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은 ‘미래의 CEO’다. 한경비즈니스와 CAMPUS Job&Joy는 대학생들 대상으로 제조, 비제조, 금융 등 세 부문으로 나눠 ‘대학생들이 가장 만나고 싶은 CEO’를 설문 조사했다.

이번 조사에서 선정된 CEO들은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 ‘스타’다. 이들의 인생관과 경영철학 등은 대학생들의 가치관을 가다듬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대기업을 운용하는 조직 관리 노하우, 경쟁이 치열한 시장을 헤쳐 나가는 경영 전략 등은 ‘미래의 CEO’들에게 ‘살아 있는 교과서’가 될 수 있다. ‘대학생이 가장 만나고 싶은 CEO’의 면면을 다뤘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 강유식 LG 부회장,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제조, 비제조, 금융 부문에서 ‘대학생들이 가장 만나고 싶은 CEO’로 각각 선정됐다. 한국경제신문 자매지 한경비즈니스와 CAMPUS Job&Joy가 최근 전국 대학생 659명을 대상으로 ‘가장 만나고 싶은 CEO’를 조사한 결과 제조 부문에서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25.78%를 얻어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25.15%)을 따돌렸다. 그 뒤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17.62%)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16.36%), 박용만 두산 회장(15.09%) 등이 이었다.
[대학생이 만나고 싶은 CEO] “정준양·강유식·김정태 CEO님! 만나고 싶어요”
비제조 부문에서는 강유식 LG 부회장이 26.42%를 획득해 김상헌 NHN 사장(25.25%)을 제치고 ‘대학생이 가장 만나고 싶은 CEO’로 조사됐다. 정만원 SK그룹 부회장(19.49%),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18.87%), 이석채 KT 회장(10.07%) 등이 ‘넘버 5’ 안에 들었다.

금융 부문에서는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구자준 LG손해보험 회장(25.78%)과 이종휘 우리은행장(25.78%) 등과 각축전 끝에 1위에 올랐다.

이번 설문조사는 전국 대학생들에게 부문별로 ‘가장 만나고 싶은 CEO가 누구냐’고 묻는 방식을 택했다. 조사는 1차와 2차로 나누어 진행했다. 1차는 전문 리서치 기업 마크로밀코리아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CEO 1인을 선정했고, 부문별로 다득표 CEO 5인을 뽑았다.

2차 조사에서는 부문별 CEO 5인을 대상으로 대학생들에게 가장 만나고 싶은 CEO 1인을 선정하도록 해 지지도가 높은 순으로 순위를 매겼다. 조사 기간은 2010년 12월 14~21일, 조사에 응한 대학생 수는 659명이었다. 마크로밀코리아는 일본의 대표적 리서치 회사인 마크로밀의 한국법인이다.

[제조] 정준양 포스코 회장

글로벌 초일류 철강기업 도약 주도

2009년 포스코 회장으로 취임한 정준양 회장은 ‘포스코3.0’을 미래 전략 키워드로 제시하며 창조와 혁신을 중시해왔다. ‘포스코 3.0’은 창업기(포스코 1.0), 성장기(포스코 2.0)를 이은 포스코만의 미래지향적인 용어다.

정 회장은 1975년 포항제철에 입사해 CEO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제강부장, 제철소장에 이어 포항과 광양제철소를 총괄하는 생산기술부문장(COO)을 역임하는 등 정통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는 한 달에 역사·과학·문화·예술 관련 책을 5권 이상 읽는 ‘독서광’으로 다양한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해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에 성공, 안정적인 해외 자원개발과 판로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포스코 3.0’ 시대를 활짝 열어가고 있다.

정 회장의 리더십을 언급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소통 경영’이다. 정 회장은 직원들과 가진 ‘CEO와의 열린 대화’에서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리고 포스코에서 가장 필요한 달인은 소통의 달인이 아닌가 싶다”고 말할 정도로 누누이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정 회장은 소통의 달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습관으로 이메일 이용과 일기쓰기를 들었다. 아울러 ‘CEO와의 열린 대화’도 매달 꼬박꼬박 열고 있다.

