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네스 베르세니 GE헬스케어 초음파 1차진료 사업부 사장

[포커스] “환자 몸속 볼 수 있는 제2 청진기죠”
브이스캔의 겉모습은 일반 휴대전화와 잘 구분되지 않는다. 주머니에 쏙들어가는 포켓 사이즈에 3.5인치 액정 모니터가 달려 있고 무게도 390g에 불과하다.

그러나 GE헬스케어가 개발한 이 초소형 초음파 진단 장비는 지난 수백 년간 유지돼 온 진료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겨냥하고 있다. 종합병원의 값비싼 초음파 기기를 소형화해 언제 어디서나 환자의 몸속 상태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지난 200년 동안 청진기가 환자 진료의 표준이었습니다. 일차적으로 의사들이 청진기 소리로 듣고 질병 유무를 판단해 온 거죠. 브이스캔은 여기에 더해 초음파 기술을 통해 신체 내부를 직접 들여다볼 있게 해 줍니다. 진료를 하면서 심장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브이스캔으로 즉각 심장 판막의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거죠.”

아그네스 베르세니(41) GE헬스케어 초음파 1차진료 사업부 글로벌 총괄사장이 브이스캔을 ‘제2의 청진기’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브이스캔의 첫 번째 타깃은 첨단 초음파 장비를 갖추지 못한 1차 진료 기관(동네 의원)과 응급의학과다.

1차 진료 기관은 주로 청진기나 촉진(觸診)에 의존해 환자를 본다. 이 때문에 질병 초기의 중요한 핵심 정보들을 놓칠 가능성이 생긴다. 브이스캔은 1차 진료의 정확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이런 위험을 크게 줄여준다.

브이스캔은 신속한 처방이 필요한 응급의학과에서도 유용하다. 규모가 큰 종합병원에서도 정밀 초음파 장비를 사용하려면 오래 시간 기다려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브이스캔을 탄생시킨 GE헬스케어의 핵심 기술은 두 가지다. 우선 최고급 4차원 초음파 장비에서 쌓은 최신 기술을 최대한 활용했다. 신체와 직접 접촉하는 작은 막대 모양의 프로브에 빔 형성기를 넣고 컴퓨팅 기술을 적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하나는 소형화다. 거대한 콘솔 형태의 초음파 기기를 노트북 크기로, 스마트폰 크기로 줄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브이스캔은 의료비용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이며 진료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GE헬스케어의 2009년 ‘헬시매니지네이션(healthy+imagination)’ 선언에 딱 들어맞는 제품이다. 당시 GE헬스케어는 이 기준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6년에 걸쳐 6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값비싼 프리미엄 제품에 치중하던 전략에서 정반대로 방향을 튼 것이다.

“21세기 헬스케어 산업은 여러 가지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 헬스케어 비용 상승 등이 가장 큰 문제죠. 평균수명이 늘면 병원 입원 환자가 많아지기 때문에 병원 이외의 곳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기술이 중요합니다. 브이스캔 같은 유비쿼터스 솔루션과 원격 진료 기술이 필요해지는 거죠.”

베르세니 사장은 최근 헬스케어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골라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 대기업은 세계시장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가 직면한 여러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 데서 좋은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약력 : 1970년 헝가리 출생. 독일 마그데부르크대 졸업. 미국 로즈훌맨공대 기계공학 석사. 1995년 GE항공기엔진 입사. 2003년 GE헬스케어 유럽지역 서비스 매니저. GE헬스케어 초음파 1차진료 사업부 글로벌 총괄사장(현).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