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네이버톡·마이피플…메신저 싸움 새 국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기자실에 들어가면 조용합니다. 전화로 속닥속닥 취재하던 1990년대 모습과는 딴판이죠. 영락없이 독서실 같습니다. 간간이 타닥타닥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 들립니다.

기자들은 취재원을 만나러 자리를 비울 때가 아니면 기자실에 앉아 기사를 쓰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메신저로 채팅을 합니다. ‘잡담 채팅’이 아닙니다. 대개 취재원과 하는 ‘취재 채팅’입니다.

메신저는 원래 PC 사용자끼리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수단인데, 우리나라 메신저 시장은 ‘네이트온 천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용자가 월 1500만 명입니다. 이 밖에 윈도라이브 메신저, 야후 메신저, 미스리 등 다양한 메신저가 있습니다.

바로 이 시장이 지금 달라지고 있습니다. 메신저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면서 새로운 경쟁 국면을 맞았습니다. 카카오톡·네이버톡·마이피플·페이스북 메신저…. PC와 모바일을 넘나드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등장했습니다. 줄여서 말하면 ‘카톡’, ‘네톡’, ‘마플’, ‘페신저’라고 할 수 있는데, 저마다 장단점이 있죠. 이제는 진화가 많이 돼 ‘메신저’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 등장
[광파리의 IT이야기] PC-모바일 연동 기본, 소셜 기능까지
대부분 휴대전화 주소록을 그대로 긁어갑니다. 주소록 기반이기 때문에 앱(애플리케이션)을 깔자마자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나타납니다. 편리해서 좋긴 한데 조금 찜찜하지요.

카카오톡은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폰에 앱을 내려 받은 사람이 800만 명이나 됩니다. 카카오톡 사용자끼리는 폰으로 공짜 채팅을 할 수 있습니다. 아직 PC와 폰이 연동되지 않는데 곧 가능해진다고 합니다.

NHN은 네이버톡 시험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사용자가 많지 않고 서비스가 불안한 게 흠입니다. 강점이라면 개인 소셜 홈 ‘네이버미’와 연동되고 사무실이나 집에서 PC로 작업하면서 채팅하기에 좋고 N드라이브에 올린 파일을 꺼내 전송하기 편하다는 점 등입니다. PC 하단에 대화 상대별로 대화창이 뜨기 때문에 여러 사람과 동시에 대화할 때 편합니다.

다음 마이피플에는 네이버톡에 없는 몇 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무료 음성 통화가 가능하고 음성 쪽지를 남길 수 있고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그룹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 앱, 안드로이드폰 앱, PC 웹, 모바일 웹 등이 원활하게 연동되는 점도 강점입니다. 네이버톡보다는 많지만 아직 사용자가 충분하지 않은 게 흠입니다. PC용 유저 인터페이스(UI)도 그다지 편하지 않습니다.

메신저 선발 주자인 네이트온은 커뮤니케이션 허브를 지향합니다. 웹에서든 모바일에서든 네이트온 하나로 네이트와 싸이월드의 각종 콘텐츠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쪽지·문자·메일·파일 등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모바일 앱은 통합 주소록이 강점입니다. 미니홈피나 네이트온 친구 목록을 폰 주소록과 결합했습니다. 무엇보다 사용자가 가장 많다는 게 네이트온의 강점이죠.

커뮤니케이션 허브를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윈도라이브 메신저와 야후 메신저도 비슷합니다. 저도 가끔 사용하는데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와 연동할 수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페이스북 채팅 기능을 스마트폰용으로 만든 앱도 몇 가지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를 ‘메신저’라고 해도 좋고, ‘커뮤니케이터’라고 해도 좋고, 뭐라고 해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바탕 거방지게 싸우고 나면 어느 순간 한두 곳으로 쏠릴 것이란 점입니다. 메신저에 모바일과 소셜이 결합되면서 판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시장이 재편되고 앞뒤가 바뀔 수도 있겠죠. 결국에는 남보다 먼저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는 자가 승리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