창의놀이 공간인 ‘포레카(Poreka)’도 소통을 강조하는 정 회장의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정 회장의 비전은 글로벌 비즈니스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서 2018년 매출액 10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성장성과 수익성, 지속성을 갖춘 ‘뉴 포스코(New POSCO)’를실현한다는 것이다.


[비제조] 강유식 LG 부회장

그룹 안살림 도맡아온 LG그룹의 ‘디자이너’

(주)LG는 LG그룹의 지주회사로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강유식 LG 부회장은 대외활동이 별로 없어 대중적인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그런데도 이번 조사에서 1위에 오른 것은 2003년 LG 대표이사 부회장에 오른 이후 실질적으로 그룹의 2인자 역할을 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6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청소년 대상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대학가에서 큰 화제를 모은 것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화제의 프로그램은 바로 ‘LG드림챌린저’다. 대학 새내기인 대학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각하게 고민은 하고 있지만 누구도 명쾌하게 방향을 제시해주지 못했던 자신의 미래 비전이나 꿈을 찾고 이를 이루는 길을 도와주는 일종의 ‘성장 캠프’다.

강 부회장은 1972년 LG화학에 입사해 1987년 LG전자 이사로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개념조차 생소했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국내 최초로 시도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진두지휘했다. 최근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보좌하면서 LG의 미래사업 포트폴리오 전략 구상 등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을 맡고 있다. 일에 관한 한 ‘원칙과 정도’를 견지하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인물로 알려져 있다.

강 부회장의 최대 관심사는 LG의 새로운 수익원, 미래성장 사업의 발굴이다. 강 부회장은 “신사업을 시작할 때 고객에게 어떻게 의미 있는 가치를 줄 수 있을지를 염두에 두지 않고 일을 한다면 엉뚱한 길로 갈 것”이라며 “발상의 시작은 고객 가치를 얼마나 잘 창출하느냐”라고 강조했다.


[금융]
김정태 하나은행장

‘헬퍼 리더십’으로 조직원 역량 극대화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2008년 3월 하나은행장에 취임했다. 정문에서 고깔모자를 쓰고 출근하는 직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보수적인 금융권에서는 보기 드물게 파격적인 펀(fun) 경영으로 주목받았다.

김 행장은 하나은행이 1991년 한국투자금융에서 은행으로 전환한 뒤 거대 시중 은행으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영업통’인 김 행장이 은행 영업의 불모지였던 하나은행에서 초기 영업의 초석을 다졌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수차례 인수합병이 이뤄진 상황에서 조직원들의 갈등을 봉합하고 조직의 역량을 통합하는 데 공이 컸다는 후문이다.

경영 실적도 뛰어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0년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 분기 대비 992억 원이 증가한 2665억 원을 올렸다. 회사 측은 “2010년 순이익이 1조 원을 넘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행장은 ‘헬퍼 리더십’의 소유자다. 그는 헬퍼 리더십을 “상명하달식 업무 추진이나 권위주의를 버리고 직원들이 자유로운 환경과 열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리더십”이라고 소개했다.

하나은행은 아시아 기반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행장은 “해외 영업 자산 비중을 현재 5.4%에서 최대 20%까지 확대하고 2015년 자산규모 기준 세계 50위 은행으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며 당찬 비전을 제시했다.
[대학생이 만나고 싶은 CEO] “정준양·강유식·김정태 CEO님! 만나고 싶어요”
정준양

1948년 생
1972년 서울대 공업교육학과 졸업
1975년 포항제철 입사
2006년 포스코 부사장(생산기술부문장)
2007년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
2010년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현).

강유식

1948년 생
청주고·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72년 LG화학 입사
1987년 LG전자 이사
1998년 LG구조조정본부 부사장
1999년 LG구조조정본부 사장
2002년 LG구조조정본부 부회장
2003년 (주)LG 대표이사 부회장(현)

김정태

1952년 생
1980년 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
1981년 서울은행 입사
1992년 하나은행 입사
2001년 하나은행 부행장보(가계고객사업본부)
2002년 하나은행부행장(영남사업본부) 2005년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2006년 하나대투증권 사장 2008년하나은행장(현)

글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사진 한국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