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일 레블릭스 대표

레블릭스(Revlix). 회사 이름이 생소하다. 당연하다. 이 회사는 회사명보다 그들이 만들었던 앱으로 더 알려졌었다. ‘라스트 서퍼-뭐 먹지?’는 레블릭스가 올 초 아이폰용 앱으로 출시해 한때 앱 순위 1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레블릭스는 앱 개발사가 아니다. ‘라스트 서퍼(Last Supper)’는 어찌 보면 이들이 본업과 전혀 상관없지만, 젊은이다운 재치로 트렌드를 읽고 실험적으로 만든 애플리케이션이었다. 그러면 레블릭스는 어떤 회사일까.

라스트 서퍼로 몇 차례 언급된 것을 제외하면 소개된 적이 없는 이 회사 창업자들을 만나러 분당 수내동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다. 사무실에서 만난 20대 젊은이 3명은 벌써 8년 전에도 창업을 경험했던 유경험자였다. 그리고 레블릭스는 벌써 수익을 내고 있었다.

세 청년의 끈끈한 8년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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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블릭스의 대표이사는 윤종일 사장.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신화용 이사, 최고정보책임자(CIO)는 김진수 이사다. 윤 대표는 대구과학고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01학번으로 입학했다.

신화용 이사는 인천과학고, 카이스트 02학번이고 김진수 이사는 한성과학고, 카이스트 00학번이다. 과학고-카이스트라는 한국 이공계의 정통 코스를 밟은 3명이 경영진을 구성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세 사람의 인연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이 인연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한국의 스타트업 시리즈 여섯 번째에 소개한 바 있는 엔써즈의 이준표 이사가 있다. 이준표 이사 역시 카이스트 00학번으로 김진수 이사와 함께 2002년 중소기업창업경진대회에 나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때 받은 상금이 무려 1억 원.

그런데 상금에 조건이 있었다. 최우수상에 입상한 아이디어를 상용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아이디어는 네트워크 솔루션과 관련된 분야였다.

당시 학생이었던 이준표·김진수는 똘똘한 후배들을 찾았다. 함께 사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2학년이었던 윤종일 학생이 합류했고 당시 카이스트 방송팀에서 PD를 맡고 있던 신화용 학생은 이들을 취재하러 갔다가 매료돼 학교도 휴학하고 바로 합류했다. 이들의 길고 친밀한 인연이 시작되는 시점이었다.

이들은 상용화를 위해 에빅사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학생들 6명이 설립한 회사였다. 이준표 학생에게 설득당한 스탠퍼드 졸업생 셔먼 리 역시 이때 에빅사 창업 멤버로 함께 일했다. 따지고 보면 이들 우정의 정점에는 이준표 엔써즈 이사가 있는 셈이다. “어쩌다 보니 모두 이준표 이사에게 ‘낚여’ 맺어진 인연이네요.” 김진수 이사가 농담처럼 말했다.

에빅사는 2005년까지 계속됐다. 에빅사는 일본에 진출해 지사까지 설립하고 일본에서 현지인 사장까지 구했다. 이 일본인 에빅사재팬 대표는 지금도 현지에서 엔써즈와 레블릭스의 현지 사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

2005년에 이들의 사업이 중단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군 문제. 창업자들이 모조리 군대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병역특례로 넥슨을 선택했고, 김진수 이사는 곰TV로 잘 알려진 그래텍을 거쳐 넥슨으로 갔다. 신 이사 역시 그래텍으로 갔다. 이준표 이사 역시 그래텍에서 경력을 쌓은 것을 보면 이들은 넥슨과 그래텍을 통해 계속 인연을 이어간 셈이다.

윤 대표는 국내 최대 게임 업체 중 하나인 넥슨에서 온라인 게임의 데이터 처리와 관련된 업무를 하면서 조직 운영과 새로운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고 김 이사와 신 이사는 그래텍의 네트워크 분야에서의 경험을 체득할 수 있었다.

“스무 살 때 처음 창업했기 때문에 좌충우돌하면서 배운 것도 많았지만 여전히 조직 운영이나 해외 사업, 신규 채용, 법률문제 등 모르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넥슨과 그래텍에서 각자 경험을 쌓은 것이 결과적으로 다시 모여 창업하는데 큰 보탬이 됐죠.” 윤 대표의 말이다.

레블릭스는 어려운 이름만큼이나 비즈니스 분야가 일반인들에게는 낯설고 생소한 회사다. 데이터 분석과 계량화, 네트워크 솔루션 등이 이 회사의 주력 분야다. 데이터 계량화와 관련돼 다양한 기술을 개발, 이를 라이선싱하거나 네트워크 솔루션 기술을 개발해 다른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기도 한다.

소셜 네트워크 시대가 오면서 레블릭스에는 또 다른 기회가 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와 모바일 서비스의 확산이 데이터 증가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레블릭스는 사용자에게 진정 필요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전해주기 위해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체계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체계화된 데이터는 시장 변화에 대한 예측, 대중의 직관을 활용한 아이디어의 제안·소통·위기관리 등의 해법을 제시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데 사용된다”고 말했다.

레블릭스는 창업자들의 카이스트 재학 당시의 연구 논문을 위해 제작된 시스템을 기반으로 실시간 온라인 버즈 트렌드 분석 툴인 태그매치(www.tagmatch.co.kr)를 개발, 서비스 중이다. 이런 서비스는 트위터·미투데이·페이스북·요즘 등에서 네티즌들이 만든 수많은 텍스트와 사진 등 콘텐츠 데이터를 모아 트렌드를 분석한다.

“소셜 미디어에서 가장 뜨거운 광고 키워드는 무엇인가 등을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레블릭스가 하고 있는 영역입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 있는 내용을 뽑아내고 가치를 창출하는 최고의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것에 최적화된 단단하고 실력 있는 기업이 되는 것이 레블릭스가 지향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윤 대표의 설명이다.

라이선싱과 컨설팅 등으로 수입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이 회사는 증자를 하지도, 투자를 받지도 않고 있다. 2009년 초기 창업 당시 5000만 원으로 창업했는데 창업자 셋이서 지분을 나눠 가지며 아직도 자본금 변동 없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올 들어 몇몇 투자회사로부터 투자 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모두 거절하는 바람에 한편으론 이 때문에 화제를 모으기도 했고 ‘무슨 벤처가 투자도 받지 않으려고 한다’는 억울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레블릭스가 그동안 투자를 받지 않았던 이유는 운영 및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계속해 벌어서 충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비스를 확대하고 직원을 충원해 나가면서 점차 외부 투자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소셜 음악 서비스 2011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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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블릭스는 최근까지 기업 간 비즈니스(B2B)에만 주력해 왔다. 하지만 내년에는 소셜 음악 서비스를 내놓고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올여름에 기획에 착수, 현재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레블릭스는 이미 ‘라스트 서퍼’라는 앱을 개발해 B2C 시장에서도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레블릭스의 기술력이 소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모바일 및 소셜 네트워크 분야에서 활용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 레블릭스의 판단이다.

레블릭스가 준비 중인 서비스의 특징은 음악 서비스의 ‘개인화’와 ‘소셜’이다. 기존 모바일 음악 서비스는 스트리밍 및 파일 재생 등 기본 기능을 충실히 제공하거나 음악 검색에 중심을 두고 있었다.

윤 대표는 “레블릭스는 데이터 분석과 체계화 기술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음악 청취 패턴을 분석함으로써 개인의 취향에 따른 음악 선곡 및 추천 기능을 제공하고 사용자 간에 감성적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음악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임원기 한국경제 산업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