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직의 재발견

기업 영업맨이 약진하고 있다. 임원 인사에서 별을 단 영업맨들이 쏟아지고 있다. 세계시장을 누비던 영업맨들이 속속 최고경영자(CEO)로 등극하고 있다. 기업 내에서도 기피 부서에서 선호 부서로 바뀌었다.

영업을 자원하는 직장인들이 줄을 서고 있다. 구직 시장에서도 영업직은 인기다. 기술 영업직과 해외 영업직은 상한가다. 중소기업은 유능한 영업맨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영업맨 전성시대의 현장을 취재했다.
승진 1순위 영업 마인드 키우기
시스템 솔루션 업체인 제니시스기술의 영업본부장인 좌민수(44) 상무의 고민은 구인난이다. 상대적으로 다른 부서에 비해 많은 연봉을 주고 있지만 적합한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좌 상무는 “솔루션 제품에 대한 기술 이해력을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 영업 노하우까지 겸비한 영업 사원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토로했다. 기술을 잘 알면 영업을 모르고, 영업력이 있으면 기술 습득이 느린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시장 환경이 급변하다 보니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고객에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정확히 알려주고,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제품을 공급해야 하는데, 트렌드를 몰라서는 제대로 된 영업을 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좌 상무는 “고객 눈높이를 맞춰나가는 것이 기술 영업의 핵심”이라며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영업이 받쳐주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술 영업직은 뜨는 직종으로 취업 준비생들이 한번쯤 노려볼만하다. 기술 영업직뿐만 아니라 해외 영업직을 포함한 법인 대상 영업 사원들도 인정받는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과거에 ‘영업직=외판원’으로 인식되며 괄시받던 영업직이 재조명되면서 CEO가 가장 아끼는 부서가 영업직이라는 리서치 결과도 나와 있다. 취업·인사 포털 인크루트가 올 초 직장인 294명을 대상으로 ‘CEO가 편애하는 부서’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9명이 편애하는 부서가 있다고 답했다.

CEO가 특별히 아끼는 부서의 주요 직무를 물었더니 영업이 25.1%로 가장 많았다. 재무회계(13.9%), 연구·개발(12.4%), 경영기획·전략(11.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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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영업·해외영업 ‘상한가’

이를 증명하듯 영업직 채용 공고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2010년 영업직 채용 공고 수는 11만2747건으로 2009년보다 36.5% 늘어났다. 구직자 선호 부서에서도 영업직이 상위권에 올랐다.

인크루트가 지난해 자사 사이트에서 이뤄졌던 230여만 건의 입사 지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경영·인사·총무·사무(22.5%)’에 이어 ‘영업·판매·매장관리(14.3%)’가 2위에 올랐다.

연봉 수준도 다른 분야에 비해 높은 편이다. 잡코리아가 2010년 중소기업 초임 연봉을 조사한 결과 전체 평균은 1871만 원이었다. 기술 영업(2195만 원), 영업 기획(2027만 원), 해외 영업(2022만 원) 등 영업직이 평균치를 웃돌았다.

영업직이 뜨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기업 조직에서 어느 부서가 핵심이냐를 판가름하는 잣대는 인사다. 아무래도 핵심 부서원이 승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2010년 인사를 보면 영업 마케팅 인력이 핵심에 속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3명의 부사장 승진자 중 5명이 영업 마케팅 출신이었다. 삼성전자는 제조회사로 연구·개발(R&D), 생산 등이 중요한 기업이다. 그런데도 영업 마케팅 인력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시장은 물론 세계시장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는 것은 물론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영업맨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기업의 성쇠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기업 인사 담당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