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만나고 싶은 CEO

[SPECIAL REPORTⅡ] 소통·창조 경영 달인 ‘보고 싶어요’
대학생들은 ‘미래의 희망’이다. 한경비즈니스는 이들을 대상으로 금융·제조·비제조 등 3부문으로 나눠 ‘대학생들이 가장 만나고 싶은 CEO’를 조사했다. 이번 조사에서 선정된 최고경영자(CEO)들은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 ‘스타’다.

이들의 인생관과 경영 철학 등은 대학생들의 가치관을 가다듬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대기업을 운영하는 조직 관리 노하우와 경쟁이 치열한 시장을 헤쳐 나가는 경영전략 등은 ‘미래의 CEO’들에게 ‘살아있는 교과서’가 될 수 있다. ‘대학생이 가장 만나고 싶은 CEO’의 면면을 다뤘다.

김정태 하나은행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강유식 (주)LG 부회장이 각각 금융·제조·비제조 부문에서 대학생들이 ‘가장 만나고 싶은 CEO’로 선정됐다. 한경비즈니스가 2010년 12월 전국 대학생 659명을 대상으로 ‘가장 만나고 싶은 CEO’를 조사한 결과 금융 부문에서는 김정태 하나은행장(27.04%)이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25.78%)과 이종휘 우리은행장(25.78%) 등을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이어 민병덕 KB국민은행장(11.32%)과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10.06%)이 금융 부문 톱5에 들었다.

제조 부문에서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25.78%를 얻어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25.15%)을 간발의 차로 따돌렸다. 그 뒤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17.62%)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16.36%), 박용만 (주)두산 회장(15.09%) 등이 이었다.

비제조 부문에서는 강유식 (주)LG 부회장이 26.42%를 획득해 김상헌 NHN 사장(25.15%)을 제치고 ‘대학생이 가장 만나고 싶은 CEO’로 조사됐다. 정만원 SK그룹 부회장(19.49%),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18.87%), 이석채 KT 회장(10.07%) 등이 ‘넘버5’안에 들었다.

이번 설문 조사는 전국의 대학생들에게 부문별로 ‘가장 만나고 싶은 CEO가 누구냐’를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는 1차와 2차로 나누어 진행했다. 1차는 전문 리서치 기업인 마크로밀코리아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CEO 1인을 선정하게 했고 부문별로 다득표 CEO 5인을 뽑았다.

이어 2차 조사에서는 부문별 5인의 CEO를 대상으로 대학생들에게 가장 만나고 싶은 CEO 1인을 선정하도록 해 지지도가 높은 순으로 순위를 매겼다. 조사 기간은 2010년 12월 14~21일, 조사에 응한 대학생 수는 모두 659명이었다. 마크로밀코리아는 일본의 대표적 리서치 회사인 마크로밀의 한국법인이다.

금융 부문 - 김정태 하나은행장

‘헬퍼 리더십’으로 조직원 역량 극대화
[SPECIAL REPORTⅡ] 소통·창조 경영 달인 ‘보고 싶어요’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성균관대 행정학과 출신으로 2003년 하나은행 가계고객사업본부장(부행장)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하나대투증권 사장 등을 거쳐 2008년 3월 하나은행장에 취임했다. 정문에서 고깔모자를 쓰고 출근하는 직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보수적인 금융권에서는 보기 드물게 파격적인 펀(FUN) 경영으로 주목받았다.

김 행장은 하나은행이 1991년 한국투자금융에서 은행으로 전환한 뒤 거대 시중은행으로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영업통’인 김 행장이 은행 영업의 불모지였던 하나은행에서 초기 영업의 초석을 다졌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더욱이 수차례의 인수·합병이 이뤄진 상황에서 조직원들의 갈등을 봉합하고 조직의 역량을 통합하는데 공이 컸다는 후문이다.

하나은행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김 행장은 2006년 하나대투증권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곧장 영업 현장으로 달려가 취임 20여일 만에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나고 전 영업점을 순방한 일화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그 결과 하나대투증권 사장 취임 1년 만에 총자산을 24조8000억 원에서 31조200억 원으로 늘리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김 행장이 하나은행장으로 취임한 1998년은 글로벌금융 위기의 여파로 국내 은행들도 휘청거렸던 시기였다. 김 행장은 리스크매니지먼트를 강화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건설 업종 등 위험 산업의 여신 규모를 경쟁 은행 대비 눈에 띄게 낮추는 등 상대적으로 양호한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계기로 삼았다.

경영 실적도 뛰어나다.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에 따르면 2010년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 분기 대비 992억 원 증가한 2665억 원을 올리는 등 선방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회사 측은 “2010년 순이익이 1조 원을 넘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행장은 ‘헬퍼 리더십’의 소유자다. 스스로 “헬퍼 리더십을 경영 철학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헬퍼 리더십’을 “상명하달식 업무 추진이나 권위주의를 버리고 직원들이 자유로운 환경과 열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리더십”이라고 소개했다. 취임 초 직원 상하간의 격의 없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은행장실을 ‘조이 투게더룸(Joy Together Room)’이라고 명명하고 직원들이 수시로 드나들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나은행은 아시아 기반 글로벌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행장은 “해외 영업 자산 비중을 현재 5.4%에서 최대 20%까지 확대하고 2015년 자산 규모 기준 세계 50위 진입이 목표”라며 당찬 비전을 제시했다.


