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 순위-한국

한국 기업의 강점은 스피드와 집중이다. 경쟁 기업들이 주저할 때 신속하게 장기적 안목으로 대형 투자를 감행하면서 시장을 주도했다. 한국 기업 특유의 강력한 오너십은 때로는 핵심 엔진으로 강렬하게 기업과 국가 경제를 견인하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 10년 동안 한국 기업들의 위상이 세계시장에서 몰라보게 높아졌다. 모방의 대상이었던 일본의 동종 기업들을 넘어서기도 하며 최근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눈부신 성취를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사회 일각에서는 폐쇄적인 경영 방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앙집권식 컨트롤타워는 강력한 리더십의 원천이지만 독단적이고 조직의 소통 부재라는 약점을 지닌 ‘양날의 칼’이기 때문이다.
[2010 한중일 100대 기업] 20개사 ‘톱100’ 진입…‘전성기’ 맞아
LG계열 4개사 100위 안에 포진

이번 조사에서 10위권에는 유일하게 삼성전자(3위)가 진입했고 100위권 안에는 총 20개사가 포함됐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14위에 오른 현대자동차는 최근 전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다. 미국에서는 프리미엄 차 시장까지 섭렵하며 제네시스가 ‘올해의 차’에 선정됐고 최근 론칭한 에쿠스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08년 3%였던 미국 시장점유율을 지난해 4.2%, 올해 4.7%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전년 대비 무려 94% 늘어난 57만300대를 판매해 중국 내 판매 순위 4위에 올랐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연간 3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체코 공장 가동을 계기로 미국·중국·인도에 이어 유럽에서도 연구·개발(R&D)에서부터 생산 판매 마케팅, 애프터서비스에 이르는 일련의 경영 시스템을 갖춰 현지화를 완성했다.

한편 국내 대표 자동차 제조업체 기아자동차도 70위에 올랐다. 올 들어 사상 최고의 실적을 꾸준히 올려 온 기아차는 내수 판매에서 형님 격인 현대차를 위협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영업이익 기준 ‘1조 클럽’ 가입을 확정짓기도 했다.

기아차의 이런 호실적은 지난해부터 두드러졌다. 지난 2008년 하반기부터 영업 손실을 흑자로 전환한 기아차는 2008년 한 해 동안 기록한 영업이익을 올 들어 1분기 만에 기록하는 등 최근 2년 사이 놀랄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재계와 자동차 업계는 이런 기아차의 호실적 뒤에 연이은 신차 출시와 디자인 경영, 고객 성향에 맞춘 상품 전략 등이 뒷받침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6위 포스코는 지금까지 추진해 온 글로벌 철강 사업의 결실을 기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제철소는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몇 년째 공을 들이고 있는 인도 일관 제철소 건설 사업은 올해도 이렇다 할 진전 없이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인도 오리사 주 정부와 일관 제철소를 설립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5년이 지났지만 현지 주민의 반발과 소송 등으로 답보 상태다.

LG그룹의 계열사들이 ‘한중일 100대 기업’ 안에서 넓게 포진해 있다. 25위는 LG전자, 28위 (주)LG(지주회사), 59위 LG디스플레이, 61위 LG화학이다. LG전자는 내년 스마트폰 및 발광다이오드(LED) TV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 출하량을 늘려 점유율을 높이고 이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LG는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을 중심으로 실적 부진을 보여 왔다. 이에 따라 대대적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해 전열을 가다듬고 내년 1분기 영업이익을 흑자 전환한다는 목표다.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주요 TV 및 PC 메이커, 가전 메이커들에 안정적인 공급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과 유럽 등 주요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보다 밀착 공략하기 위해 생산 현지화를 추구 중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함께 중국 공장 설립을 승인 받아 중국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에 40억 달러를 들여 2011년 초 착공해 2012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화학은 2008, 2009년 사상 최대 경영 실적을 경신하며 영업이익 2조 원 시대를 열었다.

더욱이 차세대 집중 육성 사업으로 키우는 전기차용 2차전지 분야에서는 국내 현대차와 기아차 외에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중국 장안신 에너지기차, 유럽 볼보자동차 등에 공급하며 업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이러한 자회사들의 성장세와 실적 호전에 따라 (주)LG도 지주회사 체제 출범 후 연평균 13%의 매출 신장세를 보이며 지난해 125조 원을 기록, 지주회사 출범 초기인 2003년 매출 61조 원보다 2배 넘게 성장했다.

국내 3대 금융지주사 70위권

50위 현대중공업은 부동의 세계 1위 조선 업체이자 세계적인 종합 중공업 회사다. 지난해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대규모 해양·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 경비함과 첫 번째 드릴십을 성공리에 건조하는 등 고부가가치 선박과 친환경 선박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차 166개 차종에 197만 품목의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업계 글로벌 순위로 19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경영 혁신을 통해 처음으로 매출 10조 원을 돌파했다.
[2010 한중일 100대 기업] 20개사 ‘톱100’ 진입…‘전성기’ 맞아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는 국내 시장점유율 30% 이상을 유지하고 있고 생산 설비 운영 면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1등 기업군(톱 티어)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인천 콤플렉스와의 시너지 창출 및 해외 매출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 등유와 경유 등 고마진 경질 제품을 중심으로 해외 신규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차세대 핵심 기술인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 개발에 투자해 왔고 지난해 10월 다임러그룹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급 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3대 금융 지주사인 우리·KB·신한이 순위에 모두 올랐다. 우선 올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신한금융지주가 62위에 랭크됐다.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3인방이 모두 검찰의 조사를 받았고 이에 따라 조만간 ‘신한금융 사태’가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지배 구조 불확실성이 내년 초에는 모두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내년 2월 이사회에서 차기 경영진에 대한 결정이 날 예정이다. 2011년에는 순이자마진(NIM)이 안정되고 7% 수준의 대출 성장, 일회성 대손 비용 소멸 및 실질적인 대손비용 감소로 이익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2008년 공식 출범한 KB금융지주(72위)를 통해 KB금융그룹은 종합 금융 서비스 체제를 갖췄다. 은행·증권·보험 및 자산운용 등 핵심 사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사업 부문 간 시너지 창출을 극대화하고 있다.

2001년 출범한 우리금융지주(78위)는 국내 최초의 금융 지주회사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5개 금융회사(한빛·평화·경남·광주·하나로종금)의 정상화 작업 결과 탄생했다. 9년이 지난 현재 우리금융지주는 민영화 수순을 밟고 있으며 경영권 인수를 위한 국내외 금융회사의 입찰이 진행되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SK텔레콤(75위)과 KT(80위)의 경쟁이 뜨겁다. 아이폰이 가져온 지각변동으로 양사의 1위 경쟁이 치열하다. 아이폰을 국내 독점 유통하고 있는 KT는 가입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SK텔레콤도 삼성 갤럭시S로 선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010년 동안 200만 대의 스마트폰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한국형 앱스토어 T스토어를 론칭하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를 위한 지원에 나섰다. KT는 올해 새로운 성장 전략인 ‘컨버전스&스마트’의 추진으로 매출 20조 원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목표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도입으로 촉발된 무선 데이터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해 올해 무선 데이터 매출 성장률 1위를 달성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84위 롯데쇼핑은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2000대 기업에서 일본의 이온사를 제치고 리테일 부문 아시아 지역 1위에 올랐다. 롯데쇼핑은 중국과 베트남 등에 백화점을 연이어 오픈하며 해외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화둥 지역의 65개 점포를 가진 대형 마트 체인 타임스를 인수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