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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란, 구제역 파동, 식품 가격 상승에 이어 유가마저 들썩이고 있다. 리비아가 원유 생산을 줄이자 공급 불안으로 유가가 뛰고 있는 것이다. 2월 2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4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 대비 2.8%(2.68%) 오른 배럴당 98.10달러에 장을 마쳤다. 장 중 한때 배럴당 100.01달러까지 치솟으며 지난 2008년 10월 2일(100.37달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북해산 브렌트유 4월 인도분 가격은 런던국제거래소(ICE)에서 5.2%(5.47달러) 상승한 111.25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3거래일 동안 8달러 이상(약 8달러)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3일 연속 기준 최대 상승 폭이다.
유가 ‘배럴당 220달러’ 현실화될까
전문가 전망 엇갈려…최악의 상황 대비해야

리비아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165만 배럴 정도다. 세계에서 18번째, 석유수출국기구(OPEC) 12개 회원국 중 9번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하루 생산량 976만 배럴에 비하면 그렇게 많은 양이라고 하기 어렵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도 “공급 부족 사태가 생기면 OPEC 차원에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400만 배럴을 증산할 여력이 있어 리비아의 생산량 감소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급등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리비아산 원유의 품질을 이유로 들고 있다. 리비아가 생산하는 원유는 유황 함유량이 0.44%로 매우 적고 밀도가 낮아 쉽게 정제할 수 있는 경질유(light sweet crude)다.

반면 OPEC 회원국들이 보유한 원유는 유황 함유량이 높고 밀도가 높은 중질유(heavy crude)다.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는 황 함유량이 높은 1.8% 중질유여서 디젤과 같은 제품을 생산하기가 더 어렵다.

향후 유가 추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리비아 사태가 더 이상 주변으로 확산되지 않는다면 수요·공급 여건상 국제 유가는 90달러 중반에서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재스민 혁명이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란 등 중동의 주요 산유국까지 번지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무라 인터내셔널 리서치팀은 2월 24일 “리비아와 알제리가 석유 생산을 중단하면 OPEC의 생산 여유분이 520만 배럴에서 210만 배럴로 감소하고, 이렇게 되면 유가는 배럴당 22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캐피털 이코노믹스 관계자는 “시위가 리비아보다 산유량이 더 많은 국가로 확산된다면 국제 유가가 수주 내에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로런스 이글스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역사적으로 볼 때 내부 정치적 혼란으로 석유 공급이 장기간 차질을 빚은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새 정권이 들어서면 민심 수습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석유 수출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의 가격 상승을 글로벌 유동성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전 세계 달러 보유액은 2005년 말 5조2590억 달러에서 2010년 6월 말 10조4845억 달러로 거의 2배가 늘어났다. 급속한 통화량 증가를 통해 당장의 급한 불은 껐지만, 그 여파가 지금의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