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선 중소기업청장

중소기업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다. 대외적으로는 대기업의 활약이 돋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중소기업의 탄탄한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요즘 사회적인 이슈가 된 취업 문제를 들여다봐도 그렇다.

취업 시장에 나오는 구직자의 절대 다수는 결국 중소기업이 흡수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상생’이 화두로 떠오른 배경도 여기에 있다. 취임 이후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쉼 없이 달려온 김동선 중소기업청장에게 한국 중소기업의 미래, 청년 취업과 창업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스페셜 인터뷰] “기업가 정신 확산시키는데 힘 쏟을 터”
취임 후 300일 정도 지났습니다.

주마등 같이 빨리 지나간다는 말이 떠오르는군요. 중기청장으로 취임한 후 기업 현장과 각종 회의를 오가느라 매우 바빴습니다. 최근에는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 등에 따른 소상공인 지원 문제, 긴급 경영 안정 자금 협의 등으로 연초부터 정신이 없네요. 취임 후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만큼 보람도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추진해 오신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대형 유통 업체의 골목 시장 진출, KIKO 피해 업체 및 납품 단가 보장 문제 등의 해결이 특히 어려웠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부임 초부터 이슈가 돼 추진했던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 대책 마련입니다. 이를 통해 상생 문화를 확산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는 전통 시장이나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 조정과 관련한 유통법과 상생법을 통과시켜 영세 자영업자의 생활 터전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한 것입니다. 이 밖에 모바일 분야 1인 창조 기업 육성 대책 마련도 기억에 남습니다.

2011년에도 새롭게 추진할 알찬 계획을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선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 계획은 1~2년 안에 끝날 일이 아닙니다. 지속적인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죠. 다음으로 중요한 이슈는 일자리 창출입니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일자리, 예를 들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디자인 등의 지식 기반 서비스 분야의 창업 활성화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대기업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 의식을 갖춘 1인 창조 기업 육성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청년기업가정신재단’ 창설을 준비 중입니다. 미국의 카우프만재단을 벤치마킹해 내년 1월에 설립할 예정입니다.

기존의 중소기업 지원 계획은 어떻습니까.

올해는 ‘다 같이 발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정책적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우선 글로벌 수출 기업화를 본격 추진할 예정입니다. 내수에 치중한 중소기업을 수출 기업으로 육성하는 계획이죠.

이를 위해 글로벌 마켓을 주력 수출 시장, 전략적 협력 시장, 신수요 창출 시장 등 3대 시장으로 나누어 각각의 특성에 따라 맞춤형 전략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용 연구·개발(R&D) 지원 사업을 통해 핵심 기술 역량도 확충할 예정입니다. 전체 R&D 규모를 확대(5607억→6288억 원)하고 녹색, 나노 소재 등 8대 전략 분야에 전체 예산의 60%(3740억 원)를 집중 투자할 방침입니다.

[스페셜 인터뷰] “기업가 정신 확산시키는데 힘 쏟을 터”
올해도 중소기업의 수출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수출 장려 대책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원자재 값과 금리 상승 등 중소기업 수출 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중소기업 글로벌 수출 기업화를 위한 종합 대책이 필요한 이유죠. 무엇보다 우리 중소기업에 적합한 구매력, 소비 인구 및 자원 등이 풍부한 신흥 틈새시장을 개척하도록 지원 체계를 정비할 예정입니다.

내수 기업을 수출 기업화해 10만 개 수출 개미군단을 양성하는 것과 수출 중소기업을 고도화하는 것이 중요한 정책 방향이죠. 이를 통해 32%에 그치고 있는 중소기업 수출 비중을 2013년까지 35%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인 ‘중소기업 수출 기업화’ 전략은 무엇입니까.

