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796호 (2011년 03월 09일)

[영업직의 재발견] 사전 정보 필수…‘니즈’ 핵심 파악하라

기사입력 2011.03.02 오후 05:05

“안녕하십니까! 어제 전화 드리고 약속 잡았던 ○○전자 왕판매 대리입니다. 지금 건물 로비에 와 있는데 사무실로 올라가면 될까요?”

“누구시라고요? 아, 기억나네요. 아이고, 그런데 어쩌죠. 제가 깜빡 잊고 중요한 미팅을 잡아놨는데…. 죄송하지만 브로슈어나 제안서가 있으면 안내 데스크에 놓고 가시겠어요? 나중에 제가 확인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이제야 제대로 한 건 올릴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바이어의 사무실을 방문한 왕 대리는 ‘그럼 그렇지’라며 또다시 씁쓸한 입맛을 다셔야 했다. 왕 대리는 그제야 “기업간(B2B) 거래는 영업직 중에서도 가장 힘든 분야”라는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CJ GLS 차동호 사업본부장은 “B2B 영업은 일반 영업과 성격이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나 관련 지식을 파는 일이 많고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 등으로 아웃소싱을 꺼리는 비즈니스 특성상 수주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 법인 영업의 어려움이다.

또한 법인 영업은 ‘을’에 서기보다 고객의 경쟁력을 높여준다는 자기 확신을 가지고 동등한 파트너 입장에서 영업 활동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법인 영업맨들의 공통된 견해다.

JW메리어트 호텔은 메리어트 계열 호텔 중 최상위급 호텔에 속한다. 지난해 국내 특급 호텔 중 매출액 신장률 10% 이상을 기록한 곳은 세 군데에 불과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JW메리어트 호텔이다.

[영업직의 재발견] 사전 정보 필수…‘니즈’ 핵심 파악하라

‘을’이 아닌 파트너가 돼라

JW메리어트 호텔 판촉부에서 일하는 김현정 과장은 10년 넘게 일한 정통 호텔리어다. 부산의 파라다이스 호텔&카지노에서 6년 남짓 판촉 지배인으로 일한 그녀는 2006년부터 현재의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

호텔 판촉은 말 그대로 호텔 상품을 고객에게 판매하는 영업을 말한다. 객실은 물론이고 연회장, 레스토랑, 기타 부대 시설 등 호텔에서 팔 수 있는 건 모두 판다. JW메리어트 호텔은 기업(corporate), 관공서(government), 기구·단체(association), 그 밖의 법인 영업 등으로 세분화해 영업 활동과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가운데 김 과장은 기업 부문, 특히 LG그룹을 5년째 맡고 있다.

LG그룹 외에 맡고 있는 각종 학회 및 국제 비즈니스 행사인 전시·컨벤션(MICE:Meeting, Incentives, Convention, Exhibition) 비즈니스는 규모가 큰 대규모 행사가 많은 만큼 경력자들의 노련함이 가장 잘 나타나는 분야다.

김 과장은 전 세계 메리어트 호텔 체인의 우수 판촉 직원들이 본사에서 수상하는 프레지던트 어워드(President Award)를 2009년부터 2년 연속 수상한 영업의 고수다.

김 과장이 밝힌 영업의 비결은 첫째 ‘고객에 대한 정보 수집’이다. 첫 비즈니스 미팅 전까지 경쟁사 분석을 포함한 정보와 전략을 수립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꼼꼼하게 정보를 수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고객이 호텔을 선정하는데 가장 우선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호텔 선정의 최종 결정자, 혹은 영향력을 강하게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메모’도 빠지지 않는 습관이다.

고객으로부터 들은 정보들을 간단명료하게 기록하는 건 호텔 판촉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생긴 오랜 습관이다. 김 과장은 고객이 원하는 행사를 위해 로비 전체를 파티장으로 바꾼 적도 있었고, 미팅 후 특별한 야외 활동을 위해 요트를 섭외하기도 했다.

