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직 왜 뜨나

기업에서 중요하지 않은 부서는 없다. 인사·기획·재무·관리·영업 등 어느 것 하나 무시한 채 기업이 제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런데 기존에는 여러 부서 중에서도 기획·재무 등이 최고의 인기를 누린 반면 영업 부서는 찬밥 신세였다.

영업직으로 발령 나면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았다. 이는 “영업직=외판원”으로 여기는 경향이 짙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조건 문을 두드리는 방문 판매원이나 보험 설계, 자동차보험 등 비교적 진입 문턱이 낮은 영업직에 대한 선입견도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데 한몫했다.
[영업직의 재발견] 회사 실적과 직결…전직·창업에도 유리
그러나 최근에는 영업맨이야말로 최고경영자(CEO)들이 가장 아끼는 직장인으로 재인식되고 있다. 기업이나 단체를 상대하는 B2B 영업에서는 영업직의 몸값이 상한가를 치고 있다. 이처럼 영업직이 재조명되고 있는 이유는 3가지 정도로 꼽아볼 수 있다.

우선 실적 중심의 기업 경영이 보편화되고 있는데서 찾을 수 있다. 아무리 기획이 좋고 전략을 잘 세워도 수익을 내지 못하면 헛일이다. 영업은 수익과 직결되는 부서다. 더구나 조선이나 건설 등 수주 중심의 업종은 영업맨들의 활약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 자동차와 가전 등도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제품을 팔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불황기일수록 영업맨들의 가치는 빛을 발한다. 외환위기와 세계 금융 위기 등 기업 환경이 최악이었을 때 국내 수출 기업들의 영업맨들은 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신흥 시장을 개척했다.

그 덕분에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 등의 세계적인 한국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중견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아모레퍼시픽·락앤락·오리온 등은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시장 진출에 성공하면서 우량 기업으로 거듭났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전무는 “해외시장 개척은 한국 기업들의 생존 키워드”라며 “앞으로도 해외시장 개척의 첨병 역할을 하는 마케팅·영업맨들의 수요가 꾸준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초임 연봉 평균치 웃돌아

둘째, 직장인 자신의 커리어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도 영업직이 각광받는 이유 중 하나다. 이제 한 회사에 뼈를 묻는다는 ‘평생직장’ 개념은 무너지고 있다. 이 때문에 ‘좁은 문’인 사내에서 출세하기보다 이직 또는 자기 개발에 유리한 부서를 택하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 마케팅이나 영업직은 대외 접촉이 많기 때문에 회사 밖에서 이직을 모색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폭넓은 사내외 교류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창업하는 데도 유리하다. 예를 들어 브리태니커백과사전 영업 사원으로 근무했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나 대상에서 닭고기 영업을 했던 윤홍근 제너시스 BBQ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김갑용 이타비즈니스 대표는 “영업을 하다보면 대인 관계에 능숙해질뿐더러 시장 흐름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며 “자기 사업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셋째, 대우가 남부럽지 않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더욱이 기술 영업은 다른 분야에 비해 임금이 비싼 편이다. 잡코리아가 2010년 중소기업 초임 연봉을 분석한 결과 기술 영업 분야가 평균 2195만 원으로 전체 평균 1871만 원보다 17%나 높았다. 영업 기획(2027만 원)과 해외 영업(2022만 원) 등도 평균치를 웃돌았다.

기술 영업은 제품 관련 기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영업하는 것이다. 주로 솔루션 등을 판매한다. 시장이 글로벌화되면서 기술 격차도 줄어들고 경쟁도 격화됐다. 영업이 시장에서 승부를 가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른 직종에 비해 학력·경력·전공의 벽이 낮은 것도 장점이다.
설경훈 커리어케어 이사는 “기술 영업직을 찾는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신규 사업을 벌일 때 기술 지식과 영업 노하우를 갖고 있는 기술 영업직을 가장 먼저 찾고 있다”고 말했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