중소기업의 수출 역량에 맞춰 ‘수출 초보 기업→ 수출 유망 기업→ 수출 강소기업’으로 성장 단계별 맞춤형 지원 체계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초보 기업에는 무역 관련 교육, 시장 정보 제공, 바이어 연계 등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 유망 기업에는 중소기업진흥공단과 KOTRA 등 23개 수출 유관 기관의 지원 시책을 연계할 예정입니다. 강소기업으로 지정된 기업에는 수출 전용 R&D 및 글로벌 브랜드 개발 등 해외 마케팅을 지원하게 됩니다.

글로벌 바이어 소싱 방법 등 온라인 해외 마케팅 지원도 대폭 확대되고, 특히 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기술 혁신 개발 사업 글로벌 과제’ 100억 원 등 해외 수출 전용 기술 개발 자금을 신설할 예정입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거대 시장 개방으로 해외 진출 틈새시장이 많이 생겨날 것입니다.

취업 대신 창업이 새로운 기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1인 창조 기업 지원 활동을 많이 했는데 성과는 어떻습니까.

작년부터 ‘1인 창조 기업 육성 정책’을 내실 있게 추진했습니다. ‘업종별 1인 창조 기업’ 육성이 대표적이죠. 첫 번째로 ‘앱 창작터’를 집중 지원했는데, 662명의 앱 개발자 양성으로 633개의 앱이 개발됐습니다. 개발된 앱은 앱스토어에 등록돼 약 67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죠.

1인 창조 기업 수도 2009년 약 20만3000개에서 작년엔 23만5000개로 15.7% 증가했습니다. 1인 창조 기업 정책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도 2009년 11.6%에서 2010년 8월 현재 67%까지 상승해 국민적 창업 마인드를 고취했다고 평가할만합니다.

또한 1인 창조 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디자인, 홈페이지 제작 등 서비스 거래 연계를 통해 약 280억 원의 시장이 만들어졌고 13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됐습니다. 작년 말에는 ‘1인 창조 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해 올해 발효될 예정입니다. 1인 창조 기업 육성이 더욱 탄력을 받고 청년 일자리 창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해도 일자리 정책이 화두인데, 핵심 내용을 소개해 주십시오.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벤처기업 등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 많이 만들어지고 커 나가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합니다. 먼저 창업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청년기업가정신재단’을 설립, 기업가 정신 모범 사례를 발굴·홍보하고 롤모델을 정립할 것입니다.

기업가 정신 체험 교육 운영도 추진하겠습니다. 또한 각 지자체와 협력해 현재 17개인 1인 창조 기업 지원센터를 30개 수준으로 확대하겠습니다. 지식과 기술이 집적돼 있는 대학이 창업의 요람으로 성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15개의 창업 선도 대학을 중심으로 창업 교육 패키지와 예비 기술 창업자 육성 등도 진행되는데, 이를 위해 305억 원의 예산을 일괄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 밖에 기존에 추진하던 예비 기술 창업자 육성, 아이디어 상업화 등의 사업화 지원과 창업 교육 등을 꾸준히 지속해 안정적인 창업의 발판을 다지게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얼마 전 한 주부를 만났는데 꽃의 장기 보관법, 색깔이 변하는 장미 등 당장 사업화가 가능한 훌륭한 기술을 개발했더군요. 하지만 영업이나 판로 확보가 쉬운 일은 아니죠. 이렇게 새로운 기술과 아이템으로 사업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에게 창업의 길을 열어주는 게 우리 청의 역할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 여건 조성이 시급한데, ‘청년기업가정신재단’ 설립 등 창업 진흥책도 마련했습니다.

과거 우리는 도전과 열정으로 1970~80년대 고도성장을 달성하면서, 왕성한 기업가 정신을 실현하는 모범 국가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러나 2000년 벤처 버블 붕괴 이후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기업가 정신이 급격하게 쇠퇴했죠.

이와 함께 청년층의 벤처 창업도 급감했어요. 또 적성이나 장래성보다 보수와 안정성을 중시하는 직업관 때문에 유망 벤처기업들도 인력난을 겪는 실정입니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뜻있는 중소·벤처기업인들이 30억 원을 출연해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을 설립했습니다.

