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계 여는 ‘클라우드 컴퓨팅’ 혁명

클라우드 컴퓨팅은 매력적이다. 값비싼 정보기술(IT) 자원을 손쉽게 빌려 쓸 수 있는 신세계를 약속해 주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는 물론 서버와 저장 공간·네트워크·보안까지 모두 임대할 수도 있다.

클라우드(cloud)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이러한 막대한 외부 자원들의 집합을 가리키는 용어다. 이제 ‘구름’ 뒤편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과정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간단한 PC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업체에서부터 포털·통신 기업까지 이러한 클라우드 컴퓨팅 혁명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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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아마존을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으로 기억하지만 이는 이 거대한 기업의 일면일 뿐이다. 아마존은 새롭게 떠오르는 클라우드 컴퓨팅에서도 간판 기업으로 군림하고 있다.

수십억 종의 서적을 인터넷으로 판매하기 위해 끝없이 서버를 늘려가다가 아예 서버 임대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아마존 웹 서비스(AWS)’로 불리는 이 사업은 매출과 데이터량에서 오픈 마켓을 능가하는 아마존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의 선구자다. 이들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전기에 비유하길 좋아한다. 사람들은 전기가 필요하다고 집집마다 발전소를 짓지는 않는다. 대형 발전소가 만든 값싼 전기를 빌려 쓰고 사용한 만큼 돈을 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대형 전산센터를 만들고 이를 소규모 기업들에 빌려 주겠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개별 기업들은 전산센터를 짓고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글로벌 리더 ‘아마존’

얼마 전 미국 국무부의 외교 전문을 인터넷에 통째로 공개한 위키리크스와 관련해 아마존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도 AWS 때문이었다. 위키리크스가 외교 전문 공개와 함께 인터넷 트래픽이 폭주할 것에 대비해 아마존의 AWS를 통해 서버를 임대해 사용한 것이다.

논란은 아마존이 미국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해 위키리크스와의 임대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면서 벌어졌다.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진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또 다른 강자는 세일즈포스닷컴이다. 1999년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해 13억558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21% 증가한 수치다. 세일즈포스닷컴의 임대 품목은 소프트웨어다.

영업자들을 위한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와 영업 자동화 툴이 주력 상품이다. 사용자들은 별도의 프로그램을 다운 받을 필요 없이 인터넷을 통해 세일즈포스닷컴 서버에 접속할 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CRM 프로그램을 쓸 수 있다.

세일즈포스닷컴의 고객은 자체 IT 투자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만이 아니다. 전 세계에 30만 명에 달하는 직원을 두고 있는 휴렛팩커드(HP)도 이 회사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닷컴 창업자가 “클라우드 컴퓨팅은 IT의 민주주의”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하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모든 회사가 평등하게 IT의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IT 거인들의 각축장이 되어가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다. 소프트웨어를 개별적으로 구매하지 않고 빌려 쓰는 방식이 확산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직격탄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의 연구·개발(R&D)에 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올해 출시될 클라우드 기반의 모바일 오피스 ‘오피스365’가 그 첫 성과물 중 하나다.

IT 업계의 신흥 강자인 구글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구글은 이미 문서 작업(‘구글 독스’)에서부터 메일(‘G메일’), 주소록 관리(‘G메일’), 일정 관리(‘구글 캘린더’), RSS 리더(‘구글 리더’), 메신저(‘구글 토크’)까지 모두 인터넷상에서 즐길 수 있는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해 놓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음성인식과 번역 서비스도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구현한 것이다.

구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크롬 운영체제(OS)가 탑재된 넷북을 선보이며 시장 공략의 고삐를 죄고 있다. 이 넷북에는 OS와 소프트웨어가 따로 없다. 구글의 크롬 브라우저를 통해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NHN의 N드라이브 사용자 540만 명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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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IT 분야에서 모든 논의는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통한다.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인수·합병(M&A) 경쟁도 치열하다.

이러한 클라우드 컴퓨팅 붐은 최근 불고 있는 스마트폰 혁명과도 맞물려 있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새로운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이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거대한 물결은 한국에도 몰아치고 있다. 가장 먼저 활성화된 것은 개인을 대상으로 한 클라우드 서비스다. 2009년 처음 선보여 이용자가 540만 명을 돌파한 NHN의 N드라이브가 대표적이다.

이 서비스는 모든 사용자들에게 10기가바이트(GB)의 저장 공간을 무료로 준다. 데스크톱 PC에 N드라이브 탐색기를 설치하고 스마트폰에 전용 앱을 받아 설치하면 ‘나만의 모바일 오피스’가 만들어진다.

워드 프로그램이 따로 설치돼 있지 않아도 온라인상에서 문서를 편집하고 수정할 수 있다. NHN 관계자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포털에 적용한 국내 첫 사례”라며 “서버 증설에 투자를 많이 했지만 유료화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NHN는 자사의 포털 사이트 네이버 활성화 수단으로 N드라이브를 활용할 계획이다.

통신사들도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통신사들은 대규모 전산센터, 네트워크, 과금 시스템 등 클라우드 서비스에 필요한 인프라를 이미 대부분 갖추고 있다.

