 33.8%인 50개사가 김앤장을 M&A 자문의 ‘톱’으로 꼽았다. 2위권에서는 태평양(27개)·광장(26개)·세종(18개) 등이 각축을 벌였다.

김앤장은 블룸버그가 발표한 올 상반기 국내 M&A 법률 자문 실적에서 61억3700만 달러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자문 건수로는 아시아에서 인도의 이지비앤파트너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김앤장은 이 조사에서 벌써 5년째 국내 1위를 지키고 있다.

올해도 김앤장은 대우인터내셔널 매각 과정에서 포스코의 인수 자문을 담당했고 넥슨의 게임하이 인수, SK네트웍스가 인수한 제주 핀크스리조트 매각 자문 등을 맡았다. 2위를 차지한 태평양은 현대중공업의 현대오일뱅크 인수 자문을 맡았고 롯데홈쇼핑의 중국 홈쇼핑 업체인 럭키파이 인수에 참여했다.

송무 및 중재에서는 태평양이 돋보였다. 태평양은 20.3%로 김앤장(22.9%)을 바짝 뒤쫓았다. 로펌의 업무는 크게 자문과 송무로 나뉜다. 자문은 채권과 증권 발행, 프로젝트 파이낸싱, 국내외 투자, 기업 인수·합병 등 기업 활동과 관련해 법적 자문을 제공하는 것이다.
[2010 한국의 베스트 로펌] 김앤장 8·율촌 1개 부문서 ‘넘버원’
송무는 민형사 소송과 관련된 일을 뜻한다. 태평양은 3~4년 전부터 송무 중심 로펌에서 기업 자문 쪽으로 외연을 적극 넓히고 있지만 여전히 송무에 강한 로펌으로 알려져 있다.

태평양이 송무에 강한 이유는 뭘까. 송진훈 전 대법관과 이명재 전 검찰총장 등 법원과 검찰에서 이름을 날린 판검사 출신이 많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외국 로펌이 들어와도 태평양의 송무 경쟁력을 따라올 수 없을 것으로 평가될 정도다.

인사 및 노무 부문에서는 김앤장과 광장이 각각 33표와 32표를 얻어 1, 2위를 차지했다. 태평양·세종·율촌 등이 ‘빅5’에 들었다. 10위권에는 I&S· KCL 등이 진입하며 인사 및 노무 부문의 강자로 뽑혔다.

다소 이름이 생소한 I&S의 주요 서비스는 M&A·인사노무·경영권 분쟁 등 기업 관련 법률 자문과 세무 및 법무 자문, 일반 민형사 사건 관련 전략 소송 등으로 구분된다. 그중에서도 노사관계 분야의 특화 서비스는 정평이 나 있다.

법률 자문은 물론 노사관계에 대한 제도 수립,의사결정·교육·홍보·협상 등 전 과정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노사 자문 로펌을 따로 둔 대기업도 전략 자문을 맡길 정도로 서비스의 질이 우수하다는 평판이 많다.

서울지방법원 판사 출신인 I&S의 조영길 대표변호사는 1996년부터 김앤장에서 인사 및 노동,기업 인수·합병,구조조정,소송 및 중재 업무를 맡아 경력을 쌓았으며 현재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자문위원과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특허와 상표 및 지식재산권 부문에서도 김앤장의 절대 우세는 이어졌다. 눈길을 끄는 것은 법무법인 다래와 두우앤이우가 각각 4위와 9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다래는 1999년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특성화된 전문 로펌’을 모토로 출발한 법무법인이다. 지재권 중에서도 특허 분야에서 상당히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다래는 15명의 변호사와 16명의 변리사가 함께 일하고 있다.

두우앤이우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법률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두우앤이우의 엔터테인먼트팀은 방송사나 음반사, 연예기획사 등의 자문 업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특허·실용신안·상표·저작권·초상권 등 지식재산권에 대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제 분쟁 부문은 로펌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서 국제 중재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데다 국내 로펌의 역량 강화로 수임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김앤장이 39.9%를 얻어 2위 그룹인 태평양(25.7%)과 세종(12.2%)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지난 3월 영국의 로펌 전문 평가 회사인 ‘체임버스&파트너스’의 국내 로펌 평가에서도 김앤장·태평양·세종 등 3개 로펌이 ‘국제 통상’ 분야에서 1등급을 받았다.

다래, 지식재산권 부문 4위
[2010 한국의 베스트 로펌] 김앤장 8·율촌 1개 부문서 ‘넘버원’
김앤장에 밀려 2위에 그쳤지만 태평양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태평양은 국내 최초로 국제 중재와 국제 소송 전문팀인 ‘국제중재팀’을 출범시킨 로펌이다.

국제중재팀을 이끌고 있는 김갑유 변호사는 올해 초 세계 최고 권위의 로펌 평가지인 ‘체임버스 글로벌’에서 뽑는 최고 전문가 그룹인 ‘스타 변호사’에 선정돼 국내에서 이 분야 최고 변호사로 인정받고 있다.

형사 부문은 김앤장이 29.7%로 압도적 1위를 한 가운데 법무법인 바른이 12.8%로 세종(10.1%)·광장(9.4%)·태평양(8.8%) 등을 제치고 2위까지 치고 올랐다.

바른은 전통적으로 송무 분야만큼은 법조계 ‘최강자’로 입지를 굳힌 지 오래됐다. 바른의 전신은 송무 전문 로펌인 ‘바른법률’이다.

바른은 지난해 문성우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이인규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 서범정 전 대검 과학수사기획관 등 거물급 검찰 출신 변호사를 대거 영입했다.

이후 바른은 정몽구 현대차 회장 사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사건, 미디어법 사건 등 굵직한 소송을 잇달아 맡으면서 형사 부문의 최강자로 떠올랐다.

기업 일반(프로젝트·에너지·부동산·해상·정보통신 및 미디어)은 김앤장(27.7%)·광장(18.2%)·태평양(18.2%)·세종(10.8%), 율촌(8.8%)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말 한전 컨소시엄이 47조 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발전소 건설 및 운영권을 따내면서 국내 로펌들이 에너지·기후변화·환경변화 등을 담당하는 전담팀을 꾸리는 등 발 빠르게 움직여 왔다.

이 같은 추세는 정보통신 및 미디어 등의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선제적으로 대응해 온 대형 로펌들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조세 및 공정거래 부문에서는 김앤장이 9개 부문 중 유일하게 율촌에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밀려났다. 46표를 얻은 율촌의 우창록 대표변호사는 김앤장의 조세 전문 변호사로 출발한 인물이다.

창업 파트너의 한 사람인 윤세리 변호사도 세계 최대 로펌인 베이커 앤드 맥킨지(Baker&McKenzie)에서 국제 조세 전문가로 출발했기 때문에 율촌은 태생부터 조세 분야에 강할 수밖에 없었다.

저명한 국제 저널인 ‘아시아 퍼시픽 리걸 500(Asia Pacific Legal 500)’ 역시 율촌을 2008년, 2009년 연속 조세 분야 국내 1위로 선정했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