내년에 민간에서 재원을 추가 조성할 예정인데, 정부도 50억 원을 지원해 기업가 정신을 확산시키기 위한 민간의 노력에 힘을 보탤 계획입니다. 재단은 청년들의 도전과 열정, 창의성을 높이고 실패 기업인의 재도전 여건을 개선하는 등 기업가 정신 확산의 거점 기관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재단 설립을 계기로 삼아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자세로 민간과 정부가 협력해 나간다면, 청년 창업 활성화는 물론 ‘역시 대한민국은 기업가 정신의 모범 국가’라는 평가를 되찾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지난해 모바일 분야에 이어 미래 유망 참살이 서비스 육성 계획도 수립하셨는데, 올해는 어떤 사업들이 진행됩니까.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웰빙 시장’이 급격히 커졌습니다. 우리 청에서도 웰빙 분야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참살이 서비스 기업 창업 대책’을 작년에 수립했죠. 올해 신규로 추진되는 참살이 육성 대책 주요 사업은 소믈리에와 푸드코디네이터 등 참살이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입니다.

이들의 실습을 위해 ‘참살이 실습터’를 운영할 계획인데, 대학 전공자, 초급 및 경력 단절 기술자 등에게 다양한 실습 기회를 제공하고 일반 국민에게는 참살이를 무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또 참살이 서비스 기업 창업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TV 등 언론 에 성공 사례를 홍보하고 참살이 경진 대회도 개최할 예정입니다.

대기업 대상으로 동반성장지수를 발표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언제 발표할 예정인가요.

동반성장지수(Win-Win Index)는 민간 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가 마련해 발표할 계획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거래 및 상생협력 협약 평가), 지식경제부(상생협력지수)가 활용하던 기존 지수를 통합한 종합 지수입니다.

더욱이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동반 성장 이행 노력을 직접 평가하도록 해 중소기업의 체감도를 반영하는 현장감 있는 평가가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구두 발주, 부당한 납품 감액, 기술 탈취 등 고질적 관행이 근절되도록 관련 평가 항목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동반성장위원회 산하 동반성장지수 실무위원회에서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사회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1월 중으로 실무위 주관의 공청회를 거쳐 2월에는 평가 항목을 확정할 계획입니다.

[스페셜 인터뷰] “기업가 정신 확산시키는데 힘 쏟을 터”
오는 6월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선정하는 등 대기업의 진입을 자제하는 제도가 도입되는데, 자세한 내용이 궁금합니다.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을 보호하기 위한 중소기업 적합 업종 선정은 사회적 합의가 우선입니다. 이를 위해 민간의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선정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산업기술진흥원 등 전문 연구 기관의 타당성 검증을 거친 후, 6월 중 동반성장위원회에서 결정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대기업의 진입·이양 실태를 주기적으로 조사·공표함으로써 자율적인 진입 자제와 사업 이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운영할 겁니다.

끝으로 중소기업의 일꾼이 될 젊은이들에게 전해줄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99%, 고용의 88%, 생산의 50%를 책임지고 있는 우리 경제의 근간이자 핵심 주체입니다. 중소기업 중에는 매출액이 1000억 원을 넘는, 이른바 ‘벤처 1000억 원 클럽’에 가입한 곳이 242개에 이르고, NHN·휴맥스 등 매출액이 1조 원이 넘는 곳도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업들도 모두 시작은 미약했습니다. 야심 있는 청년들의 창의와 도전적 자세가 성장의 밑거름이 된 사례죠. 미래에 벤처 1000억 원 클럽에 가입할 수 있는 많은 유망 중소기업들이 청년 구직자들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작지만 더 많은 기회와 미래’가 있는 곳이고, ‘오늘의 일터이자 내일의 희망’이라는 것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정리=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대담= 김상헌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