독일 축구 대표팀을 위해 호텔 피트니스센터를 통째로 확보하고 미국 항공모함 관계자가 감사 표시로 항공모함에 초대해 내부를 구경했던 일도 잊지 못할 기억이다.

CJ GLS 차동호 3자물류 사업본부장은 국내 B2B 영업의 최고봉이라는 평가를 받는 정통 영업맨이다. 1986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한 그는 1990년 물류부문에 배치된 후 1998년 CJ GLS 창립 멤버로 참여하는 등 지금까지 줄곧 물류 영업이라는 한 우물을 파 왔다.

철저한 사전 정보 수집이 관건

제조 및 유통 기업의 물류 공동화를 통해 물류비 절감과 최적의 물류 서비스를 지원하는 ‘3자물류(3PL:Third Party Logjstics)’ 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그는 1998년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현재 6배가 넘는 성장을 이룩했고 영업이익도 4~5% 수준으로 물류 업계 가운데 가장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차 본부장이 강조하는 영업 전략의 첫째는 ‘뛰어난 제안 역량’이다. 고객이 인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전략적 제안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비용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고객 관리 시스템을 직접 개발해 경쟁사를 압도하게 된 사례는 업계에서 유명한 일화다.

두 번째는 수주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목표 고객(target account)을 선정하는 방법론을 잘 마련해야 하고 목표 고객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잘 갖춰야 하는 것이 성공 영업의 비결이다. 세 번째는 경쟁사가 따라오기 힘든 고객관리 시스템이다.
 
여기에는 고객사의 정보 분석, 산업 분석, 상세 거래 내역 및 회사 연혁, 인맥 데이터베이스, 물류 대행 실적 등이 총망라된다. 마지막 영업 비결은 ‘열린 마음’이다. 진솔하게 고객을 대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고민할 때 최선의 대안이 나올 수 있다.

스타일리시피플(주)의 김동순 대표는 삼성시계 해외영업부 생활을 시작으로 SWC삼성시계 대표를 거쳐 개인 창업에 나선 최고경영자(CEO)다. 지난 1991년부터 시작된 시계 영업과의 인연이 지금도 이어져 손목시계 위주의 패션 상품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해외 영업의 길을 걸어 왔다. 2004년에는 산자부장관상을 비롯해 무역진흥 유공자 표창을 받는 등 해외 영업의 달인으로 인정받았다. 스타일리시피플은 작년 한 해 미국·일본·독일·브라질·태국 등에 20만 개의 손목시계를 수출했다.

김 대표는 영업의 달인답게 ‘ASA, ASA’로 부르는 자신만의 전략을 공개했다. 우선 고객에게 접근(Approach)할 때 바이어에게 제시할 전략과 제품을 잘 준비하는 게 첫째다. 충분하고 깊이 있는 제품 정보와 상대방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기법으로 상대가 원하는 것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한 번의 만남이 아니라 두 세 번의 지속적인 접촉이 이뤄져야 하며, 고객에 대한 보다 충분한 지식과 시장 상황 그리고 미래 전망을 조사해 대응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즉 탐색(Search)을 통해 고객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대응을 다시 준비하고 수정해야 한다.

다음은 유인(Attraction)과 조정(Arrangement) 전략이다. 상대가 관심과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제품을 준비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추가로 브랜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거래처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 지원이 필요하다.

고객이 원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현지 상황을 고려한 전략을 조정하는 단계다. 마지막은 거래를 위한 장애물을 없애고 좋은 해결 방안(Solution)을 확정하는 단계다. 양사가 서로 발전적인 비전을 공유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공감하며 동화돼 가는 과정을 말한다.

김 대표는 “영업은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무리 언변이 뛰어나고 신뢰를 준다고 하더라도 제품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거래하기 어렵고, 수주가 이뤄져도 생산이나 유통과 협력 체제를 구축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거래를 성사시키기 어렵다는 말이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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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1-03-04 1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