KT는 지난해 개인 대상의 ‘유클라우드 홈’ 서비스를 내놓고 이미 40만 명의 사용자를 끌어 모았다. 매월 5000원을 내면 20GB의 저장 공간을 할당 받을 수 있다. 올레 인터넷과 모바일 가입자는 매달 20GB를 무료로 쓸 수 있다.

LG U+는 최근 지난해 내놓은 ‘U+ 박스’의 요금을 대폭 낮췄다. 월 1만 원이던 50GB 요금을 월 3000원으로, 월 16만 원이던 800GB 요금을 월 1만 원으로 내린 것이다. KT와 마찬가지로 LG U+ 휴대전화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는 U+박스의 10GB 저장 공간을 무료로 쓸 수 있다.

통신 공룡 KT의 새로운 승부수

하지만 성장 잠재력이 더 큰 것은 기업 대상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이다. 가장 앞서가고 있는 것은 ‘아마존 타도’를 내건 KT다. 지난해 유클라우드 홈의 기업판 버전인 ‘유클라우드 프로’를 선보였던 KT는 오는 3월 서버를 임대해 주는 ‘유클라우드 CS’의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서정식 KT 클라우드추진본부장은 “아직 가격 정책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아마존보다 저렴한 세계 최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유클라우드 CS에 이어 백업·복구 서비스(‘유클라우드 BS’), 스토리지 서비스(‘유클라우드 SS’), 데이터베이스 서비스(‘유클라우드 DS’)를 잇따라 공개해 클라우드 붐을 조성한다는 전략이다.

KT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신사를 넘어 종합 IT 사업자로 도약할 수 있는 확실한 발판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대용량 데이터 분산 처리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넥스알을 인수했으며 충남 천안시 목천읍에 있는 저궤도 위성센터를 리모델링해 ‘클라우드데이터센터’도 문을 열었다. KT의 목천 클라우드데이터센터는 CPU 성능과 데이터 처리 속도에서 아마존을 앞서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클라우드 컴퓨팅의 확산을 가로막는 거의 유일한 걸림돌은 보안 이슈다.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보안 문제는 양면적이다. 대형 데이터센터의 첨단 보안장치들은 기업들이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해야 하는 강력한 이유가 된다.

하지만 동시에 정보 유출 가능성과 남의 것을 빌려 쓴다는 것에 대한 근원적인 불안감도 동시에 존재한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확산 속도가 이런 우려를 압도하고 있지만 논란의 불씨는 아직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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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우드 컴퓨팅은…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은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등 전산 자원을 자신이 필요한 만큼 빌려 쓰고 사용 요금을 지불하는 컴퓨팅 방식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컴퓨터 네트워크 구성도에서 인터넷을 구름 모양으로 표시한데서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하면 컴퓨터 시스템을 유지·보수·관리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과 서버 구매와 설치비용, 업데이트 비용, 소프트웨어 구매 비용 등 엄청난 비용과 시간, 인력을 줄일 수 있고 에너지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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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정식 KT 클라우드추진본부장

“아마존과의 경쟁 자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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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다음 먹을거리는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지난 2월 초 이석채 KT 회장이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실제로 KT는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천안 목천에 클라우드데이터센터를 열었고, 관련 서비스도 2~3개씩 동시에 베타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23일 미국 출장에서 막 돌아온 서정식(42) KT 클라우드추진본부장은 “미국 클라우드 관련 기업들이 작년 일제히 100% 이상 성장했다”며 “KT도 4월께면 서비스 포트폴리오가 어느 정도 갖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KT가 클라우드 컴퓨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 폭발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폭증하고 있다. 특히 동영상이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같은 비정형 데이터의 증가 속도가 엄청나다. 방대한 데이터를 보관하고 처리하려면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저렴한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데이터 폭발이 KT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아마존을 경쟁 타깃으로 삼고 있는데.

아마존은 자타가 공인하는 이 분야 글로벌 리더다. 5년 전부터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앞서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본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KT 서비스는 매달 진화하고 있다.

KT의 강점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려면 데이터센터나 네트워크 망 같은 물리적 자산과 관리 역량이 중요하다. 실제로 서비스 원가를 따지면 망 비중이 높다. 이런 부분은 KT의 강점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강한 의지와 비전이다. 데이터에서 성장 기회를 찾는다는 것이 이석채 회장의 분명한 전략적 비전이다.

시장 전망은.

올해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본격화되는 첫해다. 지금은 ‘하면 좋다’는 단계지만 시간이 지나고 데이터가 점점 늘어나면 전환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시기가 문제이지 결국 그 방향으로 갈 것이다. 미국이 이런 변화를 잘 보여준다. 미국의 IT와 한국의 IT가 다를 수 없다. KT 자체적으로는 올해 클라우드에서 350억 원 매출이 목표다. 2015년에는 7000억 원까지 갈 것이다.

보안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보안이 불안하다는 생각은 대부분 근거가 부족하다. KT 데이터센터는 보안 1등급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24시간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고 자기 서버나 자기 콘텐츠가 암호화·블록화돼 서로 넘나들지 못하도록 네트워크 설계가 다 돼 있다.

방화벽 침략 방지 장치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이걸 스스로 구축하려면 수십억 원이 들어간다. 재미있는 것은 클라우드 서비스의 하나인 ‘PC 가상화’ 서비스가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가 보안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실제 사용 경험을 기반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취재=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