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위 차이나라이프

차이나라이프는 중국 최대 생명보험사다. 자회사까지 합쳐 총 보험료 수입만 연간 3220억 위안에 달한다. 시장점유율은 42.7%에 이른다. 올 들어서도 10월까지 보험료 수입이 14% 증가했다. 작년 말 기준 총자산 규모도 1조2266억 위안으로 1년 전에 비해 24% 늘었다.

운용 자산도 전년 대비 25% 증가한 1조1000억 위안을 기록했다. 중국 투자 업계의 ‘큰손’으로 지난해 투자로 벌어들인 수익만 전년보다 95% 늘어난 609억 위안으로 총투자수익률은 5.78%에 달했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15.6%를 기록했다.

은행·벤처캐피털 등으로 사업 영역 확대

글로벌 기업 이미지도 쌓아가고 있다. 지난해 포천지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에 118위로 이름을 올렸다. 8년 연속 세계 500대 기업에 진입한 것으로 2002년 290위에 비해 무려 172계단 뛰어올랐다.

올 3분기엔 전년 동기(66억 위안)보다 소폭 증가한 69억 위안의 순익을 냈다. 2003년엔 유로머니가 아시아에서 가장 좋은 보험회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뉴욕·홍콩·상하이 등 3개 증시에 동시 상장된 유일한 보험사로 시총 규모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2010 한중일 100대 기업] 중산층 시장 급성장…투자 업계 ‘큰손’
중국 국유 생보사인 차이나라이프의 역사는 중국 건국과 함께 시작됐다. 중국 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지 20일이 지난 1949년 10월 20일 중국인민보험공사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하지만 마오쩌둥의 대약진(大躍進) 운동으로 첫 고비를 맞았다. 중국 전역에 설립된 인민공사들이 의식주는 물론 직장까지 직접 챙겨주는 급격한 사회주의 체제 실험을 시행하면서 보험회사의 기능이 필요없게 된 것.

대약진이 시작된 1958년 10월 중국 국무원(중앙정부)은 “인민공사화로 국내 보험 업무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약진이 기근과 비효율 등의 문제로 대실패로 끝나면서 보험 산업이 부활했다. 급기야 2003년 12월엔 뉴욕과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했고 이어 2007년 1월 상하이 증시에 상장했다.

오랜 역사와 잇단 증시 상장으로 인지도가 높은 게 강점으로 꼽힌다. 영업 직원 수가 많은 것도 탄탄한 기반이 되고 있다. 작년 말 현재 77만 명으로 1년 만에 6만 명이 늘었다. 보험 상품 구조를 장기 위주로 바꾸는 노력이 효과를 보는 것도 안정적인 성장을 예고한다.

지난해 거둬들인 첫해 보험료 가운데 10년 이상 장기보험의 첫해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49.7%로 전년의 38.3%에서 11.4%포인트 높아졌다. 중산층의 확대로 중국 보험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도 차이나라이프의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스위스리 시그마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보험 시장 규모는 1630억4700만 달러로 세계 보험 시장에서 7위를 기록했다. 2003년 11위, 2007년 10위에 이은 것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차이나라이프는 금융 업종 간 영역 경계를 허무는 정부의 규제 완화를 계기로 전통적인 보험 사업에 머무르지 않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

양차오 차이나라이프 회장은 최근 “은행의 지주회사가 될 계획”이라며 “보험 사업에 이롭고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다면 지방은행은 물론 전국 규모의 은행도 인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과 보험 업무를 함께 보는 방카슈랑스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은행들이 보험 시장에 진출하는 데 따른 역공 성격도 있다.

차이나라이프는 이미 광둥개발은행과 중국민성은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 은행에 대한 투자는 전략적 투자자라기보다 재무적 투자자에 그치고 있다. 은행 업종 진출과 별개로 벤처캐피털 시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개발은행 및 중국의 한 벤처캐피털펀드와 손잡고 150억 위안 규모의 벤처캐피털펀드를 쑤저우에 설립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가 보험사의 투자 허용 대상에 최근 사모 펀드와 부동산을 추가하면서 이들 분야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