제조 부문 - 정준양 포스코 회장

글로벌 초일류 철강 기업 도약 주도

[SPECIAL REPORTⅡ] 소통·창조 경영 달인 ‘보고 싶어요’
포스코는 소비재가 아닌 중간재(철강)를 다루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런데도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제조업 부문에서 ‘대학생이 만나고 싶은 CEO’로 선정된 배경은 뭘까. 먼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포스코의 높은 위상 때문으로 풀이된다. 포스코는 조강 생산량 세계 4위, 연간 생산량 3000만 톤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경쟁력을 자랑한다. 더욱이 한국 경제가 짧은 기간에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서는 과정에서 ‘맏형’ 역할을 해 온 것이 대학생들에게 호감을 준 배경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2009년 포스코 회장으로 취임한 정 회장이 ‘포스코3.0’을 미래 전략 키워드로 제시하며 창조와 혁신을 중시해 온 것도 어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회장은 어떤 CEO일까. 1975년 포항제철에 사원으로 입사해 CEO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제강부장, 제철소장에 이어 포항과 광양제철소를 총괄하는 생산기술부문장(COO)을 역임하는 등 정통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렇지만 한 달에 5권 이상의 역사·과학·문화 관련 책을 읽는 ‘독서광’으로 문화·예술·역사·철학 등에도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지난해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에 성공, 안정적인 해외 자원 개발과 판로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포스코 3.0’ 시대를 활짝 열어가고 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정 회장의 리더십을 언급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소통 경영’이다. 정 회장은 직원들과 가진 ‘CEO와의 열린 대화’에서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리고 포스코에서 가장 필요한 달인은 소통의 달인이 아닌가 싶다”고 말할 정도로 누누이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정 회장은 소통의 달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습관으로 e메일 이용과 일기 쓰기를 들었다. 아울러 매달 ‘CEO와 열린 대화’도 꼬박꼬박 열고 있다.

창의 놀이 공간인 ‘포레카(Poreka)’도 소통을 강조하는 정 회장의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서울시 강남 포스코센터 동관 4층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이 공간은 1190㎡(약 360평) 규모로 휴식(Refresh)·재미(Fun)·학습(Study) 공간으로 구분해 직원들에게 휴식과 놀이·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곳엔 바닥에 흙을 깔고 배수 시설을 한 뒤 조성한 정원도 있고 1000여 권의 책을 비치한 ‘북카페’, 방바닥에 드러누워 쉬거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한 사랑방과 다락방도 마련돼 있다.

정 회장은 “잘 놀고 잘 쉬어야 창의력이 생기며 경영에서도 기존 사업을 재해석하고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창조적 전환 능력이 확보될 수 있고 미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의 비전은 포스코가 글로벌 비즈니스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을 적극 개척해 2018년 매출액 10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성장성·수익성·지속성을 갖춘 ‘뉴 포스코(New POSCO)’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비제조 부문 - 강유식 (주)LG 부회장

그룹 안살림 도맡아 온 LG그룹의 일꾼
[SPECIAL REPORTⅡ] 소통·창조 경영 달인 ‘보고 싶어요’
(주)LG는 LG그룹의 지주회사로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강유식 (주)LG 부회장은 대외 활동이 별로 없어 대중적인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그런데도 이번 조사에서 1위에 오른 것은 2003년 LG 대표이사 부회장에 오른 후 LG그룹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끄는데 큰 역할을 해 온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지난해 6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청소년 대상의 사회 공헌 프로그램이 대학가에서 큰 화제를 모은 것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화제의 프로그램은 바로 ‘LG드림챌린저’다. 대학 새내기들인 대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지만 누구도 명쾌하게 방향을 제시해 주지 못했던 자신의 미래 비전이나 꿈을 찾고 이를 이루는 길을 찾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성장 캠프’다.

강 부회장은 1972년 LG화학에 입사해 1987년 LG전자 이사로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1997년 LG회장실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1998년 구조조정본부 사장을 맡으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외자 유치, 선진 기업과의 합작 경영, 우량 기업에 대한 기업 공개 등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당시 개념조차 생소했던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국내 최초로 시도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진두지휘했다. 또한 GS·LS 그룹의 분가를 큰 잡음 없이 완료하는 등 조정 능력이 탁월하다.

강 부회장은 그룹 안팎에서 ‘부드러운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소에는 온화한 표정으로 임직원을 편하게 대하지만 지난 10여 년에 걸친 LG의 구조조정과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계열 분리 등을 진두지휘할 때 보여줬듯이 일에 관한 한 매사에 ‘원칙과 정도’를 견지하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인물로 알려져 있다.

강 부회장은 평소에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거나 “자주 밟으니까 길이 되더라”라고 자주 말해 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먼저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또 방향성이 옳다고 판단돼 실천하면 다소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결국은 옳다는 것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강 부회장의 최대 관심사는 LG의 새로운 수익원, 미래 성장 동력의 발굴이다. 강 부회장은 이와 관련, 평소 “신사업을 시작할 때 고객에게 진정으로 의미 있는 가치를 염두에 두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않으면서 일을 한다면 엉뚱한 길로 갈 것”이라며 “발상의 시작은 고객 가치를 얼마나 잘 창출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취재=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