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백과에 따르면 약 9000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이미 ()을 만들었다. 한국의 대표 ()은 고려시대 원나라를 통해 들어왔다. 서먹한 사이를 단번에 ‘절친’으로 만들어주는 묘약인 ()에 빠지면 ‘()병’에 걸린다. 적당히 하면 ‘약’이 되기도 한다. 한국 사람들이 밥, 김치 다음으로 좋아한다는 음식인 이것은? 바로 술이다.

11월 기준 국내 가입자 수만 200만 명이 넘은 트위터 속에도 술 약속을 잡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두산그룹의 박용만 회장은 저녁 회식 인원을 트위터로 모집한다. 박 회장은 “삼겹살에 소주 한잔, 선착순 20명”이란 글을 종종 올린다.

트위터 속 유명 인사들은 올해가 가기 전에 어떤 사람과 술잔을 기울이고 싶을까. 11월 8일부터 약 일주일간 “기회가 된다면 술 한잔 기울이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11명의 유명 인사가 보내온 따끈따끈한 답신. 그들은 과연 누구를 지목했을까?
[140자 인터뷰] 해 가기 전 술 한잔 기울이고 싶은…그 사람은 누구?
티파니, 나르샤랑 한잔하고파!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원희룡 의원은 ‘스티븐 잡스’를 꼽았다. 원 의원은 “스티븐 잡스는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명연설을 했는데 지금은 무엇이 고프고, 무엇이 어리석다고 느끼는지를 안주 삼아서 이야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소주가 좋은데 잡스의 취향은 어떨지?”라고 반문했다. “소주를 한국형 와인이라며 권해보라”는 기자의 대답에 원 의원은 “기대 빵빵”이라는 답신을 보내왔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취업 문제로 힘겨워하는 젊은이들에게 트위터 속 멘토가 되어주고 있다. 그는 각 기업의 모집 공고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며 자료를 공유한다.

지난 11월 9일 IBK투자증권 이형승 대표가 “자기소개서만으로 1차 면접을 진행해보니 정말 어렵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자 이광석 대표는 즉시 리트윗하며 구직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런 이광석 대표가 한잔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 이 대표는 “부인님이요. 술을 못하거든요”라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IBK투자증권 이형승 대표는 어떤 사람과 술을 한잔 기울이고 싶을까. 이 대표는 ‘이윤재 전 청와대비서관’을 꼽았다. 그는 “이 선배는 사퇴 후 경영하던 회사도 최근 정리하고 자신의 인생을 찾은 아주 용기 있고 남다른 분”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일간지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인맥경영연구원의 구창환 원장은 “미래는 지식과 인맥으로 승부하는 시대”라며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기업 경영의 최전방에서 지식과 인맥은 전쟁의 무기이자 필수 보급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대학생들에게 인맥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런 구 원장에게 ‘술 한잔하고 싶은 사람은?’이란 질문을 던지자 “술을 거의 마시지 않기 때문에 술 한 잔은 만취”라는 답신을 보내왔다. 그는 단 ‘한 잔’이라는 조건을 달고 “지식생태학자로 유명한 한양대 유영만 교수님과 마시고 싶다”고 말했다.

지승호 씨는 2001년부터 무려 21권의 인터뷰 책을 펴낸 국내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다. 유시민, 진중권, 홍세화, 한홍구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논객들이 그의 인터뷰이가 됐다. 그런 지 씨는 각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술 상대(?)로 지목했다.

“박찬욱 감독님, 봉준호 감독님, 허영만 화백, 김태호 PD, 영화배우 김혜수 씨, 전도연 씨. 이런 분들이 생각나네요. 같이 한잔해본 분들 중에서는 공지영 작가님, 가수 신해철님이 생각나고, 걸 그룹 중에서는 소녀시대 티파니 씨와 브아걸의 나르샤 씨랑 한잔했으면 싶네요. 너무 많은가요?”
[140자 인터뷰] 해 가기 전 술 한잔 기울이고 싶은…그 사람은 누구?
[140자 인터뷰] 해 가기 전 술 한잔 기울이고 싶은…그 사람은 누구?
“가슴 뛰게 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

영화배우 엄지원 씨는 요즘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내년에 방영될 SBS드라마에서 강력계 여검사 역을 맡았기 때문. 촬영으로 밤을 새우는 것은 기본이고 남자도 소화하기 힘든 액션신도 많다.

지난 11월에는 엄 씨가 출연한 두 편의 영화가 개봉돼 홍보에도 바쁘다. 드라마 촬영장으로 향하며 트위터를 하고 있는 엄 씨에게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만화가 황미나 씨와 술 한잔 기울이고 싶다”며 “어렸을 때 왕팬이었다”고 말했다.

평균 시청률 9%가 넘는 시사 프로그램이 있다. 각 방송사의 9시 뉴스와 비슷한 시청률을 기록 중인 MBC ‘PD수첩’은 민감한 이슈들을 집중 보도하다 보니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PD수첩의 ‘PD’는 과연 어떤 사람과 술잔을 나누고 싶을까.

오행운 PD는 “일제고사로 파면당한 교사들”이라고 대답했다. 오 PD는 “시간 한번 내야지 하면서도 이러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홍혜걸 씨는 한국 최초의 의사 출신 의학전문기자다. 홍 씨는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와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라디오 MC로도 명성을 쌓고 있다. 홍 씨는 KBS 라디오 ‘건강 365’에서 청취자들의 건강 지킴이를 자처한다.

기자가 술 한잔하고 싶은 사람에 대해 묻자 홍 씨는 “재밌네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김문수 경기지사, 드라마 작가 김수현 씨, 그리고 ABC 한국 지부장 조주희 씨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한화손해보험 권처신 대표는 아직 트위터 새내기다. 권 대표는 “팔로어 1000명 돌파는 언제쯤일까?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특별한 이벤트에 대한 멋진 아이디어 없을까?”라며 트위터 고수들에게 자문을 요청하기도 한다. 권 대표는 “술 한잔하고 싶은 사람이 많지만 꼭 한 사람이라면 ‘화개장터’를 부른 조영남”이라고 말했다.

“연말 디너쇼에 두 번 연속 갔는데, 쇼보다는 한잔하면서 자유분방하고 창조적인 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취재 말미에 권 대표는 “여자는 나경원 의원”이라고 대답했다. 반면 권처신 대표보다 먼저 질문을 던졌던 나경원 의원은 “지금 생각나는 사람이 없다”는 답신을 보내왔다.

‘해바라기 마케팅’의 저자이자 와이비즈 마케팅 연구소장인 경제학 박사 윤선 씨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270회 이상의 농산품 마케팅 강연을 벌인 유명 강사다.

그런 윤 씨는 “인터뷰 덕분에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을 생각해볼 기회가 됐다”며 “가슴을 뛰게 하는 사람들,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는 주인공들과 포장마차에서 곰장어와 소주 한잔을 기울이고 싶다”고 말했다.


글 이재훈 인턴기자 hymogoo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